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가족

지역내일 2012-03-03
가끔 남성클리닉에 여자들이 문의전화를 하는 경우가 있다.
며칠 전 어떤 중년 부인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아주 교양있는 분 같았다.
“원장님, 제 아들 녀석이 대학생인데 아직 포경수술을 못 시켰어요. 원장님이 직접 수술을 해주셨으면 하고 전화를 드렸어요. 부탁드립니다.”
수술을 예약하고 전화를 끊고 나니 ‘거 참 이상하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생이 된 놈이 그래 포경수술 하고 싶으면 지가 제 발로 걸어와서 수술을 받아야지 아버지도 아니고 어머니가 전화를 하게 한다는 것이 우스웠다. 마마보이?
그런데 수술 예약시간에 그 대학생 녀석이 왔는데 혼자서 온 것도 아니고 어머니랑 온 것도 아니고 아버지랑 온 것이다. 키도 크고 아주 잘생긴 청년이었다.
마마보이는커녕 명문대 다니는 엘리트였다.
“아드님 혼자 보내시지 아버님이 같이 오셨어요?”
“아들 녀석 수술도 시키고 저도 상담을 좀 받으려고 같이 왔습니다.”
사람 좋아 보이는 50대 중반인 아버지는 발기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치료를 받고 싶다고 했다.
간단한 검사를 하고 알맞은 처방을 해드렸다.
“원장님, 저 녀석 몇 년 지나면 장가를 들게 될 텐데 포경 수술 하는 김에 음경 확대술을 해주고 싶네요. 본인에게 의사를 물어봤는데 싫어하는 것 같지 않아요.”
수술을 하면서 대학생에게 말했다.
“자네는 참 자상한 부모님을 두셨어.”
그들을 보내고 난 뒤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다.
남성 클리닉에 전화를 걸어서 아들의 포경수술을 상의한 중년의 어머니.
이제는 발기력이 떨어질 나이임을 인정하고 아들의 포경수술 받는 김에 같이 찾아와 자신의 상태를 진찰받고 치료받는 중년의 아버지.
포경수술을 받는 김에 아들에게 음경확대술을 받게 하는 아버지.
그리고 아버지에게 본인의 뜻을 솔직하게 밝힌 아들.
아마 그 가족은 지금까지도 단란하게 살아왔을 거고 앞으로도 행복하게 살게 될 것 같다.



길맨비뇨기과의원
최민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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