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미래다 - 야구 매니아 최재욱군

“감동이 있는 야구 해설가가 될래요”

지역내일 2012-02-22



최재욱군(16·월봉중)은 야구에 푹 빠졌다.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도 하루 2~3시간씩 운동장에서 야구연습을 한다. 지난 야구경기를 TV로 다시 보며 경기를 분석하는 것은 기본이다. 인터넷에서 야구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야구게임도 한다. 프로야구 시즌에는 재욱군이 좋아하는 기아 타이거즈 팀을 응원하기 위해 전국의 야구장을 찾아 나선다.
공책에 가상의 야구경기를 기록하는 특이한 놀이도 즐긴다. 프로야구 8개 팀의 대진표를 짜서 두 팀이 경기하는 장면을 떠올리며 타순, 포지션, 스코어 등을 기록하는 것이다. 상상 속 경기지만 이기는 팀은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에 진출한다. 물론 우승팀도 나온다. 3년 연속 재욱군이 응원하는 기아가 우승했다. 이렇게 기록한 노트만 5권이 넘는다.  
이렇게 열렬히 야구에 빠져있는 재욱군은 청소년 야구선수일까? 아니다. 야구해설가를 꿈 꾸는 평범한 중학생이다.
재욱군이 야구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건 2009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기아와 엘지의 경기를 보고나서 부터이다. 공을 치고, 받고, 주자가 타석을 향해 달리는 야구 경기가 재욱군에겐 그 어떤 놀이보다 흥미진진했다고. 흥분한 관중석의 열렬한 응원도 어린 재욱군의 가슴을 한껏 부풀게 했다.
이날 재욱군을 야구장으로 이끈 사람은 아버지 최충섭씨. 최씨 역시 열렬한 야구 매니아로 시간 날 때마다 재욱군과 경기를 관람하고 스포츠 신문을 보며 대화를 나눈다. 재욱군은 “아버지와 취미가 같다보니 대화가 잘되고 사이가 돈독하다”고 자랑한다.
어머니 김선옥(44)씨 역시 아들의 취미를 적극 지원해 주고 있다.
“재욱이가 성격이 밝고 낙천적이에요. 사춘기에 공부만 강요하지 않고 좋아하는 일을 실컷 하게 내버려 둔 덕이 아닐까 생각해요. 남자 아이들은 힘을 발산할 수 있는 운동을 하나쯤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김씨는 재욱이가 야구에 몰두하느라 상대적으로 공부에 소홀한 것도 크게 개의치 않는다.
“공부는 다 때가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 공부에 뜻이 없는 아이를 억지로 책상 앞에 앉혀 놓는다고 공부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스스로 공부의 필요성을 느낄 때까지 기다려 주려고 합니다.”
대신 김씨는 재욱군이 책을 많이 읽도록 유도하는데 그 방법이 재미있다. 재욱군이 갖고 싶어하는 배트, 글러브, 유니폼 등을 그냥 사주지 않고 조건을 거는 것이다. 책 50권을 읽고 독서록을 작성하면 모자 1개를 사주고, 책 120권을 읽고 기록하면 헬멧을 사주는 식이다. 그렇게 해서 중 1때부터 읽은 책이 400권이 넘는다. 어머니 김씨와 재욱군은 “좋아하는 야구도 하면서 책도 읽으니 일석이조”라고 입을 모은다. 
“조금 일찍 야구를 시작했더라면 선수가 됐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재미와 감동이 있는 야구 해설가가 되기 위해 노력할 거예요.”
꿈을 이루기 위해 오늘도 야구장으로 향하는 재욱군의 발걸음이 활기차다.


서다래 리포터 suhdr10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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