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결점에 이르는 그녀의 커피 이야기
요즘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동판교 백현마을 카페거리.
그곳에 들어서면 제일먼저 만나게 되는 빨간 벽돌건물. 잔잔한 분위기에 아날로그적 커피이야기가 담긴 레디쉬브라운이다. 국내엔 다소 생소한 커피 큐그레이더이자 커핑 심판관인 이수경 대표가 운영하는 곳.
평범한 주부에서 커피가 좋아 시작한 공부, 그리고 이어진 국내 여성 1호 큐그레이더까지 그녀가 추구하는 궁극의 커피는 어떤 맛일지 들여다보았다.
인테리어가 아닌 커피 본연의 맛에 마음을 얹다
카페골목이 형성되기 이전, 황량했던 이곳에 첫 불을 밝혔던 레디쉬브라운.
행운이 두 번 겹치는 날인 7월 7일을 골라 문을 열었고 그렇게 3년이란 시간동안 골목을 상징하는 이정표 역할을 해왔더랬다.
커피 고유의 맛과 향을 살리고 미세한 결점까지 잡아내 궁극의 클린커피를 만드는 것. 이 대표가 레디쉬브라운을 열게 된 이유다.
“예전엔 인스턴트커피가 최고인줄 알았잖아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헤이즐럿 커피가 인기를 끌었죠. 우아한 향이 고급스러웠는데 알고 보니 오래된 커피의 눅눅함을 숨기기 위해 향 처리를 한 거더라고요.”
주부와 엄마로 살다가 뒤늦게 시작한 커피 공부를 통해 그녀는 커피산업의 흐름을 보게 되었단다.
“르네상스라 불릴 만큼 커피 전문점이 많아지고는 있지만 커피머신에 LED등을 달고 핸드드립 주전자를 튜닝하는 등 외형적인 것에 들이는 만큼 커피 맛에는 공력을 쏟지 않는 것 같아요. 또 커피업계에서 유명한 고수 분들은 대부분 남자들이고 이분들의 커피가 기대만큼 좋지 않아 의아했죠. 건방져 보일 수도 있지만 신화처럼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어요.”
커피 집 운영은 낭만적이지 않다
최근엔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십에도 여성들이 진출하고 있지만 이 대표가 커피공부를 시작하던 3~4년 전만 해도 전무한 이야기. 커피업계에서 여성으로써 롤 모델이 돼야겠다는 사명감은 그렇게 다짐되었다고.
‘클린커피’는 그녀가 집중하는 커피 본연의 맛을 찾는 과정. 과한 로스팅을 하지 않고 추출을 길게 하지 않는 것이 클린 커피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원두를 강하게 볶으면 커피 본연의 맛을 얻기 힘들어요. 추출을 길게 해도 끝 맛이 좋지 않죠. 뒤에 남는 맛이 좋고 나쁜가에 따라 커피 맛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커피 단가를 생각한다면 강하게 볶아 추출을 길게 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우리에게 익숙한 프렌차이즈 커피 점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
원가를 생각하면 당장엔 손해라고 생각하지만 맛있는 커피, 무결점의 커피가 고객들에게 어필된다면 자연스레 인정받게 될 것임을 이 대표는 믿고 있다.
정돈된 아날로그 공간에서 맛보는 클린 커피
강배전을 하지 않으니 커피 본연의 향도 살아있고 뒷맛이 개운하고 깔끔해 맛의 차이를 금방 알게 되는 이곳의 커피.
이렇게 그녀의 커피에 중독(?)된 손님들은 “커피의 기준을 바꿨다, 새로운 기준이 생기니 멀쩡히 잘 먹던 프렌차이즈 커피도 이제는 못먹겠다”며 입맛을 고급으로 올려놓은 주인장에게 볼멘 투정도 부린단다. 인정받는 것이 기쁘기도 하지만 자만을 경계하며 늘 초심을 다지곤 한다는 그녀.
여성들의 로망과도 같은 커피전문점. 하지만 낭만적인 직업이 아닌 오히려 치열한 프로의식이 중요함을 커피 교실 회원들에게도 늘 강조한다. 그러기 위해 그녀 스스로도 외형이 아닌 커피 맛을 유지하고 지켜내는 일에 진정어린 마음을 담아내고 있다.
정돈된 아날로그 느낌의 레디쉬브라운과 그녀가 만드는 무결점 커피가 오래도록 입안에 잔상으로 남는 이유다.
문의: 031-8016-2055
권미영 리포터 myk31@paran.com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