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고 삼총사가 쓴 ‘강동?송파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진로 고민’
‘진로 없는 아이들’ 성적에 치여 꿈조차 꾸지 못하다
문과, 이과 중 어디가 내 적성에 맞을까?, 대학에서 전공을 무엇으로 정할까?, 사회인이 되면 무슨 직업을 가질까? 청소년기의 공통적인 관심사다. 강동구 선사고 학생 셋이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진로에 대한 생생한 고민을 조사했다. ‘고딩’의 시선에서 본 또래들의 속내와 고민거리를 솔직하게 들려주었다.
고교입학 후 같은 반이 되어 늘 뭉쳐 다녔던 이현지, 이가운, 조윤미 학생. 셋 다 진로 때문에 고민이 많았던 터라 학교에서 공모한 연구 논문도 자연스럽게 ‘진로’를 테마로 잡자고 의견일치를 보았다. 이렇게 해서 ‘강동,송파구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의 진로에 대한 고민’ 논문은 완성되었고 전교생을 대상으로 한 발표 대회에서 은상을 탔다.
- ‘갈팡질팡 중위권’. 성적과 진로의 상관 관계에 대한 설문이 흥미롭다
인문계고, 외고, 전문계고까지 두루 조사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선사고를 비롯해 광문고, 영파여고, 한영외고, 잠실고, 성수공고, 성덕여상 등 총 8개 학교 6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을 했고 따로 집중 인터뷰도 진행했다.
성적이 상위권, 중위권, 하위권에 따라 뚜렷한 특징이 나타났다. 공부를 잘할수록 일찌감치 의사, CEO 등 뚜렷하게 정한 목표가 있었다. 하위권도 성적이 좋지 못하니까 일찌감치 공부를 접고 가수, 카페 주인, 기능인 등 본인에게 맞는 진로를 결정했다.
반면 중위권이 제일 문제였다. 공부를 따라 잡기에는 상위권의 벽이 너무 높았고 그렇다고 공부를 놓아버릴 수도 없는 상황이라 스트레스가 제일 심했다. 다들 성적 고민 때문에 진로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특히 “성적이 안 되는 내가 뭘 하겠니? 나보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저렇게 많은데 내가 꿈을 가진들 이룰 수 있겠니?”라고 답하는 중위권 학생들의 푸념이 안타까웠다. 한마디로 ‘성적순’에 치이다 보니 자신감이 부족했다.
- ‘진로는 뒷전, 성적이 먼저’. 숲은 외면하고 나무만 보더라
1학년 학기말에 설문조사를 했는데 본인의 진로를 확정했다는 응답율이 37% 밖에 되지 않았다. 한 남학생은 “성적이 계속 떨어져 너무 힘들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태평하게 장래 진로를 고민하겠느냐. 일단 성적을 올리는 게 최우선이고 진로는 그 다음 문제다” 라고 시니컬하게 답변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공부한다’ ‘성적과 진로 중에서 진로부터 고민해야 한다’는 ‘상식’이 고교생들 사이에서 통하지 않았다.
- ‘안전지향’. 고교생들의 직업선택 기준이 애늙은이 같다
진로를 확정했다는 아이들의 장래 직업은 의사, 선생님, 철도공무원, 공학자 등이었다. 공통적으로 도전적인 직종이 없었다. 다들 직업 선택의 잣대는 ‘돈과 안전성’이었다.
게다가 학생들이 알고 있는 직업의 종류 자체가 다양하지 못했다. 특이한 점은 진로에 대한 고민은 친구들에게 많이 털어놓지만 정작 본인 진로 결정 시 중요한 상담 대상으로 부모님을 많이 꼽았다. 의미심장한 결과다. 또래끼리는 ‘동병상련’의 동질감을 느끼지만 사실 경험치가 엇비슷하다 보니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다. 아무래도 인생 경험이 많은 부모님의 의견, 조언에 귀 기울이는 학생이 많았다.
- ‘진로 정보에 까막눈’ 가이드가 필요하다
진로체험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선사고에서는 지난해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진로직업박람회에 전교생이 참여했다. 수십 개의 직업체험 부스에서 다양한 자료를 얻고 현직 종사자를 만났다. 또 전문 직업상담사와 1:1 상담을 하며 큰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대다수 고교생들은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조차도 모른다. 도리어 우리에게 언제, 어디서 열리냐고 묻더라. 진로정보 온라인 사이트도 많이 이용하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논문을 쓰면서 테스트 삼아 진로 상담글을 해당 홈페이지에 올려 보았는데 성의 있으면서 알찬 내용 내용의 답글이 올라왔다. 이처럼 좋은 상담 루트가 널려있는데 활용을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 삼총사, 논문 통해 뭘 배웠나
논문을 재미있게 썼다. 또래를 인터뷰하며 속마음을 들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고 큰 공부가 되었다. 우리 셋 모두 중위권 성적이다. 그래서 성적 갈등이 심하고 진로도 결정짓지 못하는 ‘중위권의 비애’를 누구보다 잘 안다. 논문을 준비하면서 ‘학생들의 문제점’을 냉정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각자의 진로를 결정짓는데 큰 분수령이 되었다. (이현지양은 방송작가, 이가운군은 공무원, 조윤미양은 마케팅 분야로 진로를 결정)
어른들한테 바라고 싶다. 성적 때문에 주눅 든 우리 학생들에게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너희도 잘 할 수 있다’고 격려 좀 해 달라. 그래야 자신감을 얻고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다.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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