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에 사랑하는 여자가 떠나버렸습니다.”
20대 후반의 잘 생긴 남자가 상담실에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결혼을 약속한 사이였는데..”
“제가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분위기가 너무 가라앉아 있어서 조심스럽게 물어봤다. 병원 진찰실에서 이런 식의 상담은 언제나 낯설다.
대부분 자리에 앉자마자 “물건이 너무 작아서 콤플렉스를 해결하려고 왔습니다” “사정이 너무 빨라서 조루를 고치려고요” 혹은, “요즘 발기가 잘 안 돼서요”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데 병원에 무슨 인생 상담을 하러 온 느낌이 들 정도다.
“제가 사정이 빠르거든요. 아무래도 그 여자가 가버린 원인이 그 것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럴 리가요! 남자 여자가 사랑하고 결혼하는데 성문제가 중요하다는 건 알지만 꼭 그게 전부는 아니잖아요? 같은 가치관이나 취미, 같이 있으면 편안한 느낌, 꿈, 경제적으로, 혹은 정서적으로 서로에게 의존할 수도 있고, 헤어진 원인이 다른 것도 있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서로 정말 사랑했습니다.”
“도대체 조루가 얼마나 심한데요?”
눈을 내리깔더니만 말을 못한다.
“말씀해 보세요. 제가 충분히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삽입하자마자 사정합니다. 삽입하기 전에 사정하는 경우도 많고요.”
이번엔 내가 말을 못한다. 지난 몇 년 동안 다뤄 와서 남자들이 얼마나 힘들어 하는지 잘 알면서도 이런 말을 들으면 새롭게 당황스러워지는 건 왜일까? 그게 사실이라면 헤어질 만도 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도 처음에는 내색을 안했는데, 그런 현상이 계속되니까 짜증을 내더라고요. 저에게 평생 이렇게 살아야 되는 거냐고 물어보기도 하고요.”
“치료할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제가 너무 안이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헤어지고 나니까 원장님을 찾게 되네요. 다시는 상처받고 싶지 않습니다.”
상대가 오르가즘을 느낄 틈도 없이 사정이 너무 빠르고 조절을 할 수 없을 때 조루라고 한다. 실망과 절망감 속에 떠나간 그 여자가 한 편으론 이해되면서도 같이 치료하고 해결해 볼 노력을 안 했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 물론 원인이 워낙 다양해서 치료하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지만 노력을 기울인다면 치료 못할 조루는 없다고 생각한다.
누가 그랬던가? ‘섹스는 부부에게 권리이자 의무다!’ 라고. “자식을 둘씩이나 낳고 도망가겠어?” 하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든 집사람에게 의무는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무슨 이유일까?
길맨비뇨기과의원 최민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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