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큰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는 김미정 주부(목동). 아이가 상급학교에 입학하는 것을 축하해주기보다 두려움이 앞선다고 고백한다. “사실 너무 겁이 나고 두려워요. 중학교에 가서 공부를 열심히 해 특목고에 보내야지 하는 욕심이 있었는데 요즘은 왕따 당하지 않고 잘 적응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더 많이 하게 되네요.”
이는 비단 김미정 주부만의 걱정이 아니다. 최근 목동의 S중학교에서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자살하는 사건이 일어나는 등 학교폭력이 사회 전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학교폭력의 심각성은 짐작하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까지가 학교폭력인지, 부모로서 어떠한 것을 지켜봐야할지 난감하기만 할 터. 양천 강서 내일신문에서는 중학교 폭력의 실태와 부모들이 꼭 지켜봐야할 점, 학교폭력을 당했을 때 상담 받을 수 있는 곳에 대해 알아보았다.
장난이었다고? 당하는 사람은 심각해
중학교에 갓 입학한 권 모군은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성격이다. 학교 성적도 눈에 뛸 만큼 좋은 것도 아닌 그저 그런 평범한 아이였다. 그런 권 군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게 된 계기는 같은 반 친구가 묻는 말에 대답을 하지 않았다는 것. 그 일이 있은 후 친구들은 노골적으로 권 군의 목을 팔로 감싸 안는 이른바 ''기절놀이''를 한다며 급우들이 보는 앞에서 목을 조르기도 했고 툭하면 발로 차는 등 폭력행위도 일삼았다. 더욱 심각한 것은 권 군이 친구들에게 맞는 모습을 본 급우들 중 아무도 이를 말리거나 신고하지 않고 외면했다는 것이다. 자칫 참견했다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차라리 못 본 체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듯싶다. 그렇게 사소하게 시작된 폭력은 그 후로도 계속 이어졌다. 권 군이 다니는 길목을 지키고 있다 나타나서는 주먹질을 하기도 하고 돈을 요구하기도 했다. 내성적인 권 군은 보복이 두려워 학교에도 집에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해결하려고 했다. 집에서 돈이 자꾸 없어지는 것을 목격한 엄마는 권 군이 왕따를 당하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학교로 찾아갔으나 가해자의 부모는 더 큰 소리를 쳤고 학교는 조용히 해결하기를 원했다. 결국 권 군은 전학을 하는 것으로 일이 마무리 되는 듯 했지만 전학 간 학교에서도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해 대안학교로 옮기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중학교 2학년인 김 양은 이름이 ‘윤신’이다. 같은 반 친구 중 A군은 늘 김 양을 ‘김유신’이라 부르며 전쟁터에 나가지 않고 왜 학교에 오느냐고 빈정거린다. 김 양은 그 별명이 듣기 싫다고 분명한 어조로 말하지만 A군과 함께 같은 반 친구들은 ‘장난’이라며 웃어넘겼고, 결국 김양은 전학을 했다. 남들이 생각하기에 김 양의 경우는 그렇게 심한 학교폭력 사례는 아니었다고 하겠지만 당한 학생의 입장에서는 고통 그 자체였다고 고백한다.
중학교 2학년이 가장 심각
사실, 학교 폭력의 피해학생 중 절반 이상은 초등학교 때 학교폭력을 처음 경험한다. 하지만 학교폭력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때는 중학교로 올라간다.
한국여성정책 연구원이 학교 급별로 학교폭력 피해율을 조사한 결과 중학교에서의 피해율이 일반계 고등학교나 전문계 고등학교에 비해 3배가량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 중에서 중학교의 경우는 2학년 학생들의 피해율이 가장 높았다. 중학교 1학년의 14.59%, 2학년 15.96%, 3학년의 10.45%가 학교폭력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었으며, 이는 고등학교 1학년의 4.66%, 2학년의 4.62%의 피해율과 비교해볼 때 상당히 높은 수치였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학교폭력인가? ‘돈을 갚을 생각이나 돈도 없으면서 지속적으로 돈을 빌려간 행위’나 ‘"빌려주기 싫은데 억지로 비싼 옷을 벗게 만들어 가져가는 행위’ ‘자기보다 약한 아이를 자신의 심부름꾼으로 억지로 시키는 경우’ 등 그 형태도 다양하다. 최근에는 단순한 신체적 폭력에 더해 ‘빵셔틀’이나 사이버 폭력, 성적 모독 등 언어적 정신적 폭력이 늘고 있다. 특히 언어적 정신적 폭력의 경우 휴대폰 문자 등 SNS 등을 통해 손쉽게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학교폭력 피해의 징후들
그렇다면, 우리 아이가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강서교육청 학생생활지원센터(Wee Center) 관계자는 “다양한 경우와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 모양으로 행동이 나타나기 때문에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평소 아이의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지만 ‘혹시 학교에서 그런 일이 있지 않니?’ 하고 캐물어보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아이들이 학교폭력에 대해 계속적으로 질문을 하면 귀찮아하거나 입을 다물 수 있다는 결론. 대신 금품갈취의 경우는 아이가 용돈인상을 무리하게 요구하거나 돈을 훔쳐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잘 살펴봐야 된다고 덧붙인다.
그 외 ▲늦잠을 자고, 몸이 아프다고 자주 호소하며 학교 가기를 꺼려한다 ▲성적이 갑자기 혹은 서서히 떨어진다 ▲안색이 안 좋고 평소보다 기운이 없다 ▲옷이 지저분하거나 단추가 떨어지고 구겨져 있다 ▲멍하게 있고, 무엇인가에 열중하지 못한다 ▲물건을 자주 잊어버리거나, 새로 사달라고 한다 ▲용돈을 평소보다 많이 달라고 한다 ▲갑자기 급식을 먹지 않으려고 한다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오는 시간이 늦어진다 ▲밖에 나가는 것을 꺼려하고, 집에만 있는다 등의 징후가 있다면 부모는 아이가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지를 의심해봐야 한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면 도움을 요청하자. 가까이는 복지관이나 청소년수련관, 강서교육청 산하 기관으로 양천도서관 5층의 청소년 상담센터가 송정중학교 3층으로 이사한 강서 학생생활지원센터학교(2694-7887), 학교폭력 SOS지원단 1588-9128(구원의 팔), 1588-7179(친한친구), 폭력 상담전화 117, 긴급전화 1366, 청소년 상담전화 1388로 전화하면 자세한 상담이 가능하다. 온라인상으로는 학교폭력예방상담센터(http://cafe.naver.com/choichulsoo), 청소년폭력예방재단(http://www.jikim.net), 학교폭력예방재단(http://www.youthjikim.net) 등이 있다.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