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성형외과 이기태 원장
규칙적으로 하는 일들 중에 하나가 한 달에 한 번 정도 수술 전후 사진을 정리하는 것이다. 정리를 하면서 환자들의 달라진 모습을 확인하는 즐거움이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특히 얼굴 전체의 밸런스가 좋아져 이미지가 확 바뀐 경우 더욱 그러하다.
재미있는 것은 성형수술 전후의 촬영을 할 때의 분위기와 표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수술 전이나 수술 후에도 쑥스러워하는 표정은 비슷하나, 수술 전 쑥스러워하는 표정과 수술 후 쑥스러워하는 표정에는 차이가 있다. 수술 전에는 그다지 즐거워 보이지도, 자신감 있어 보이지도 않으며 위축된 모습으로 보이는 반면 수술 후에는 전보다 자신감 있는 표정, 즐거워 보이는 표정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성형 전후 사진에서 표정의 차이를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짓게 된다.
하지만 간혹 수술 전이나 후나 별로 표정 변화가 없는 경우도 있고, 오히려 수술 후 표정이 더 우울해 보이는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를 보면 대부분 수술 결과가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을 경우다.
이런 분들의 사진 속 표정을 보고 있으면 내 자신도 괴롭다. 다른 사람들처럼 즐거운 표정이어야 하는데! 챠트를 살펴보면서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분석을 하기 위해 눈을 감고 수술 전 상담하던 과정과 수술, 그리고 수술 후의 치료 과정을 복기해 본다. 피부를 조금 덜 잘라내서 그런 경우, 수술하면서 과도하게 집중한 나머지 판단에 실수를 한 경우, 뭔가 모르게 내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경우, 상담할 때 설명이 부족했거나 의사 전달이 확실하지 않았던 경우, 재수술인 경우 어쩔 수 없는 제한적인 요인이 있었던 경우 등 다양하다. 원인이 확인되면 다음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 분들의 다음 사진에서는 즐거워하는 표정을 보기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다.
‘항상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이 불가능할지는 모르지만 이런 반성의 시간 덕분에 다음 수술 결과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놓지 않고 있다.
예전에 읽었던 ‘성형의 법칙’이라는 일본 만화책을 다시 읽어 본다. 성형을 결심하게 된 계기, 과정, 성형 후를 짤막한 에피소드로 엮어 놓은 이 만화를 읽다보면 성형 자체가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성형은 내가 행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라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도구가 녹슬지 않고 더 좋은 도구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또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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