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이렇게 다른 사람의 기막힌 인생을 듣게 될 때가 있어요. 그럴 때면 편하게 기대고 있던 등이 나도 모르게 곧추세워져요. 내가 하루하루 이어지는 일상을 두고 뭐가 이렇게 시시하담 싶어 권태를 느꼈던 것을 상대가 알까 싶어 미안해지는 그런 때에요.”
- ‘모르는여인들’ 中 248 페이지
신경숙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몰라도 ‘엄마를 부탁해’라는 책 제목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랜만에 나온 신경숙 작가의 단편집 ‘모르는 여인들’은 총 일곱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서두 없이 바로 이야기로 들어간다. 작가의 의도였을까? 항상 머릿말이나 추천사를 먼저 읽고 책을 파악한 후에 읽기 시작하곤 했는데 이 책은 이야기를 먼저 보고 말았다.
전개가 빠르다보니 읽힘이 쉽고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손에서 책을 놓기가 쉽지 않았다. 조금 아쉬웠던 걸 굳이 꼬집어보자면 문학평론가 권희철의 추천사가 맨 뒤에 있어서 그의 추천대로 책을 읽을 수 없었다는 것 정도일까.
잠깐 그가 추천한 이야기 읽기의 순서를 따라가 보자. 세상 끝의 신발. 모르는 여인들. 그가 지금 풀숲에서. 숨어있는 눈. 어두워진 후에. 화분이 있는 마당. 성문 앞 보리수.
추천 순서대로 읽으면 또 다른 맛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모두 다 다른 타인들이지만 마치 모두 다 연결된 느낌이랄까.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되겠지만 작가의 글은 어두운 듯 하면서도 희망을 보여주는 양면성이 있다
이 글을 쓰는 동안 작가의 몸이 많이 아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상처 난 마음에 약을 바르고 붕대를 감아주기 위해 애쓰는 보듬어주는 마음이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안타까운 맘에 내 처지를 생각하며 위안을 받게 되기도 한다.
작가의 글 중에 나오는 동물의 수명 중 소의 수명을 거의 다 쓰고 돼지의 수명으로 넘어가는 중인 나는 돼지의 수명으로 사는 동안 너무 탐욕에 취하지 않고 살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
교보문고 천안점
북마스터 남연경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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