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어린이들을 불량식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정한 ‘그린푸드 존(어린이식품안전보호구역)’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학부모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학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불량식품. 고열량·저영양식품으로 판별되거나
합성착향료, 합성착색료 등 수십 가지 화학첨가물이 들어있다.
영양성분 표시가 없는 제품도 있다.
◆ 그린푸드 존 팻말 앞에서 버젓이 불량식품 팔아 = 지난 7일 천안 쌍용동의 한 초등학교 주변 문구점. 문 밖에 붙은 ‘어린이식품안전보호구역 GREEN FOOD ZONE’이라는 팻말이 무색하게 문구점 안에는 수십 가지의 불량식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하교시간이 되자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문구점에 들러 100원, 200원 짜리 불량식품을 골라들었다. 불량식품을 먹는 아이들의 입은 색소 탓에 퍼렇게 물들었고, 양손은 과자에서 나온 설탕과 기름으로 끈적거렸다.
두정동의 한 초등학교 앞도 마찬가지. 이곳은 만두와 소시지, 닭꼬치 등을 전자렌지에 데워주는 즉석식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만두와 닭꼬치의 포장에는 냉동식품이라는 표시가 있었지만 실온에 진열돼 있어 제품의 변질이 의심됐다.
두 곳뿐만이 아니다. 그린푸드 존으로 지정된 천안의 초·중·고 앞 10여 곳의 문구점을 돌았지만 500원 이하 저가 불량식품을 판매하지 않는 업소는 단 한군데도 없었다.
이곳에서 40여종의 과자와 캔디류를 구입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고열량·저영양식품판별프로그램’으로 판별해보니 ‘콜라볼’, ‘콜라맛제리’, ‘쭈쭈’, ‘놀라운새콤솜사탕’ 등의 제품이 고열량·저영양식품으로 나왔다. ‘고열량·저영양식품’이란 식약청이 정한 기준보다 열량이 높고 영양가가 낮은 식품으로 비만이나 영양불균형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어린이 기호식품을 말한다.
고열량·저영양식품으로 판별되지 않은 제품들도 합성착향료, 합성착색료 등 수십 가지 화학첨가물이 들어있고 영양성분 표시마저 없는 제품도 있었다. 또 원산지가 대부분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었으며, 유통기한이 2년 이상 남아있는 제품도 많아 제조일자 표시 규정의 준수 여부도 의심스러웠다.
쌍용동 한 문구점 앞에서 만난 박 모(10·초3)군은 “엄마가 먹지 말라고 하지만 가격이 싸고 맛있어 학교를 오가는 길에 자주 사먹는다”고 말했다.
유해식품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들이 어른보다 더 심각하게 유해식품에 노출돼 있었다.
◆ 관계기관 관리 손 놓고 있나 = 올해로 시행 4년째인 ‘그린푸드 존’은 학교 주변 200미터 안에서 어린이 건강을 해치는 건강저해식품과 불량식품 등의 판매를 금지하는 제도이다.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에 따르면 식약청과 지자체, 교육청이 관리와 교육의 책임이 있다. 그러나 관계기관 중 어느 곳 하나 책임 있는 답변을 하는 곳이 없었으며 심지어 다른 기관에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식약청 식생활안전과 관계자는 “전담관리원이 월 2회 정기적으로 그린푸드 존을 위생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담관리원이 관리하는 것 맞나? 실제 학교 주변에서 불량식품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고 하자 “왜 관리를 안 한다고 하나. 불량식품을 판매하는 업소가 있으면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라”는 어이없는 답변을 했다.
전담관리원이 있다는 식약청의 말과 달리 천안시 환경위생과 위생관리팀 관계자는 “인력부족으로 전담관리원을 두지 못하고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이 지도점검 사항이 있을 때 사안별로 일반음식점 집단급식소 어린이기호식품판매업소 등을 모두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월은 어린이기호식품판매업소 특별지도단속기간이라 각 구청별로 단속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김민정(불당동)씨는 “3월이 특별단속기간인 것 맞나. 학교 앞 문구점에서는 일 년 내내 불량식품을 판다. 단속을 강화해서 불량식품이 학교주변에서 사라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주(두정동)씨는 “소비자보호기관이 모니터링 활동을 강화했으면 좋겠다. 안되면 학부모단체라도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른들의 무관심과 관계기관의 방치 속에 그린푸드 존은 유명무실해 지고 있다.
