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꾸어본 하늘을 나는 꿈. 그 꿈을 이루고도 남을 나이가 지났지만 아직도 갈팡질팡 하는 자가 있다면 그 망설임에 날개를 달아주는 이를 소개해 본다. 현대문명의 힘을 빌려 거대한 굉음과 함께 하늘을 날아오르는 항공기가 아니다. 오로지 힘찬 발돋움질로 날아본 사람만 느낄 수 있다는 비행의 쾌감을 자랑하는 전주 현대자동차 패러글라이딩(회장·김기영) 동호회다.
꿈을 이루기 위해 뭉친 진짜사나이들!
전북에는 10개 시군에 18개의 패러글라이딩 클럽들이 있으며 연합회를 구성해 활동을 해 오고 있다. 그중 전주 현대자동차 패러글라이딩 동호회는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내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모여 뜻을 함께하는 모임으로 회원은 약 20명, 연령층은 다양하지만 주로 40대 중·후반이 주축을 이룬다. 예상과는 달리 회원들의 나이가 심상치 않아 되물었더니 취업난으로 신입사원이 적고, 고가의 장비구입 부담으로 경제적으로 조금 안정되고, 시간적으로 약간의 여유가 있는 마흔을 넘긴 회원들이 꾸준히 활동중이라는 설명이다. 장비값이 등급별로 차이는 있지만 초급용으로 300~400만 원을 호가한다고 하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패러는 하늘을 날며 자유를 만끽 할 수 있는 만큼 위험부담도 따르는 운동이라 사전교육이 철저히 이루어진다. 주말을 이용해 패러 스쿨에서 이론 10시간과 실기 30시간 등 총 40시간, 4주간의 교육을 이수한 다음 클럽에 가입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비행 활공장으로 이동한 초보 패러인들은 탠덤(2인승 비행)비행을 시작으로 하늘을 나는 꿈을 현실로 이루고 또 다시 이어지는 단독비행으로 그 쾌감을 몸소 느낄 수 있게 된다.
끈끈한 동료애로 하나 되어 외롭지 않다
휴일 날 오후에 오른 완주의 경각산, 30여명의 건장한 사나이들이 분주하다. 제법 큰아이의 몸집만한 가방에서 각종 장비를 꺼내고 의복과 안전모를 착용한 채 차례를 기다리며 비행을 대기중이다. 약간의 긴장감이 흐르긴 하지만 ‘하늘을 나르고야 말겠다!’는 그들의 굳은 의지가 엿보이는 순간이다. 각 지역마다 활공장이 있지만 전주, 완주권 클럽들은 대부분 경각산에서 정기모임과 주말에 번개 비행을 한다.
패러는 특성상 혼자 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그래서 항상 팀 단위로 움직여야 하고 원칙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특성이 있어 서로가 서로를 도와주는 팀워크가 중요하다. 간혹 이륙시 나무에 걸려 동료가 위험에 빠진다면 솔선수범해 동료를 구해내는 동료애도 발휘해야 한다고.
패러는 초기비용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배드민턴이나 골프보다 훨씬 경제적이라는 장점과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하나 용기를 내기는 쉽지 않은 법. 뛰어난 체력도 반사신경도 필요 없지만 도전하기에는 두려움을 떨치고 ‘하고야 말겠다’는 열정과 용기가 절실히 필요하다.
새의 기분, 안 날아본 사람은 몰라
92년도부터 시작해 21년째 패러를 타고 있다는 신중건씨. 결혼해서는 만류하는 아내를 일부러 활공장에 데려와 안심시키는 센스까지 발휘한다고.
“제 나이 스물살적엔 이런 레져활동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다 입사를 하고 사내에 동호회가 생겨서 하늘을 나는 기쁨을 맛보게 되었지요. 처음 하늘을 날았을 때는 새의 기분을 느꼈다고나 할까요? 항상 땅에 발을 디디고 살다가 유일하게 벗어나는 이순간이 정말 짜릿해요. 백번 말해도 안 날아본 사람은 이 기분 모릅니다. 이게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쉽게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깐요. 하늘을 나는 것은 다른 경험과는 달리 제겐 아주 특별합니다.”
패러에 빠져 산다는 그의 얼굴엔 세월의 흔적보다 동심의 환한 미소가 더 깊다.
패러 세계에서는 나이가 많다고 형이 아니라 비행경험이 많은 사람이 선배이므로 선후배 관계가 조금 무너지는 때가 있지만, 나이가 많고 적고를 떠나 주어진 안전규칙을 지키면서 클럽에서 내공을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그의 지적이다.
패러는 한순간 흥분케하는 놀이기구와는 달리 그 설렘을 계속 가지고 갈 수 있는 게 매력이다. 서울과 경기와는 달리 전북은 패러 타기에 환경이 열악하긴 하지만 조금 더 머리를 맞대어 상생의 길을 찾아 더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 보는 그 때가 오기를 바란다.
문의 : 010-8643-6060/ 010-7177-3105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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