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대명절 ‘설날’이 지났다. 우리나라 여성 대부분은 명절과 함께 오는 ‘명절증후군’을 겪게 되면서 그다지 명절을 반기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세계 그 어느 나라의 의학 서적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질병 아닌 질병 ‘명절증후군’이 오로지 우리나라에서만 매년 두 차례 찾아와 우리 주부들을 심리적·신체적으로 힘들게 하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오랜 이동시간, 허리가 굽어질 정도의 노동시간, 번잡한 치운상 또 차리기 대신 대한민국 주부들이 살짝 꿈꾸어보는 명절 풍경, “나는 이런 집 부럽더라!”
Talk 1 명절 당일에 친정에 가고 싶어요!
김영주(37·주부) “정초부터 남의 집에 가는 게 아니다!”라는 남편의 개똥철학 탓으로 결혼한지 13년이 지났는데도 명절날 친정에 가 본적이 없어요. 당신 누이들은 모두 제사만 모시고 나면 친정으로 쫓아오는데 나만 오는 손님(시누이들 포함)을 위해 차리고, 치우고, 쓸고, 닦고, 정리하고를 반복하며 시댁을 지킵니다. 물론 남편의 의도는 잘 압니다. 원체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는 사람이라 모처럼 온 가족을 만날 수 있는 명절을 놓치기 싫어서겠지요. 하지만 이제는 남편도 아이들도 당연시 하는 게 싫습니다. 몸 아프신 친정엄마와 당신 손으로 직접 엄마의 하루 세끼를 챙기시는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픕니다.
선배 언니들은 ‘처음부터 습관을 잘 들였어야지’라는 말로 저를 달래지만 친정 부모님에 대한 저의 죄송스러움은 자꾸만 커져가요.
Talk 2 명절 끼고 가족여행 가고 싶어요!
최영자(43 자영업) 저는 전주에 살고 있지만 명절이 다가오면 익산에 홀로계신 시어머니를 모시고 일산에 계신 형님집으로 역 귀경을 합니다. 여느 집 며느리처럼 일찍 시댁 가 음식준비를 해야 하는 부담은 줄지만 전주에서 일산까지 세 아이를 데리고 여섯식구가 대여섯 시간씩 이동하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부터 소원하나가 생겼습니다. 명절 날 국내나 아님 해외여행을 다녀오면 좋겠다는 거지요. 조상님께는 벼락 맞을 소리일지 몰라도 장시간 이동해 맞이한 가족간의 어색한 침묵의 시간들이 모두에게 즐거운 시간이라 장담할 순 없으니깐요.
그것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음식준비 마치고 찜질방에라도 가서 같이 수다 떨며 편히 쉬었다 오면 좋겠어요. 그럼 명절날 차례상 올리고 환한 미소로 조상님을 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Talk 3 시부모님께 봉투엔 든 세뱃돈 받고 싶어요!
최경희(40 회사원) 결혼 만 12년 차입니다. 우리에게 명절은 추석과 설 이렇게 두 차례 있는데 추석엔 그냥 지나치지만 그래도 설날엔 세배를 올리고 받는 풍습이 있지 않습니까? 최근 나이 40이 넘어도 세뱃돈은 받고 싶어한다는 어떤 조사 결과를 본적이 있는데요. 저도 그 중 한사람입니다. 물론 저희 시부모님도 만원짜리 몇장씩을 세뱃돈으로 주시긴 합니다만 저는 그보다 절 위해 준비한 세뱃돈을 받고 싶습니다. 적은 돈이라도 봉투에 고이 넣어 “며늘아가 음식하느라 애썼다. 잘 쓰거라”라며 덕담과 함께 주시는 세뱃돈은 고단했던 명절의 피로를 한방에 날려버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적은 돈이라도 저를 위해 준비한 시부모님의 정성, 그러면 기분이 훨씬 좋아질 것 같아요.
복에 겨운 소리인가요?
Talk 4 동서가 많아 음식을 나누어서 해 오면 좋겠어요!
김금주(42 주부) 원래 저는 큰 며느리이고 아래로 동서 하나가 있는데 얼굴 보기가 힘든 처지예요. 그래서 저는 동서 많은 집이 부러워요.
요즘은 가족들이 멀리 떨어져 살다보니 시댁에 도착하는 시간이 다 다르잖아요. 그러니 늘 일을 많이 하는 사람과 적게 하는 사람으로 나누어져 동서간에 빈정이 상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조금씩 나누어 자기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오는 집이 있더라구요.
사실 시댁에 모이면 양념이며 음식재료가 어디있는지도 잘 모르고, 시어머니가 미쳐 준비해 놓지 않으시면 멀리서 내려와 장보고 준비해 음식만들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거든요.
그럴 때 각자 집에서 몇가지씩 준비해 온 음식을 며느리들이 보따리 보따리 풀면 풍성한 명절 되지 않을까요? 물론 집에서 동서 여럿이 둘러앉아 그동안 밀린 이야기 나누며 음식준비 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게 어렵다면 각자 나누어서 음식을 해 오는 방법도 좋을 것 같아요.
이 밖에도 친정 부모를 일찍 여읜 주부는 ‘명절날 갈데가 없다. 친정부모님이 살아계셔 찾아갈 친정이 있다는 것 자체가 부럽다’, ‘명절 날 준비다 해놓고 오랜만에 만나 친척들끼리 노래방도 가고 윷놀이도 하며 놀이문화가 있는 집이 부럽다’, ‘제사 없는 집이 부럽다’ 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요즘은 남편들도 장시간 운전하느라 힘들고, 처녀 총각들도 시집 장가가란 말에 명절이 싫다며 손사래를 친다는데 국민 모두가 즐겁고 행복한 명절을 위해서는 이제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임은 확실하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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