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기가 퍼지는 봄이다. 하지만 꽃가루 때문에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시도 때도 없이 터지는 재채기와 콧물은 정상적인 생활을 어렵게 한다.
코로 숨 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느끼는 사람들. 바로 알레르기 비염으로 고생하는 이들이다.
학습부진을 초래하는 알레르기 비염
알레르기 비염은 인체 방어기능이 과도해 생기는 면역질환으로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특효약이 없고 자주 재발하며, 증상도 매우 심한 것이 특징이다.
알레르기 비염은 전 인구의 20%가 발병률을 보이며, 아토피가 있는 사람은 발병률이 높다.
또한 콧물, 재채기, 코막힘 등의 코와 관련된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면 염증이 심해져 축농증, 후비루 증후군 등 2차 질환으로 악화되기 쉽다.
축농증은 알레르기 비염이나 비점막 부종, 기타 감염 등으로 인해 코 안 부비동이 막히면서 부비동 내에 분비물이 고여 2차 세균감염이 일어나서 생긴다. 끈끈한 누런 콧물과 코막힘, 두통, 안면충만감, 충혈 등이 나타난다. 코가 막혀 콧물이 목 안으로 넘어가는 증상이 오래되면 후비루 증후군으로 악화돼 만성기침을 유발할 수 있다.
코로 숨쉬기 힘들면 깊은 잠을 자기 어렵다. 따라서 성장호르몬 분비가 잘 이뤄지지 않아 성장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또한 코막힘이 오래되면 뇌로 가는 산소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머리가 멍해지고 두통 및 집중력 저하가 발생하기 쉽다. 시간이 지나면 나아질 거라고 방치했다간 자칫 아이의 학습부진까지 초래할 수 있다.
완치보다 완화
아산두리이비인후과 박세진 원장은 “알레르기 비염은 향수·배기가스·담배연기·기온변화 등에도 쉽게 반응하고 완치가 어렵다”고 말했다.
알레르기 비염 치료는 항원회피요법, 약물치료, 면역치료, 수술 등이 있다.
항원회피요법은 알레르겐을 일으키는 집먼지 진드기, 애완동물의 털, 꽃가루, 황사 등 원인물질과 접촉을 줄이는 방법이다.
박 원장은 “약물요법은 항히스타민제, 스테로이드제, 항류코트리엔제, 비만세포안정제, 비충혈제거제 등이 있다”며 “각기 장단점을 가진 약들은 전문의의 진료 하에 투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증상완화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항히스타민 치료가 알레르기 비염의 1차 치료다.
또한 면역요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레르겐에 노출시켜 몸에서 면역관용을 유도해 증상을 없애거나 약하게 일어나게 하는 방법이지만 안정성 및 적응증에 제한을 받는다”며 “장기간 고비용이 들고 개인마다 효과의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알레르기 비염이 지속되어 하비갑개(비강내 점막)가 비대해지면 약물치료도 호전이 없고 입호흡을 하게 돼 만성두통과 목통증까지 동반된다. 소아환자에게 많이 나타난다. 이 경우 커터, 고주파, 전기 등을 이용하여 하비갑개 축소술을 시행하면 코막힘의 고통에서 많이 해방된다. 입원은 필요 없다. 하지만 재채기나 가려움은 호전되지 않는다.
비염 수술은 알레르기를 없애는 수술이 아니므로 최후의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다른 치료와 병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도솔한의원 정유경 원장은 “재발이 잦고 병원을 오래 다녀도 차도가 보이지 않으면 한의원 치료가 이로울 수 있다. 초기 비염 증상은 3일~1주일 정도의 가루 한약 복용 또는 침 치료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며 “알레르기 비염의 치료는 증상의 정도와 반복되는 횟수를 줄여나가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치료보다 예방, 항원 물질 차단
정 원장은 “비염은 피로·스트레스·수면·음식의 영향도 크다. 호흡기와 소화기 기능을 저하시키는 밀가루 음식, 기름진 음식, 특히 차가운 음식은 최대한 적게 먹도록 하여 면역력을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가 심하게 막히면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생리 식염수로 세척하고, 콧망울 주변을 자주 눌러준다. 임신 초기에 약물치료가 어려울 때 따뜻한 수증기를 코에 쐬면 코막힘이 개선된다. 그러나 천식인 경우는 숨이 차면서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흡입성 천식치료제를 사용하고 병원으로 가야 한다.
수유기의 아이들은 코가 막히면 잘 먹지 못하므로 따뜻한 습기가 가득한 욕실 등 습도가 높은 공간에서 수유하는 것이 좋다.
비염으로 코피를 자주 쏟는 아이들은 50~55% 내외의 적절한 실내습도를 유지시켜주고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시도록 한다. 비강 내 혈관을 건강하게 해주는 연근 음식을 많이 먹도록 한다.
정 원장은 “모든 사람들에게 효과가 좋은 약재는 없다. 코나무로 널리 알려진 유근피나 수세미 등을 집에서 끓여 마실 경우 약인성 간염·간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개개인의 체질과 증상이 다르기 때문에 민간요법 및 집에서 1~2가지 약재만을 끓여 먹는 것은 신중을 기하고, 반드시 한의사와 상담”을 하도록 당부했다.
도움말 : 아산두리이비인후과 박세진 원장, 도솔한의원 정유경 원장
노준희 리포터 dooai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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