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평 퇴비로 키운 꽃, 소통의 끈으로 피어나다
시작은 꽃을 심는 데 드는 비용을 절감하자는 차원에서였다. 자비를 들여 양재동서 꽃과 퇴비를 사다 나르다 보니 자연스레 ‘퇴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3~4년 전부터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동대표의 협조를 얻어 조심스레 ‘한평 퇴비장’을 만들었다. 낙엽과 김장쓰레기의 만남. 둘의 궁합은 가히 환상적이었고, 꽃 심기 비용은 물론 낙엽과 김장쓰레기 처리비용 절감이라는 시너지효과도 가져왔다.
발품 팔아 완성한 퇴비 만들기, 어렵지 않아요!
조안나(43) 부녀회장이 안내한 퇴비장은 아파트 동 한 켠의 나무가 우거진 곳이었다.
“수북했던 김장쓰레기와 낙엽이 한 달여 만에 절반 이상 줄었어요. 썩는 냄새 같은 것도 전혀 안 나죠?” 바짝 말라 뒹굴고 있는 김장쓰레기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냥 일반 흙으로만 생각했을 정도였다. 만드는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 낙엽 한 켜에 김장쓰레기 한 켜를 번갈아가며 쌓는 것이 전부. 미관상 보기 좋지 않다면 흙을 골고루 덮어주면 된다. 흙은 공기층을 만들고 벌레와 바람을 막는 역할도 한다. “침출수도 하나도 안 나오고, 일일이 물을 뿌려줄 필요도 없다”는 조 부녀회장은 “관리사무소에도 낙엽을 따로 모아 포대에 넣어주시는 등 원활한 협조가 이뤄져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라며 감사해했다.
사실 낙엽과 김장쓰레기란 최적의 궁합이 만들어지기까진 조 부녀회장의 발품과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함께 그 과정을 지켜본 이영란(47)씨가 이렇게 전한다.
“퇴비만들기 관련 책을 뒤적이고, 농촌진흥청에 일일이 문의를 해가며 거의 전문가 수준이 됐죠. 수분이 부족한 낙엽에 김장쓰레기 수분이 지속적으로 결합돼 최적의 퇴비화 조건을 갖추게 된 거라고 농촌진흥청 박사님이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중간 중간 퇴비를 뒤적이거나 지렁이를 활용하면 퇴비화 시간을 더욱 단축시킬 수 있다는 정보도 얻게 됐다.
‘우리 동네는 내가 지킨다’, 토양까지 살리는 참좋은 실천
비용절감은 관리비절감으로 이어지고, 결국엔 주민들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아직은 10톤의 낙엽쓰레기 중에서 2톤 정도만 소요되는 수준이라 퇴비장 확보 등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그래도 고마운 건 이런 일에 동참해주는 이웃들이 있어 든든한 힘이 된다고 조 부녀회장이 힘주어 말한다. “자기 동은 자기가 지키죠.(웃음)”
평소 야채 다듬고 남은 쓰레기와 계란껍질, 귤껍질 등을 모아두었다가 낙엽과 섞어 자체적으로 퇴비를 만든다는 것. 가정에서 일주일 정도 숙성시킨 후 화단 한쪽에 붓고 흙을 덮어둔다. 작년에 대량으로 구입해 묻어두었다는 지렁이의 힘도 보태져 척박하고 산성화되어있던 토양이 이제 생명력도 가지게 됐다. “일반퇴비에 비해 물빠짐도 좋고, 물을 주었을 때 붕 뜨는 부유물도 없다. 꽃이 훨씬 생생하다”고 김수복(41)씨가 덧붙였다. 미생물이 살아있는 질 좋은 퇴비는 식물도 먼저 알아보는지, 나무 밑에 만들어뒀던 퇴비를 양분삼아 나무가 넓게 뿌리를 뻗기도 했다. 이번엔 아예 커다란 사각 화분을 준비해 퇴비를 넣고 튤립구근을 심어뒀다. 8개동 중 6개동 화단엔 1천주 이상의 식물도 심었다. 그들은 이제 땅속에서 자연의 기운과 함께 봄맞이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꽃과 퇴비로 만든 소중한 인연이 공동체회복으로
좋은 퇴비 만들기가 두루두루 알려졌음 하는 마음이 반영되기라도 한 걸까, 얼마 전 ‘대박난 한평’팀으로 참가했던 2011수원시민창안대회에선 1등을 거머쥐었다. ‘초등팀, 중등팀, 줌마팀의 공동승리’라 말하는 조 부녀회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주민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 모을 수 있었다. 처음엔 더럽다 생각하던 아이들도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적극 참여해줬다”고 설명했다.