서다래 리포터 suhdr10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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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불량식품. 고열량·저영양식품으로 판별되거나
합성착향료, 합성착색료 등 수십 가지 화학첨가물이 들어있다.
영양성분 표시가 없는 제품도 있다.
◆ 그린푸드 존 팻말 앞에서 버젓이 불량식품 팔아 = 지난 7일 천안 쌍용동의 한 초등학교 주변 문구점. 문 밖에 붙은 ‘어린이식품안전보호구역 GREEN FOOD ZONE’이라는 팻말이 무색하게 문구점 안에는 수십 가지의 불량식품이 진열되어 있었다.
하교시간이 되자 학교를 마친 아이들이 문구점에 들러 100원, 200원 짜리 불량식품을 골라들었다. 불량식품을 먹는 아이들의 입은 색소 탓에 퍼렇게 물들었고, 양손은 과자에서 나온 설탕과 기름으로 끈적거렸다.
두정동의 한 초등학교 앞도 마찬가지. 이곳은 만두와 소시지, 닭꼬치 등을 전자렌지에 데워주는 즉석식품도 판매하고 있었다. 만두와 닭꼬치의 포장에는 냉동식품이라는 표시가 있었지만 실온에 진열돼 있어 제품의 변질이 의심됐다.
두 곳뿐만이 아니다. 그린푸드 존으로 지정된 천안의 초·중·고 앞 10여 곳의 문구점을 돌았지만 500원 이하 저가 불량식품을 판매하지 않는 업소는 단 한군데도 없었다.
이곳에서 40여종의 과자와 캔디류를 구입해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고열량·저영양식품판별프로그램’으로 판별해보니 ‘콜라볼’, ‘콜라맛제리’, ‘쭈쭈’, ‘놀라운새콤솜사탕’ 등의 제품이 고열량·저영양식품으로 나왔다. ‘고열량·저영양식품’이란 식약청이 정한 기준보다 열량이 높고 영양가가 낮은 식품으로 비만이나 영양불균형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어린이 기호식품을 말한다.
고열량·저영양식품으로 판별되지 않은 제품들도 합성착향료, 합성착색료 등 수십 가지 화학첨가물이 들어있고 영양성분 표시마저 없는 제품도 있었다. 또 원산지가 대부분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이었으며, 유통기한이 2년 이상 남아있는 제품도 많아 제조일자 표시 규정의 준수 여부도 의심스러웠다.
쌍용동 한 문구점 앞에서 만난 박 모(10·초3)군은 “엄마가 먹지 말라고 하지만 가격이 싸고 맛있어 학교를 오가는 길에 자주 사먹는다”고 말했다.
유해식품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들이 어른보다 더 심각하게 유해식품에 노출돼 있었다.
◆ 관계기관 관리 손 놓고 있나 = 올해로 시행 4년째인 ‘그린푸드 존’은 학교 주변 200미터 안에서 어린이 건강을 해치는 건강저해식품과 불량식품 등의 판매를 금지하는 제도이다.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에 따르면 식약청과 지자체, 교육청이 관리와 교육의 책임이 있다. 그러나 관계기관 중 어느 곳 하나 책임 있는 답변을 하는 곳이 없었으며 심지어 다른 기관에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모습을 보였다.
식약청 식생활안전과 관계자는 “전담관리원이 월 2회 정기적으로 그린푸드 존을 위생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담관리원이 관리하는 것 맞나? 실제 학교 주변에서 불량식품을 버젓이 판매하고 있다”고 하자 “왜 관리를 안 한다고 하나. 불량식품을 판매하는 업소가 있으면 관할 지자체에 신고하라”는 어이없는 답변을 했다.
전담관리원이 있다는 식약청의 말과 달리 천안시 환경위생과 위생관리팀 관계자는 “인력부족으로 전담관리원을 두지 못하고 소비자식품위생감시원이 지도점검 사항이 있을 때 사안별로 일반음식점 집단급식소 어린이기호식품판매업소 등을 모두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월은 어린이기호식품판매업소 특별지도단속기간이라 각 구청별로 단속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다. 김민정(불당동)씨는 “3월이 특별단속기간인 것 맞나. 학교 앞 문구점에서는 일 년 내내 불량식품을 판다. 단속을 강화해서 불량식품이 학교주변에서 사라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선주(두정동)씨는 “소비자보호기관이 모니터링 활동을 강화했으면 좋겠다. 안되면 학부모단체라도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어른들의 무관심과 관계기관의 방치 속에 그린푸드 존은 유명무실해 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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