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지금 찬란한 소문을 퍼뜨린 것일까. 온 동네 골목길이 수줍은 듯 까르르 웃고 있다.’ 천양희 시인이 쓴 ‘이른 봄의 시’다. 곧 피어날 설레는 봄을 맞아 한 권의 책으로 마음을 깨운 뒤 꽃구경을 준비하는 건 어떨까. 그래서 물었다. 지난 5년 간 책읽기에 몰입해온 인문고전읽기 모임 ‘책고파’ 회원들에게. 봄에 읽으면 좋을 풋풋한 책들을 추천해달라고.
전병헌의 ‘비타민 복지’ - 김영옥 씨
최근에 전병헌 씨 인터뷰를 봤어요. 용감한 사람이더라고요. 요즘 사회 이슈에 관심이 많아져서 이 책을 추천해요. 한국 정치에도 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주부들의 화제는 일상에 제한돼 있는데요. 우리들은 다방면의 지식을 엉뚱하고 재미나게 풀어내며 상상의 세계를 경험하죠. ‘우리는 결국 아기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던 피카소가 생각나는 그런.
잭 런던의 ‘야성의 부름’ - 나정선 씨
자유와 깊은 사랑의 중요성을 알려준 책이에요. 탁월한 묘사와 익살스러운 문장들이 저를 웃게 했지요. 표현이 기발한 ‘시간의 자궁’이라는 구절이 좋아요. 본성, 자신보다 더 깊은 본성의 일부, 생명의 가장 심오한 상태 또는 아무 것도 개입되지 않은 순수한 본연의 모습을 표현한 부분들이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저는 책을 폭독(暴讀)하는 버릇으로 살아요.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 - 이맹희 씨
이 책을 읽고 복닥거리는 현실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었어요. 책을 통해 욕심을 버렸고 마음을 넓히는 용기도 갖게 됐죠. ‘뼈 가까이 있는 살이 맛있듯 뼈 가까운 검소한 생활도 멋진 것’이라는 구절이 마음에 들어요. 도서관 책을 대여하기보다는 사는 버릇이 있어요. 책고파는 회원 숫자만큼의 이야기와 삶의 지혜와 위로와 성장이 있어서 좋아요.
하진의 ‘니하오 미스터 빈’ - 이현주 씨
책이 얇고 문체가 간결하며 행동하는 지식인이 주인공이죠.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교훈을 얻었어요. ‘고결한 사람들은 행동이 기억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선행하려 애쓰고 사악한 사람들은 행위가 기록되는 게 두려워 자기를 억제하려고 애쓴다‘는 문장을 좋아해요. 지금은 조지오웰을 찾아 읽고 있는데 전작 읽기는 제 취미예요.
우에노 치즈코 & 노부타 사요코의 ‘결혼제국’ - 이소연 씨
여성인권활동과 결혼생활을 경험하며 결혼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자각이 일어났던 이 책을 추천해요. 행복한 삶을 위한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지요. ‘결혼은 상식이나 평범함에 쉽게 편승하거나 그것과 손잡고 몸과 마음을 물들여가는 것’이라는 구절이 좋아요. 여유를 두고 천천히 읽기보다는 꾸벅꾸벅 졸면서 읽는 책이 더 맛있습니다.
TIP 인문고전읽기모임 ‘책고파’
인문고전읽기모임인 ‘책고파’는 지난 2008년 결성됐다. 학원을 운영하는 김영옥(46), 주부기자 김인심(46), 공인중개사 나정선(43), 독서지도사 이맹희(43), NGO 활동가 이소연(33), 목사 이윤숙(40), 부천시문화예술과 모니터 이현주(42) 씨 등 7명이 모여 있다. 다양한 직업군의 이들은 매 달 한 번씩 만나서 읽은 책의 내용을 토론한다. 책 속 이야기를 현실과 접목시키며 산다는 이들의 인내심은 탁월하다. 책 읽는 가운데 주목했던 내용들을 피드백하며 만나다보니 지난 5년 동안의 공생관계를 잇고 있어서다. 현재 회원들은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 250권에 도전하던 중 외도에 들어섰다. 팟캐스트 ‘나꼼수’로 이슈화된 책 ‘닥치고 정치’, ‘건투를 빈다’, ‘지식의 권유’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책고파가 사랑하는 인문고전은 그리스인 조르바의 내면을 따라가는 코스, 그녀들의 건투를 빈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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