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신문이 만난 사람 -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김보금 센터장
"한옥생활 체험지도사 들어보셨나요"
전북여성일자리센터 ''틈새'' 공략 화제 … 경력단절 여성 2989명 일자리 연결
전북 전주시 덕진동 전주종합경기장 옆, 우아한 곡선미가 돋보이는 우아한 외형이 한스타일 전통도시의 이미지에 걸맞다. (재)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가 들어선 건물이다. 이 건물은 사실 취업을 희망하는 여성들에게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한 곳이다. 지난해 여성가족부 지원을 받아 161억원을 들여 전국에서 처음 문을 연 여성일자리센터를 여성교육문화센터가 위탁·운영하고 있다. 가사를 위해 일을 그만둔 여성들의 문화와 여가를 위한 교육공간으로 자리잡았던 ''여성회관''에 일자리를 목표로 한 ''취업교육''이 융합된 공간이다.
지난해 9월 센터가 문을 연 후 이 곳은 출산이나 결혼, 가사 등을 이유로 사회적 경력을 중단한 30~50대 여성들의 능력을 개발해 취업은 물론 사회적 기여의 기반을 닦는 곳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 지난해 문을 연 전북여성일자리센터가 맞춤형 교육과 취업 연결로 도내 30~50대 여성의 취업보육기관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김보금 센터장(맨 뒷쪽)이 센터직원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틈새 일자리 공략, 취업자 60% ''괜찮은 곳''으로 연결
일자리를 원하는 여성들을 위해서 만든 취업 종합 서비스 기관을 목표로 출발한 만큼 취업 교육과 일자리 연결에 중심을 두고 있다. 지난해 센터를 통해 교육을 받거나 구직신청을 한 여성이 4000여명. 이 가운데 2989명이 일자리를 얻었다. 취업자 가운데 60%가 상용직 직장을 잡았다. 김보금(53) 센터장은 "일자리를 찾는 여성과 인력을 찾는 기업의 요구와 상황을 꼼꼼히 따져 연결하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기존 여성취업센터가 요양보호사·가사도우미 등 사회서비스 분야에 치중한 것과 달리 전기·전자·식품 등 다양한 분야의 인력을 양성한다. 센터에서 운영중인 교육프로그램만 9개에 달한다. 각종 자격증은 물론 반도체(검사조리원), 식품(품질관리), 탄소기계(장비 설치·정비원), 자동차(부품조립), 정수기(부품조립), 아웃도어(기능사), 급식(조리)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을 실시한다. 과정을 마친 뒤에는 곧바로 취업할 수 있도록 관련업체와 다리를 놓는다. 김 센터장은 "10인 미만의 기업에 대한 20대 청년층의 선호도는 높지 않지만 30~50대 여성의 경우에는 시간활용과 안정성 측면에서 유리한 일자리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른바 ''틈새 일자리''를 찾아낸 것이다. ''2012년 전북방문의 해''를 맞아 한옥마을 관광객을 염두에 둔 ''한옥생활 체험지도사''를 양성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한옥 인테리어는 물론 시설관리, 서비스 매너 등에 대한 이론과 실기를 교육한 후 한옥마을 내 22개 숙박시설과 체험관에 취업을 연결하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한옥은 마루 결을 따라 걸래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주택과 청소방법부터가 다르다"며 "살림경험이 있는 여성이 훨씬 잘할 수 있고 관광객에게 쉽게 알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취업 이후 직장 적응까지 지속적으로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취업률 상승의 계기가 됐다. 해당 기업의 여성화장실이나 쉼터, 수유실 등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줘 기업이 ''여성친화기업''으로 탈바꿈 하는 것을 돕는다. 센터에서의 교육이 전부는 아니다. 도내 14개 시·군을 돌면서 ''찾아가는 일자리센터''를 운영한다. 20여명의 취업설계사들이 농촌의 여성들을 상대로 한 취업상담, 컨설팅에도 나선다. 해당 지역에 있는 기업 인사담당자를 초청해 구직계획을 모아 자료로 축적하는 것도 병행한다.
서선녀 교육사업팀장은 "자동차 부품회사가 많은 완주에서는 자동차부품 조립원을 양성하고, 고등어·뽕잎·오디 등의 전자상거래가 활발하게 진행중인 부안군에선 전자상거래관리자 양성반을 운영하는 등 현장 중심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라고 말했다. 문화강좌·꽃꽂이 등 교양강좌를 주로 해온 각 지역 여성회관이 취업기관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주부들의 거점을 찾아 취업상담을 벌이는 것도 눈길을 끈다. 3개 대형마트와 협약을 맺어 매주 수요일과 목요일 낮시간에 전주시내 대형마트에 취업상담코너를 설치하고 상담과 신청을 받고 있다.
김보금 센터장은 "여성 본인이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지역사회가 돕는다면 결혼이나 가사, 보육의 경험이 취업의 제약이 아닌 훌륭한 경력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문의) 1577-3813, 1899-3813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인터뷰 -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 김보금 센터장
"제2 인생을 꿈꾸는 이들의 공감 동반자 될 것"
지난 1월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에 취임한 김보금(53·사진) 센터장. 임명된 지 100일이 다 됐지만 여전히 ''주부클럽'' 소장의 기억이 짙다. 중학교 교사를 하던 1984년 주부클럽을 이끌던 같은 학교 교장선생님의 권유로 소비자운동과 인연을 맺어 27년을 보냈다. 무용을 전공한 그녀는 ''기왕 시작한 거 제대로 하자''는 생각에 아예 진로를 바꿔 학위까지 땄다. 주부클럽에서 10년 이상 손발을 맞춰온 이들이 대부분 그녀의 제자들이다. 그녀는 "양 기관 모두 세금과 사회적 자산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키고 육성하는 곳이란 점에서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센터장으로 옮긴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센터 직원과 교육생들의 ''기'' 살리기 였다. "취업을 상담하러 왔지만 별로 의지가 안 보여요. 실컷 과정을 수료한 후에 ''내가 취업을 꼭 해야 하나''하고 주저 앉기 일쑤더군요." 도내 성공한 기업인이나 기업 관계자들을 초청해 교육생들에게 목적의식을 심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정규학력이 낮은 여성들에겐 교육에 앞서 충분히 일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는데 집중했다. 김 센터장은 "학력 보다 사회적 경험과 성실함이 더 필요한 일자리가 있는데 지레 포기해서 구인-구직 미스매칭 현상이 반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라고 말했다.
또 취업상담사를 포함한 센터 직원들이 열성을 갖고 교육생과 방문자들을 대하면 교육성과도 그만큼 좋아진다는 판단에서다. 그녀는 "1주에 평균 2000여명이 센터를 다녀가는데 직원들의 말 한마디에 크게 고무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취임 후 매월 150명의 도내 여성 오피니언이 참여하는 ''화요 간담회''를 열고 있다. 여성의 사회적 기여의 공간을 만들자는 취지다. 김 센터장은 여성교육문화센터가 문화와 취업은 물론 장기적으론 ''여성''의 제반 문제를 놓고 지역단체들이 총의를 모으는 소통의 공간이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김 센터장은 "30~50대 여성들의 마음 속에 잠자고 있는 ''열정''을 깨워주고 능력을 펼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센터를 기대해도 좋다"고 자신했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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