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의동 한주아파트 입구에 자리 잡은 ‘원앙닭갈비’. 평범해 보이는 이 닭갈비 식당에는 색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바쁘게 손님을 맞던 이진화(48)사장이 한가해지면, 식당 한켠 곱게 앉아 십자수 삼매경에 빠지는 것이다. 남자가 십자수를 놓는다는 것부터 평범해 보이지 않지만, 그의 실력을 눈앞에서 보고 나면 감탄사가 절로 난다.
전문가 부럽지 않은 실력을 자랑하는 그가 십자수를 시작한 계기는 그야말로 우연이었다. 학교 과제로 십자수를 하던 딸을 보고 그의 아내가 십자수를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직장을 다니던 아내는 시작한 도안을 완성하지 못했다. “하다 만 것을 보니 아깝더라구요. 제가 도안을 사다줬거든요. 그래서 이것만 완성하자는 마음에 시작했지요.” 하지만 그는 바늘을 내려놓을 수 가 없었다. 십자수는 식당을 운영하면서도 시간을 쪼개서 할 수 있는 좋은 취미생활이었다. 무엇보다 마음이 편안해지고 집중력도 좋아졌다. 학창시절 미술에 소질이 있었던 그에게 십자수 공예는 어릴 적 꿈을 다시 꾸게 만든 것이다.
십자수가 아니더라도 꼼꼼하고 다정한 남편이자 세심하고 부드러운 아빠라는 수식어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이진화 사장. 하지만 그의 이런 모습 뒤에는 놀라운 이력이 숨겨져 있었다. 전직 경찰관에 중국무술, 쿵푸, 태권도가 수준급, 운동이라는 운동은 모두 좋아하는 운동 마니아. 도대체 강하고 거친 이 남자를 이렇게 부드러운 남자로 만든 비결은 뭘까?
그건 아마도 아내와의 사랑인 것 같았다. 경찰관 시절, 병원에서 간호사인 아내를 만났다는 그는 아직도 아내 이야기에 수줍은 듯 미소가 번졌다. 그래서 식당 이름도 원앙닭갈비. 그의 작품 도안의 주제도 모두 사랑이 아닐까. 그가 가장 아끼는 작품 역시 부부가 만나서 평생해로 한다는 해로동혈. 6개월에 거쳐 완성했다는 이 작품은 아들의 결혼 선물로 점찍어 놓았다. 그리고 지금은 딸의 결혼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고.
앞으로 작품들을 식당에 전시해 놓을 계획이라는 이진화 사장은 닥공예도 배울 계획이다. “노녀에 시골에 가서 집 짓고, 사랑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전시하고 싶다”는 그의 공간에 꼭 한번 초대받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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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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