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 건물이 즐비한 도심 한복판에서 농사를 짓는다. 화학비료와 농약, 비닐 멀칭이나 밭갈이도 하지 않고 오로지 유기물 멀칭만으로 밭을 만든다. 도시 곳곳 빈 땅에 밭을 일궈 척박한 땅을 살려내고 생태계의 균형을 회복시킨다.''
시민농장사업단 준비위원회 김용기 대표가 추구하는 자연순환농법을 이용한 도시농업이다.
허황된 꿈처럼 들리지만 실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쿠바의 아바나가 그 예다. 최근 생태도시로 각광받고 있는 아바나는 대형 관공서 앞이나 쓰레기장 등 버려진 땅을 이용해 8000여개의 도시농장을 만들었다. 도시농장에서 생산된 농작물은 직거래 판매장에서 시중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판매돼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쿠바 정부가 생존을 위해 자구책으로 선택한 도시유기농업이 쿠바의 식량자급률을 95%이상 끌어올리며 세계적인 모범사례가 됐다.
김 대표 역시 쿠바에서 고안한 ‘오가노포니코’ 방식으로 자연순환농법을 실험하고 있다.
‘오가노포니코’란 콘크리트 벽돌과 돌, 합판 등으로 화단을 쌓아 일종의 흙상자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젖은 풀, 낙엽, 농업부산물(고구마 줄기, 옥수수 대 등 작물을 수확하고 버려진 것)을 수북이 덮어 유기물 멀칭을 한다. 유기물 멀칭은 흙이 마르는 것을 막아 주고 다양한 벌레와 곤충, 미생물이 살 집을 만들어 주는 중요한 작업이다. 몇 차례 멀칭이 끝난 밭은 숲과 같은 환경이 된다. 이 밭에 원하는 작물을 심고 자연의 순환에 따라 작물이 자라기를 기다리면 된다. 그래서 김 대표는 자연순환농법을 ‘게을러야 지을 수 있는 농사’라고 표현한다.
‘농부학교’ 열어 도시농업 홍보 계획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청당동에 유휴지를 빌려 도시농업을 시작했다. 주변에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을 모아 흙상자 밭을 일구고 시금치를 심었다.
초보 농사꾼인 탓에 밭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실험삼아 심은 시금치가 ‘생각 외로’ 잘 자라 큰 기쁨을 맛봤다고. 올해는 지난해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작물을 심을 예정이다.
“주말농장에서 흔히 심는 상추, 고추 등의 채소가 아니라 식량이 될 수 있는 작물, 예를 들어 콩과 같은 잡곡류와 김장에 필요한 배추, 무 등을 심을 예정입니다. 도시농업의 목적이 결국은 식량주권을 되찾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는 올해 도시농업 확산을 위해 여러 계획을 세우고 있다.
먼저 농부학교를 열어 같이 농사지을 사람들을 모으고 자연순환농법을 교육할 예정이다. 또 도시농업사업단의 활동 본거지가 될 농장도 만들 계획이다. 이곳에서 각종 교육과 연구, 체험학습을 진행할 구상을 하고 있다. 대학 내 유휴지를 이용해 도시농업을 실천할 대학생 동아리도 만들 생각이다.
“정부가 자동차, 휴대폰을 팔기 위해 농업을 버린 지 이미 오래입니다. 농지와 농민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지금, 도시인들이 농업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농촌을 살릴 정책도 나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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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다래 리포터 suhdr10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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