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이 마흔, 지금껏 남편과 가족을 위해 살았다면 이제 한번쯤은 외도를 시도해 볼 나이이다. 지나가는 말로 여자가 서른이 넘으면 종교, 남자, 교육에 미쳐 살아간다고 하는데 그래도 셋 중 이왕 미칠 거라면 교육이 낫지 아니한가.
아이들 기르며 남편 뒷바라지에 칩거생활을 자처했던 주부들, 새봄을 맞아 그녀들의 새로운 인생도 시작됐다고 한다.
한자리에 모인 이유야 제각각이지만 기타에 바치는 애정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기타동호회 ‘바람소리(회장 김인영)’를 찾아보았다.
‘기타바람’에 힘입어 더욱 명성을 날리는 ‘바람소리’
‘바람소리’는 평화2동 주민자치센터의 자치프로그램으로 출발해 6년째 이어오는데 사실은 지난해에야 비로소 이 멋드러진 이름과 제대로 된 동호회를 꾸릴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가을에 전주 평생학습한마당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발표회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이름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회원들이 머리를 짜내어 지은 이름이 지금의 ‘바람소리’예요. 마치 기타의 선율이 바람을 타고 흐르는 듯한 느낌을 주지 않나요?”라고 말하는 오수희(46 · 평화동)씨.
오랜 시간 이어온 프로그램이라 이곳을 스쳐간 회원들이 무수히 많다고. “지난해에는 꾸준히 나오는 회원들이 약 20명 정도였는데 언젠가부터 ‘기타바람’이 살짝 불면서 올 3월 들어서는 신입이 많아 회원이 두 배로 늘었어요.”
1주일에 두 번(월 · 목) 두 시간씩 기타를 퉁기며 씨름하는 그녀들은 마음과 달리 손가락이잘 움직여 주지 않는다며 장난 섞인 목소리로 나이듦의 서러움을 호소한다.
연습만큼 큰 실력은 없다!
16세기 초 스페인에서 처음 사용하였다고 전해지는 기타는 현악기로 바이올린의 모습과 흡사하다. 우리 주변에서는 통기타(포크기타)와 클래식 기타, 기타에 증폭기를 장치하여 스피커에서 소리를 크게 나게 하는 전기 기타 등을 흔히 볼 수 있는데 ‘바람소리’는 통기타 동호회이다.
기타는 예로부터 여러 나라의 민속 · 대중음악에서 널리 연주되는 악기로 우리나라에서도 70년대에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
우리나라 통기타 전성시대를 열었던 송창식, 윤형주의 트윈포리오, 김세환 등은 지금도 40~50대 주부들에게 ‘영원한 로망’으로 남아있는데.
독주악기로 또는 합주악기로도 좋은 기타배우기에 여념이 없는 그들이 말하는 한가지는 ‘연습만큼 큰 실력은 없다’이다.
매주 이어지는 기타연습에도 별 신통치 않던 기타실력이 몇 개월을 지나면서 제법 그럴싸해졌다고 하는데 말과는 달리 그 실력이 수준급이다.
남편의 사랑으로 제2의 인생 시작했어요
“그동안 잘 따라주던 아들이 서울로 대학엘 가게 되었지요. 그리고 딸도 고등학생이 되어 제 손이 많이 필요 없게 되었어요. 설상가상으로 남편까지 타지방으로 발령이 나면서 주말부부로 살아야만 하는 운명이 된 거죠. 그때 제게 남편이 안겨준 것이 바로 이 통기타였습니다.”
가족들 뒷바라지 하는 게 오로지 삶의 낙이라 말하는 아내의 가슴속, 가족들의 빈자리에 ‘우울증’이란 어두운 그림자가 찾아올까봐 남편은 걱정되었던 것이다.
이제 그는 가끔 집에서 연주 실력을 뽐낼 자신감도 생겼다. 그럴때면 남편은 ‘잘한다’며 박수를 보내지만, 아이들은 ‘시끄럽다, 아직 멀었다’며 구박을 해도 절대 기죽지 않는다고.
“배움이 끝이 아니라 남을 위해 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공연장에서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좋아하시는걸 보면 제가 더 즐거워요. 가정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에서도 제가 인정받는 기분이라 또 다른 저의 인생의 시작이 된 거 같아요.”
이제는 제법 그 실력이 알려져 각종 행사나 시설에서도 공연 의뢰가 들어온다며 연신 즐거워하는 오수희씨. 남을 위한 마음으로 무장한 그녀는 이미 오래전부터 따스한 등불이었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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