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수로 13년 간 부천여성의전화(이하 여성의 전화)와 함께 한 여성이 있다. 지난 달 9일일곱 번 째 회장으로 선출된 손순란(49, 중동) 씨다. 그녀는 지난 2000년 여성의 전화 회원으로 입문했고 그 해 11월 첫 번째 성폭력 상담교육에 참여하면서 지역 여성 운동의 중심에 서게 됐다. 부천여성의 전화를 “언제든지 열려있는 편안한 공간”이라고 소개하는 손 회장을 지난 15일 만났다.
# 한결같은 마음 알아준 회원들과 ‘동행’
“여성인권과 남녀차별을 알려줬고 있는 그대로의 저를 인정해준 부천여성의 전화를 사랑합니다.” 손 회장은 인터뷰 내내 스스로를 ‘소심하고 말도 못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눈빛은 남달랐다. 굽히지 않고 가시밭길을 개척해가는 바른 사람의 뚝심이 느껴졌다. 그녀는 맡은 일을 소처럼 우직하게 해내기로 소문난 여성이다. 처음 성폭력상담을 수강한 후 소모임에만 참여하다가 서서히 여성의 전화의 매력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는 그녀의 이력은 이렇다. 2000년 여성의 전화 준비모임에 참여했고, 2001년 면접상담을 시작 운영위원직을, 2003년에는 이사 활동을, 작년 부회장 활동에 이어 회장으로 취임했다. “지난 취임식 때 많은 회원들의 관심과 환호가 감동이었어요. 그래서 최선을 다하려는 각오가 커졌죠. 한결같다며 변함없이 지지해준 회원들께 감사드립니다.”
# 찾아가는 성(性)교육과 캠페인 사업에 ‘충실’
“무조건적이었죠. 여기까지 오는 동안 힘닿는 데까지 열심히 일했어요.” 손 회장은 지금까지 어려운 일은 없었다고 말한다. 여성의 전화가 움직였던 여성인권 양성 교육과 캠페인, 찾아가는 성교육 등 다양한 사업들에 그저 성실히 참여해서다. 그녀는 ‘찾아가는 성교육’을 대표 사업으로 소개한다. 2006년부터 초, 중, 고등학교를 찾아가 2010년까지 총 754건을 진행한 집단 성교육이다. “효과적인 성교육 전달을 위해 반별 소규모의 체험식교육을 진행하고 있어요.” 아울러 해마다 바자회와 후원의 밤을 통한 수익금은 재정 마련과
성폭력피해자 지원에 쓴다. “음식 만들고 티켓 판매하는 바자회에 힘을 쏟다가 병원 치료를 받기도 했어요. 그러면서도 끝까지 남았던 건 큰 욕심없이 임무에 충실하려고 했기 때문이었지요.” 다만 손 회장은 바깥 활동을 하는 동안 자신의 아이들에게 신경 쓰지 못한 점이 마음에 쓰였다고 했다. 그러나 아이들을 과보호하는 요즘 부모들과 달랐던 그녀의 선택은 옳았다. 잘 자라줬고 엄마가 대단하다고 말하는 아들을 보면 흡족해지니까.
# 올해 사업은 회원 만남에 ‘집중’
“여성의 전화는 민간단체여서 재정 상태가 항상 열악해요. 10년 넘는 세월 속에서 믿을 언덕은 회원님들이지요.” 손 회장의 역점사업은 현재 400명인 ‘회원과의 만남’이다. 올해는 50명이 목표다. “활동 뜸한 회원을 먼저 만나 여성의 전화에 바라는 것과 지향할 점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면서 정을 나누렵니다.” 새로운 시도도 있다. 바로 ‘텃밭모임’이다. 오정동에 텃밭을 분양해 신선한 채소를 길러서 번개 산책을 시도할 예정. 또한 ‘성폭력 상담원 교육’이 수강생들의 전폭적인 지지로 진행 중이며 5~6월에는 중, 고등학생 대상의 ‘성(性)의식 조사’를 계획 중이다. “여성의 전화는 전화만 받는 곳인 줄 알고 계셔요. 하지만 저희는 지역에서 많은 일을 합니다. 부천시민 여러분, 여성의 전화 교육과 캠페인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 우리 함께 손잡고 지역의 희망적인 미래를 바라봐요.”
TIP 부천여성의 전화가 하는 일
부천지역의 여성정책 및 여성주간모니터링, 여성인권을 위한 연대, 지역여성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힘쓴다. 또한 청소년 대상의 ‘NGO 체험’과 ‘청소녀 캠프’, 여성을 위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아줌마, 인문학을 만나다‘ 등의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더불어 성폭력 전문상담원과 여성주의 인권교육 강사 양성, 성폭력과 가정폭력, 성매매, 직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 양성평등교육과 출강을 진행한다. 5월에는 가정폭력 없는 평화의 달 캠페인을, 11월은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기념 캠페인,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홍보 활동도 하고 있다. 또한 부천여성의 전화 기관지인 ‘젠더프리’와 ‘경계를 넘어서’를 발행하며 활동을 널리 알리고 있다.
임옥경 리포터 jayu77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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