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또는 공휴일이 되면 아이와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에 싸인다. 아이는 심심하다고 성화고 마땅히 할 일은 없고, 그렇다고 매번 새로운 이벤트를 할 수 없는 일. 이럴 때 아이와 함께 무작정 여행을 떠나 보자. 자유로운 기분과 함께 아이와 좋은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여행과 함께 레포츠 체험까지
상계동에 사는 김경아씨는(39세) 아이 생일을 맞아 주말 가족 여행을 계획했다. 하지만 남편의 갑작스런 근무로 취소를 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위해 떠나는 여행 때문에 부풀어 있다가 취소됐다는 얘기를 들은 아이는 무척 실망스러워 했다. 둘이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밥이라도 먹을까 하다 문득 떠오른 것. 아이랑 가까운 곳에라도 1박으로 다녀와 볼까 하는 생각이었다.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생각보다 서울 근교 여행지가 많았다. 주말 하루 전인데다 학교 휴일까지 겹쳐 숙소 마련이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 숙소는 가서 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여의치 않으면 밤늦게라도 돌아올 수 있는 거리니 안심이라는 생각으로 짐을 꾸렸다.
목적지는 어섬. 경기도 화성에 있는 섬으로 경비행장과 여러 가지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정보만을 갖고 출발. 다행히 경비행기는 하루 전에도 예약이 되어 아이 것만 예약을 해 놓은 상태였다. 어섬을 찾아 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이제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은 신이난 건지 아빠 없이 처음 떠나는 여행이 두려운 건지 “정말, 엄마랑 단둘이만 가는 거야?”를 연신 물어댔다고 한다.
아침 일찍 도착해 넓은 갈대밭과 소나무 숲을 아이와 산책하고 나니 경비행기를 체험할 시간이 다가왔다. 경비행기를 보는 순간 아이는 “우와, 저거 내가 정말 타는 거야?”하며 신을 냈다. 비행기 체험시간은 15분 남짓. 신명종군(노일초. 2)은 그때의 경험을 “정말 하늘을 나는 것 같았어요. 처음엔 떨리고 무섭기도 했지만 하늘에 올라가니까 구름 위를 떠다니는 것같이 신기했어요”라고 말한다. 경비행기 체험이 끝나고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고 나니 어섬에선 마땅히 할 일 없었다. 다양한 레포츠 시설이 있었지만 아이가 즐기기엔 무리인 것 같아 보였다. 스마트 폰으로 검색해보니 근방에 조개를 잡을 수 있는 선재도가 눈에 띄었다.
1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선재도에 도착. 아이는 다시 한 번 감탄사를 쏟아냈다. 아이는 추운 바람도 잊은 듯 신발을 벗고 갯벌로 뛰어들어 소라, 고동을 잡기 시작했다. 말리지 않으면 하루 종일 소라를 캘 기세였다. 1~2시간 정도 소라를 캐다보니 허기가 져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영흥대교 어시장으로 향했다. 영흥대교 선착장에 있는 어시장은 조개부터 물고기를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어느 덧 해가 져 숙박을 할까 생각했지만 다음 행선지로 마땅한 곳이 없고, 이쯤이면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는 생각에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아들과 단둘이 즐긴 것이 다소 미안해진 그는 남편에게 줄 회를 포장해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오는 길 내내 아빠와 “정말, 신나고 재밌었어요. 아빠도 다음에 꼭 같이 와요”라며 통화하는 아들을 보니 미소가 절로 나왔다. 그는 “아이 아빠 없이 어딜 움직일 생각을 아예 하지 못했었는데, 이번 여행으로 아이와 단둘이 이렇게 떠날 수 있다는 것에 새로운 도전의식이 생겼다고 할까? 아이도 마찬가지고요. 다음에는 정말 1박에 도전해볼까 해요”라고 말한다.
아이와 친밀감을 다시 한 번
김성애씨(창동, 38세)는 맞벌이로 방학기간 아이와 함께 지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다. 전업 주부인 주변 엄마들은 방학동안 아이와 부족한 공부도 하고 여기저기 다니는 것 같은데 그의 딸은 학교 돌봄 교실과 학원만 도는 것 같아 미안했다. 마침 회사 기념일에 휴가를 낼 수 있다는 말에 아이와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 출근해야 하는 아빠는 어쩔 수 없이 제외하기로 했다. 미리 계획한 것 없이 무작정 가는 여행이니 우선 거리상 가까운 곳을 택하려다 이왕 가는 김에 강원도로 목적지를 정했다. 거리상 멀긴 하지만 시간상으론 경기 인근 지역과 별반 차이 없고 예전에 자주 여행을 다녀 익숙한 곳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일단 강원도로 목표를 정했지만 장소가 문제. 우선 강원도의 유명한 관광지 설악산으로 향했다. 설악산에 도착해 케이블카를 먼저 찾았다. 아이와 등반을 하기엔 장비도 없고 힘들 뿐더러 케이블카가 설악산의 풍광을 보기엔 제격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케이블카에서 딸과 함께 내려다보는 설경을 보니 오랜만에 자유를 얻은 기분이었어요. 그동안 아이에게 미안했던 것도 눈과 함께 묻어버리는 기분이었죠.”
설악산의 설경을 만끽하고 내려와 점심을 먹고 낙산사로 향했다. 멀리 온 만큼 부지런히 움직여야 여러 곳을 볼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낙산사는 아이들이 볼거리가 가득했다. 낙산사 의상대로 올라가는 길은 숲길로 잘 닦여 있어 아이는 마냥 좋다고 달린다. 의상대에서 펼쳐진 동해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었다. 내려오는 길 해가 지기 시작했다.
숙소를 잡아야 하는 데 아이를 데리고 마땅히 잘 곳이 없었다. “근처 숙박업소를 알아보는데 아이와 함께 자려고 하니 안전이 먼저 떠오르더라고요. 그래서 집에 있는 남편에게 SOS를 보냈죠. 다행히 양양 쏠비치에 예약이 가능하다고 집에서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주겠다는 반가운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가격이 좀 부담되긴 했지만 저와 딸이 언제 그런 호사를 누려보겠어요.” 쏠비치는 생각보다 좋았다. 시설도 잘 되어 있고 숙소 내에 아이들이 놀만한 공간도 있어 밤 시간을 보내기 안성맞춤이었다. 무엇보다 하루지만 여왕과 공주처럼 지낼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한다.
다음 날 아침 딸과 함께 양양 바닷가 해변을 걷다보니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했다. 문소이양(지행초. 1) “엄마랑 여행을 갔다 오니 둘만의 비밀이 생긴 것 같아 좋았어요. 바닷가를 걸으면서 친구얘기랑 학교 얘기랑 평소에 잘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나눴던 게 제일 기억이 나요.”라고 말한다. 그는 “자주 이런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끔 딸과 둘만의 여행을 계획하려고 해요. 이번 여행을 통해 아이와 친밀감도 더 생기고 무엇보다 어릴 적 추억이 많으면 아이가 크면서 정서적으로 행복한 아이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라고 전한다.
김옥기 리포터 bjoct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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