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에게 배우는 인생사

지역내일 2012-02-28
지난번에 벚나무의 잎에 달린 꿀샘의 역할에 대해 알아보면서 식물의 공생에 대한 얘기를 했다. 비단 식물에 해당하는 얘기만은 아닐 것이다. 한해가 시작하는 시점에 모든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생의 의미를 새기고 살아가며 그런 사회가 되길 염원해 보았다.
이번엔 자기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는 식물의 적응력에 대해 얘기를 해보고 싶다. 
칠연계곡을 오르다 보면 개다래를 만날 수 있다. 처음에는 초록의 새순이 나서 성장을 한다. 하지만 수정이 이뤄져 열매를 맺을 때면 초록의 개다래 잎 앞면이 전체 또는 부분적으로 흰색으로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개다래가 자신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적응한 결과이다. 개다래는 꽃이 크지 않고 향기도 진하지 않아 벌이나 나비 같은 곤충을 유인하기가 어렵다. 그 말은 수정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말이고, 수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종자를 퍼트리지 못해 자연스럽게 개다래 종은 멸종을 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때 이 말 못하는 개다래는 놀랍고 신기한 방법으로 자신의 단점을 극복했다. 바로 잎이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이다. 수정이 이뤄질 시기에 잎이 하얗게 변하면 벌이나 나비 같은 곤충들이 하얗게 변한 잎을 꽃으로 착각하고 모여들게 되고, 모여든 곤충들이 잎 주변을 살피면서 자연스럽게 개다래 꽃을 찾게 되어 수정이 이뤄질 확률을 높이게 된다. 이렇게 해서 열매를 맺고 나면 원래의 초록색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신의 단점을 극복한 식물의 사례는 또 있다. 흔히들 알고 있는 산수국이 그렇다. 산수국은 사람이 눈으로 보기에도 작은 꽃을 피운다. 이런 작은 꽃으로는 곤충을 유인하기가 어려워 산수국이 꾀를 내었다. 바로 작은 꽃 주변에 꽃처럼 보이는 큰 거짓 꽃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 거짓 꽃을 보고 모여든 곤충들이 작은 꽃에서 꽃가루나 꿀을 가져가며 수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자연은 알면 알수록 참 재미있는 것 같다. 또 알아갈 것이 자꾸 나오는 것 같다. 아마도 인간이 우주의 신비를 밝히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 그 신비를 밝히지 못한 것처럼, 자연도 알아가면 알아갈 수록 자꾸 새로운 것이 나와 자연에 대해 완벽하게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연수원을 찾은 친구들에게 개다래나 산수국 이야기를 해주면서 항상 하는 말이 있다. 우리 친구들도 이처럼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더불어 자신의 장점을 더 키우라고 말이다. 그렇게 한다면 친구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라북도자연환경연수원 정동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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