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종합병원 가정의학과(종합검진센터) 전문의 강동완
(사례) 매년 영업실적으로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 정씨(43세,남)는 1년전부터 고혈압과 협심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다. 정씨는 이번 연말모임에서 만난 친인척들을 통해 상당수가 혈압이 높거나 고혈압 환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근 건강검진을 받은 가정주부인 박씨(50세,여)는 유방초음파 검사를 통해 이상소견을 보여 유방조직검사를 시행하고 초조하게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박씨의 언니 역시 2년 전 유방암을 진단받고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으며, 친정어머니도 유방암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유전은 아니지만 그 가족 구성원이 유난히 잘 앓는 질환이 있다. 말하자면 질병 가계도에 해당하는 `가족력`이다. 가족력은 혈연 간 유전자를 일부 공유한 것 외에도 비슷한 직업, 사고방식, 생활습관과 동일한 식사, 주거환경 등 특정 질병을 유발하는 환경을 공유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이를 증명하듯 지난 17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열차 안에서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켜 사망했다. 사망원인이 그의 아버지 고(故) 김일성 주석의 사인과 같은 심근경색인 것으로 밝혀져 가족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모두 그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가족력 질환은 생활습관을 바꾸거나 조기 진단으로 적극 치료하면 예방이 가능하거나 적어도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 중에 어떤 질환이 발병했다면 다른 가족에게 발병할 것을 미리 예측하고 조기 진단과 예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가족력 질환에는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비만과 같은 성인병과 심장병, 뇌졸중 등 심혈관계질환이 있다. 또한 유방암, 대장암, 위암, 갑성선암 등과 같은 암도 대표적인 가족력 질환으로 꼽힌다.
고혈압 가족력이 있으면 평소에 올바른 식이요법과 흡연, 음주 등 고혈압을 유발하는 환경적 요인을 최소화하기 위해 생활 습관을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규칙적인 혈압 측정을 통해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제2형 당뇨병은 가족력이 높은 질병으로 심혈관질환, 말초혈관질환, 뇌졸중 등의 위험을 증가시킬 뿐만 아니라 미세혈관의 합병증으로 망막, 신장, 신경계에 심각한 손상을 초래하는 질병이다. 따라서 운동과 함께 적절한 열량을 섭취하며 식전 식후의 혈당을 1년에 1회 이상 정기적으로 측정하면 당뇨병의 예방과 조기 발견에 큰 도움이 된다.
심장 질환과 고지혈증도 가족력을 가지는데, 부모나 가족 중에 심장병 환자가 있으면 심장병 위험이 다른 사람에 비해 2배 이상 높아진다. 가족 가운데 심장질환 환자가 있는 경우 반드시 정기 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온 종합병원 가정의학과 강동완 과장은 “특정 질환에 대한 가족력이 있다 하더라도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하고 올바른 생활습관을 실천한다면 가족력이 없는 사람보다 더욱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다”고 조언하였다.
또한 “지금은 한 해를 새롭게 준비하면서 건강을 위한 생활습관 점검이 필요한 때다. 특히 40세 이후는 가족력, 흡연, 비만 등 자신의 위험요인을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맞춤형 건강검진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지금은 연말연시를 맞아 부쩍 술자리 모임이 많아 자칫 건강관리에 소홀히 해지기 쉬운 시기이다. 더욱이 겨울철이면 급격한 온도 변화로 인해 체온과 혈압 조절 등에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만성 질환, 혈관 질환, 척추 및 관절의 신경-근골격계 질환 등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우에는 질병의 악화와 더불어 급격한 노화가 진행될 수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추운 겨울에는 밖에서 운동하기도 꺼려지는 만큼 건강관리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도록 해야 한다. 이때 자신의 가족력을 알고 현명하게 대처하려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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