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탐방길-완주 만덕산

만인에게 덕을 베풀며 이름을 이어가는 만덕산

지역내일 2012-03-27

봄비가 촉촉이 대지를 적시자 살랑살랑 꼬리치며 다가오던 봄이 저만치 물러섰다. 새싹을 틔울 준비로 분주하던 새순들도 잠시 머뭇거린다. 세상 만물은 화사하게 변신할 그 기회만 엿보거늘 꽃샘추위는 당체 그 틈을 주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때가 되면 봄은 찾아오는 법. 응달진 비탈에 눈이 녹고, 깊숙한 골짜기에 얼음이 녹아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을 휘감으며 연분홍 진달래를 마중 나가는 완주 만덕산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천고 만고 지역민을 살피며 이름값을 한 만덕산
이미 저만치 와있을 봄을 기대하며 찾은 만덕산. 만덕산(761.8m)은 전북 완주군 상관면, 소양면, 진안군 성수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전주역에서 남원길을 따라가다 완주군 상관면에서 상관저수지에 다다르면 정수사로 향하는 길목이 보인다. 차량으로 10여분정도 깊게 들어가면 정수사가 나오고, 우편으로 하늘과 맞닿아 우뚝 솟은 산이 보이는데 그 산이 바로 만덕산이다.
만덕산의 유래는 한자로 일만만(萬), 큰덕(德)을 써서, 만인에게 덕을 베푸는 산이란 뜻이다. 지역주민들에 의하면, 임진왜란과 6.25를 비롯한 수만은 전란을 겪으면서도 지역주민들이 전화를 입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만덕산이 덕을 베풀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덕산은 시원한 계곡물과 자연경관이 어우러져 여름철에는 피서지로, 능선 곳곳에 빼어난 암릉미를 자랑하는 암봉덕분에 겨울철에는 산악인들의 암벽등반 장소로 많이 애용된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정수사주차장-희천김씨재실-만덕암-감나무군락지-기도터-삼거리-제5쉼터-관음봉-암릉-만덕산정상-전망바위-정수사-정수사주차장으로 내려오는 코스로 약 8킬로미터, 4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부부가 나란히 손잡고 암릉 정복에 나서자!
정수골 입구에서 정수사를 오른쪽으로 끼고 들어가면 왼쪽으로 아담한 희천김씨 재실이 보인다. 재실을 뒤로하고 계속 걸어 올라가면 얼핏 사가처럼 보이는 만덕암이 보이는데 마당에 돌로 쌓은 치성단으로 보아 뭔가 종교적인 의식?이 치러지는 곳임을 알 수 있다. 좌로는 수많은 세월을 함께 한 감나무들과 그 시절 담벼락인 듯 보이는 돌담들이 줄을 지어 늘어서 있다. 삼거리 안내판이 있는 곳에서 발길을 오른쪽으로 옮긴다. 10분정도 오르자 큰 바위 아래 석간수와 양초들이 촛농을 녹이며 서 있었던 흔적이 있는 기도터에 닿는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산행의 시작이다. 기도터에서 오른쪽으로 난 산길로 올라가면 경사가 급한 길이 계속 이어지고 흔히들 ‘지그재그길’ 이라 부르는 곳도 지나게 된다.
그렇게 쉼없이 오르고 오르니 첫 번째 봉우리 ‘삼거리’에 도착했다. 그리고 북쪽 방면으로 10분쯤 올라가면 플라스틱 의자 몇 개만 덜렁 놓여있는 제5쉼터 무명봉에 닿는다. 그곳에서 15분 정도 더 오르면 밧줄을 잡고서야 올라갈 만한 급경사 바위가 나온다. 산아래 동네 어귀에서 보이던 그 암릉이다. 바위중간쯤 올랐더니 꽤나 무섭다. 정상에 오를려면 더 용기를 내야 하지만 여자끼리의 산행에서는 무리일 듯. 이럴 땐 남편의 빈자리가 크다. 바위 중간에서 정수골을 내려다보니 아찔하다.
그리고 암릉을 내려와 우로 한참을 돌아 낭떠러지를 지척에 둔 채 만덕산 정상에 오른다.


천년 고찰 정수사에서 마음을 비우다!
두시간 너머 걸린 산행길이 고되어 이젠 내려갈 마음만 급해진다. 만덕산 정상을 오르기 전 능선으로 돌아와 길인지도 모를 정도로 허술한 흔적을 찾아 하산을 시작하다.
제법 산세가 험한 산이라서인지 사람이 찾은 흔적이 많지 않다. 게다가 며칠 전 촉촉이 내린 비 때문에 평균 경사 50도는 됨직한 산길을 넘어지고 미끄러지며 부상을 막아보려 애를 쓴다. 길도 잃어버릴 지경이다. 오로지 군데군데 가뭄에 콩 나듯 걸린 산악회리본에 의지한 채 발걸음을 옮길 뿐이다.
커다란 바위들로 둘러싸인 바윗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오자 어디선가 폭포수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나 가뭄 때문인지 그 물줄기가 굵지는 않다.
조심스레 한참을 내려오니 등산이 시작되었던 삼거리 안내판이 보이고 정수사에 도착한다.
정수사는 만덕산 자락에 자리한 대한불교조계종 제17교구 본사 금산사의 말사이다. 889년(진성왕 2)에 도선국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데, ''범우고''에 따르면 처음에는 ‘중암(中庵)’이라고 했다가 나중에 그 산수가 청정함으로 인해 지금의 절이름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제법 급한 경사로 난코스란 기억으로 남을 오늘의 만덕산 산행은 정수사에서 속세의 욕심을 비워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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