초등팀은 퇴비화비교실험으로 가장 이상적인 퇴비조건을 검증했고, 중등팀은 퇴비장 미관개선을 위한 한평 퇴비장 디자인을 맡았다. 나무로 만든 굴뚝달린 한평 퇴비장엔 게시판도 설치, 주민들의 행복한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장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꽃을 심고, 가꾸며, 퇴비를 만드는 모습을 보며 한두 명 주민들이 관심을 보였다. 손을 걷어붙이고 도와주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고사리손도 보태졌다. 그러면서 지난해 꽃뫼버들마을엔 사계절 아름다운 알록달록한 꽃들이 장관을 이뤘다. 꽃으로 시작된 소중한 인연, ‘공동체회복’이라는 행복한 이름으로도 모자라 이제 이들은 단지 내에 ‘둘레길’을 조성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다.
순리대로 만든 퇴비를 먹으며 아름답고 선명한 꽃으로 피어날 야생화들. 머지않은 봄, 이들을 만나러 꽃뫼버들마을로 꽃구경 와야겠다. 두근두근! 벌써부터 봄이 기다려진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Tip. 한평 퇴비만들기, 도전해보기
음식물쓰레기→낙엽,흙 한 켜→음식물쓰레기→낙엽,흙 한 켜 순으로 얇게 쌓는다.
▷이 때, 음식물쓰레기는 양념 안 된 것으로, 야채 다듬고 남은 것들, 귤이나 계란 껍질을 갈아서 사용한다.
▷흙 대용으로 흙살림의 음식물찌꺼기 발효제를 사용해도 좋다.
▷궁금한 사항은 카페 ‘꽃뫼버들마을나누며가꾸기’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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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꽃을 심는 데 드는 비용을 절감하자는 차원에서였다. 자비를 들여 양재동서 꽃과 퇴비를 사다 나르다 보니 자연스레 ‘퇴비 만드는 방법’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 그리고 3~4년 전부터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동대표의 협조를 얻어 조심스레 ‘한평 퇴비장’을 만들었다. 낙엽과 김장쓰레기의 만남. 둘의 궁합은 가히 환상적이었고, 꽃 심기 비용은 물론 낙엽과 김장쓰레기 처리비용 절감이라는 시너지효과도 가져왔다.
발품 팔아 완성한 퇴비 만들기, 어렵지 않아요!
조안나(43) 부녀회장이 안내한 퇴비장은 아파트 동 한 켠의 나무가 우거진 곳이었다.
“수북했던 김장쓰레기와 낙엽이 한 달여 만에 절반 이상 줄었어요. 썩는 냄새 같은 것도 전혀 안 나죠?” 바짝 말라 뒹굴고 있는 김장쓰레기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냥 일반 흙으로만 생각했을 정도였다. 만드는 방법도 그리 어렵지 않다. 낙엽 한 켜에 김장쓰레기 한 켜를 번갈아가며 쌓는 것이 전부. 미관상 보기 좋지 않다면 흙을 골고루 덮어주면 된다. 흙은 공기층을 만들고 벌레와 바람을 막는 역할도 한다. “침출수도 하나도 안 나오고, 일일이 물을 뿌려줄 필요도 없다”는 조 부녀회장은 “관리사무소에도 낙엽을 따로 모아 포대에 넣어주시는 등 원활한 협조가 이뤄져 혼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을 정도”라며 감사해했다.
사실 낙엽과 김장쓰레기란 최적의 궁합이 만들어지기까진 조 부녀회장의 발품과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함께 그 과정을 지켜본 이영란(47)씨가 이렇게 전한다.
“퇴비만들기 관련 책을 뒤적이고, 농촌진흥청에 일일이 문의를 해가며 거의 전문가 수준이 됐죠. 수분이 부족한 낙엽에 김장쓰레기 수분이 지속적으로 결합돼 최적의 퇴비화 조건을 갖추게 된 거라고 농촌진흥청 박사님이 말씀해주시더라고요.” 중간 중간 퇴비를 뒤적이거나 지렁이를 활용하면 퇴비화 시간을 더욱 단축시킬 수 있다는 정보도 얻게 됐다.
