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딱한 캠페인보다 노래가 사람들에게 환경 메시지를 쉽게 전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한강은 흐른다’, ‘지구를 위하여’, ‘김치 된장 청국장’, 이 모두는 호서대 식품미생물공학과 이기영 교수가 만든 노래들이다. 이 곡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교과 과정에 들어 있다.
식품공학과 교수가 노래를 만들고 그 노래가 교과서에 실리는 등 유명해진 사연을 들어봤다.
기타들고 노래하는 교수님
이기영 교수는 1998년부터 노래를 만들기 시작해 8~9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이 교수는 “대학가요제에 나갈 만큼 노래를 좋아하고 즐겨했다. 듀엣으로 본선까지 올랐는데 파트너가 사고가 나 정작 무대에서 노래를 할 수 없었다”며 “그 때 무대를 예정대로 치뤘다면 아마 가수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 때의 아쉬움을 그는 지금 크고 작은 환경 콘서트에서 떨쳐낸다. 천안 지역에서는 생태학교인 거산초등학교에서 환경음악회를 개최한다.
그가 노래하는 장소로 찾는 거산초등학교는 원래 폐교 위기에 처한 작은 시골 분교였다. 이 교수는 생태학교를 살리자는 취지로 아이들과 선생님에게 꿀벌 치는 법, 톱밥 교육, 환경 노래 교육을 병행하며 학교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 후 거산초등학교는 ‘교보환경생명대상’을 수상하며 전국에서 유명한 환경생태학교로 거듭났다. 이 교수가 만든 ‘환경십계명’이 새겨진 학교 입구 돌비석은 당시를 기억하고 있다.
‘밥상머리’교육이 필요한 시대
식품공학이 전공인 그에게 환경에 대한 중요성을 알게 한 사람은 독일 유학 시절 만난 바그너라는, 당시 그가 묵었던 집의 주인이었다. 서양인인 그가 ‘무위자연’ 같은 동양사상을 알려주며 오염된 환경과 먹거리에 대한 이야기들을 자주 들려줬고 그런 그는 이 교수의 삶에 거대한 멘토가 됐다.
이기영 교수는 “오늘날 환경문제는 내가 대학을 다니던 시절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중요해졌다. 그 중 식품은 환경 문제의 첨병이라고 할 수 있다”며 “요즘 사회 문제로 거론되는 학교폭력문제와도 긴밀한 관련이 있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 교수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먼저 바뀌어야 할 건 교육의 패러다임이지만 주부들이 이 문제에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밥상머리’교육”이라고 말한다.
그는 밥상이 건강해지고 식구들이 모여 함께 밥을 먹으며 인성교육이 선행되면 이런 문제들의 근본을 해결할 수 있다고 전한다.
인터뷰 내내 웃음을 잃지 않던 이 교수에게도 그늘은 있었다. 그는 몇 년 전 환경파괴반대 서명운동을 주도하다 모든 대중 매체 활동을 금지당하는 시련을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교수는 환경운동을 지속하는 이유를 “우리 사회와 인류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가 만든 노래 중에 애창한다는 ‘한강은 흐른다’엔 이런 가사가 있다. ‘눈보라 흩날린들 멈출 수 있으랴. 폭풍우 몰아친들 돌아갈 수 있으랴…. 오늘도 은하수로 묵묵히 흐른다.’
쓰러져가는 폐교를 살려내고 그 곳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명을 노래했던 이 기영 교수는 척박한 땅위에서 오늘도 노래한다.
지남주 리포터 biskette@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