자본주의 사회에서 먹을거리가 이윤의 대상이 되면서 맛, 모양, 가격, 속도가 경쟁의 핵심이 됐다. 농부가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해 농산물을 생산하고, 가공식품 생산자는 원가를 낮추기 위해 값싼 재료와 합성감미료, 합성착색료, 방부제 등의 첨가물을 사용해 물품을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안전한 먹을거리’ 확보에 대한 요구가 늘면서 생협이 생겨났다. 생협의 소비는 개인의 안전한 먹을거리에서 출발했지만, 농업과 환경보호에 도움을 주는 친환경 유기농업에 관심을 이끄는 계기가 됐다. 개인의 이익과 사회적인 이익이 일치하는 부분이 생긴 것이다.
어머니가 바뀌면 세상 바꿀 수 있어
지난 3일 한밭생협 서대전점 2층은 한홍구 교수의 ‘한국 현대사이야기’ 초청강연회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조합원들로 도란도란 이야기꽃이 피었다. 이 강연회는 한밭생협, 대전생협, 한살림, 민들레 의료생협, 불교생협 등이 연대해 마련한 첫 번째 행사다.
강연회에 참석했던 이승희(41·유성구 도룡동)씨에게 생협을 이용하는 이유를 묻자 “개인적으론 안전한 먹을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더불어 대규모업체의 유통 장악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대형마트를 이용 안하려니 생협이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외국생활을 하다 돌아온 지 한 달 정도 됐다.
생협의 활동 중 의미 있는 하나가 ‘여성의 사회활동 확대’다. 생협 조합원의 99%가 여성이고, 이들이 전문가의 도움 없이 지역 생협을 꾸려나가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여성활동으로 볼 수 있다.
강연회를 마친 한 교수는 “어머니들이 바뀌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며 “그 어떤 모임에서 보다 호응이 좋았다. 현대사에서 ‘자본’의 개념을 부엌살림의 역사로 접근해 이해하는 게 좋았다”고 말했다.
생협의 ‘마을모임’ 이웃과 소통하는 장
한밭생협에서는 같은 마을에 사는 4명 이상의 조합원이 모이면 ‘마을모임’을 지원한다. 모임에서는 한밭생협의 살림살이와 소식나누기, 물품시식, 불편사항 등을 이야기한다. 모임이 있을 때마다 시식 물품 및 다과비를 지원하고 아기가 3명 이상 참석할 경우 베이비시터 비용도 지원하고 있다.
월평동 마을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김연아씨는 “얼떨결에 마을모임에 오게 됐지만, 아이들 교육, 육아, 물품에 관한 정보 등 소소하게 궁금했던 것들을 얻을 수 있어서 좋다”며 “처음엔 낯선 분들이었지만 모두가 좋은 분들이어서 금방 오랜 친구처럼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한밭생협에는 마을모임이외에도 다양한 동아리 모임이 있다. 한밭생협 강선란 교육홍보위원장은 “마을모임을 하다가 비슷한 연령대의 취미가 같은 분들이 자발적으로 동아리모임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대표적인 예가 ‘큰언니 모임’인데, 자녀를 대학에 보낸 후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엄마들이 모인다. ‘아기엄마 모임’은 육아정보를 나누고, 아이를 동반한 나들이를 같이한다. 아빠들이 모이는 ‘꽃미남 마을모임’도 있다. 제일 인기 많은 동아리가 ‘피부종결자’ 모임인데 비누와 화장품 등을 직접 만들어 사용한다. 요즘엔 ‘발효효소 동아리’가 뜨고 있는 중이다.
한밭생협 안에 마을모임은 25개, 동아리는 16개다. 조합원들은 다양한 형태의 모임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나누고 공동체로써 소통하고 있다.
생협이 말하는 ‘윤리적 소비’란 나와 이웃 그리고 지구환경을 위한 소비가 본질이다. 또한 생협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거래로 연결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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