‘우리 동네는 내가 지킨다’, 토양까지 살리는 참좋은 실천
비용절감은 관리비절감으로 이어지고, 결국엔 주민들의 이익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아직은 10톤의 낙엽쓰레기 중에서 2톤 정도만 소요되는 수준이라 퇴비장 확보 등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그래도 고마운 건 이런 일에 동참해주는 이웃들이 있어 든든한 힘이 된다고 조 부녀회장이 힘주어 말한다. “자기 동은 자기가 지키죠.(웃음)”
평소 야채 다듬고 남은 쓰레기와 계란껍질, 귤껍질 등을 모아두었다가 낙엽과 섞어 자체적으로 퇴비를 만든다는 것. 가정에서 일주일 정도 숙성시킨 후 화단 한쪽에 붓고 흙을 덮어둔다. 작년에 대량으로 구입해 묻어두었다는 지렁이의 힘도 보태져 척박하고 산성화되어있던 토양이 이제 생명력도 가지게 됐다. “일반퇴비에 비해 물빠짐도 좋고, 물을 주었을 때 붕 뜨는 부유물도 없다. 꽃이 훨씬 생생하다”고 김수복(41)씨가 덧붙였다. 미생물이 살아있는 질 좋은 퇴비는 식물도 먼저 알아보는지, 나무 밑에 만들어뒀던 퇴비를 양분삼아 나무가 넓게 뿌리를 뻗기도 했다. 이번엔 아예 커다란 사각 화분을 준비해 퇴비를 넣고 튤립구근을 심어뒀다. 8개동 중 6개동 화단엔 1천주 이상의 식물도 심었다. 그들은 이제 땅속에서 자연의 기운과 함께 봄맞이 준비를 하고 있을 것이다.
꽃과 퇴비로 만든 소중한 인연이 공동체회복으로
좋은 퇴비 만들기가 두루두루 알려졌음 하는 마음이 반영되기라도 한 걸까, 얼마 전 ‘대박난 한평’팀으로 참가했던 2011수원시민창안대회에선 1등을 거머쥐었다. ‘초등팀, 중등팀, 줌마팀의 공동승리’라 말하는 조 부녀회장은 “이번 대회를 통해 주민들의 많은 관심을 불러 모을 수 있었다. 처음엔 더럽다 생각하던 아이들도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적극 참여해줬다”고 설명했다.
초등팀은 퇴비화비교실험으로 가장 이상적인 퇴비조건을 검증했고, 중등팀은 퇴비장 미관개선을 위한 한평 퇴비장 디자인을 맡았다. 나무로 만든 굴뚝달린 한평 퇴비장엔 게시판도 설치, 주민들의 행복한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장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꽃을 심고, 가꾸며, 퇴비를 만드는 모습을 보며 한두 명 주민들이 관심을 보였다. 손을 걷어붙이고 도와주기 시작하더니, 어느덧 고사리손도 보태졌다. 그러면서 지난해 꽃뫼버들마을엔 사계절 아름다운 알록달록한 꽃들이 장관을 이뤘다. 꽃으로 시작된 소중한 인연, ‘공동체회복’이라는 행복한 이름으로도 모자라 이제 이들은 단지 내에 ‘둘레길’을 조성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전한다.
순리대로 만든 퇴비를 먹으며 아름답고 선명한 꽃으로 피어날 야생화들. 머지않은 봄, 이들을 만나러 꽃뫼버들마을로 꽃구경 와야겠다. 두근두근! 벌써부터 봄이 기다려진다.
오세중 리포터 sejoong71@hanmail.net
Tip. 한평 퇴비만들기, 도전해보기
음식물쓰레기→낙엽,흙 한 켜→음식물쓰레기→낙엽,흙 한 켜 순으로 얇게 쌓는다.
▷이 때, 음식물쓰레기는 양념 안 된 것으로, 야채 다듬고 남은 것들, 귤이나 계란 껍질을 갈아서 사용한다.
▷흙 대용으로 흙살림의 음식물찌꺼기 발효제를 사용해도 좋다.
▷궁금한 사항은 카페 ‘꽃뫼버들마을나누며가꾸기’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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