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e스쿨 사이버공간이다. 초등생 4학년 이민호(가명) 군과 학부모 모니터 한진숙 씨와 상담이 이어진다.
“온라인 모의고사 때문에 항상 힘들어서 죽을 것 같아요./ 시험 잘 보라는 말 취소! 에그? 그렇게 힘들면 안 되지! 그냥 최선을 다하면 되지. 기진맥진하도록 애쓰지는 마! 알았죠?/ 울 반 선생님께서도 부담감 갖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했는데..샘도 그 생각이시나 봐요. 저도 이제 그런 부담감 안 갖고 시험에 최선만 다할게요. 시험을 못 봐도, 최선만 다하면 된다.ㅋㅋ 오늘 하루 행복하세요/ 그럼, 그럼! 샘의 큰 아이가 고딩인데, 초등학교 때 성적 좋으면 자신감이 생기니 좋대. 그렇지만 초딩 때부터 공부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그러더라고. 암튼 부담을 갖는다는 건 방해가 될 뿐이거든. 그냥 즐기는 거야. 이렇게 공부하면 점수가 얼마 나올까?하고 내기를 하듯이 말이야.”
제각각 사연은 달라도 아이들이 생활하면서 겪는 어려움들이 상담 공간에 녹아 흐르고 있다. 전북e스쿨 사이버 생활상담은 엄마 10명이 직접 아이들을 상담한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 키워
사이버 상담은 학생 스스로 찾아 오다보니 인터넷을 통한 상담에서 아이들은 쉽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학부모 모니터단의 목표는 자칫 생활에 힘들어하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도록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다.
전북e스쿨 상담건수는 생활상담이 학생들에게 알려지면서 작년 대비 대폭 증가했다. 또 모니터단들은 상황에 따라 신속한 답변을 올려 적극적인 상담을 이끌어 가고 있다.
학부모 모니터 김선덕 씨는 “아이들이 부모한테든 선생님한테든 털어 놓지 못한 이야기를 상담 공간에서는 편하게 이야기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어떤 큰 위기나 사건을 가지고 상담을 하지는 않아요. 그러나 누구에게도 터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자기 마음을 알아줘서 고마웠다는 답장이 올 때 너무 보람있죠. 몇 년 동안 저한테 상담을 꾸준히 해 온 아이가 올해 중학생이 된답니다.”
실제 상담내용은 ‘친구랑 싸워서 어떻게 화해를 해야 할지’, ‘이성 친구에 대한 고민’과 ‘왕따’ 등의 내용이 주를 이룬다.
전북도교육청 박덕기 장학사는 “사실 엄마들이 아이들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다”며 “하지만 아이들이 겪는 일상의 일들을 학부모 모니터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의 마음이 조금씩 열리고 스스로 해결해 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말했다.
상담은 이야기 끌어내기
학부모 모니터 활동은 지난 2005년부터 이다. 학부모 모니터단은 초창기 멘토활동부터 개정교과과정에서는 사이버학습 시스템 모니터링과 생활상담 등 다양한 역할들을 해왔다.
몇 년 새 생활상담의 비중이 커지면서 학부모 모니터단 중에는 상담사 공부를 해 온 엄마들도 있다.
물론 이곳 생활상담내용은 비공개이다. 그러나 상담내용에 따라 아이의 학교나 전문상담 선생님의 상담을 요청 하는 경우도 있다.
라상숙 장학사는 “아이들이 의미 없이 ‘ㅋㅋ’한 상담에도 답변을 해주도록 합니다. 그 답변으로 이어지는 상담 글에서 아이들의 마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죠” 의미 없는 글에도 성의 있게 답변을 하다보면 좀처럼 말하지 않는 문제의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폭력이다 왕따다 이런 말들이 나올 때마다 우리 엄마들은 가슴을 쓸어내리곤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이들 사이에서 문제들은 늘 있어왔던 것들인 만큼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말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학부모 모니터단의 활약을 앞으로도 기대해본다.
김은영 리포터 key3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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