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식하게 엮어내는 순박한 토속음식

맛멋-문경산골메밀묵

지역내일 2012-01-01

 새해가 되면 누구나 건강에 대해 염원하기 마련. 몸을 살찌우고 활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생성시켜주는 음식이야말로 보약이 따로 없다. 맵고 짠 자극적인 외식메뉴에 길들여진 우리지만 가끔은 어렸을 때 먹었던 순박하고 토속적인 음식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다. 패스트푸드와 가공식이 우리 식탁을 점령하고 있지만 유기농과 슬로푸드 등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은 점은 다행스럽다. 건강한 재료로 솔직한 맛을 내는 식당을 수소문해 찾은 곳, ‘문경산골메밀묵’이다.


문경 출신 주인이 선보이는 정직한 맛
  가락동 대림아파트 근처에 위치한 문경산골메밀묵은 문경출신 주인이 고향의 재료를 가져다 선보이는 경상도 산골음식의 순박한 맛이 살아있는 집이다. 주인장 또한 자신의 고향음식을 기교부리지 않고 올곧게 내고 있기에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주변 음식점들이 하나둘 프랜차이즈 음식점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건물을 단장하는 등 변화의 시류를 따랐지만 이 집은 한자리에서만 12년째, 단층 건물 그대로 손님을 맞는다. 내부로 들어서면 모두 방으로 되어있어서 편안한 분위기. 문경을 상징하는 문경새재세트장 사진이 벽 한쪽에 크게 걸려있고 세월의 흔적이 구석구석에서 느껴진다.
 이 집에는 채묵밥, 올갱이국, 두부찌개, 청국장, 순두부, 산나물비빔밥 등 식사메뉴와 묵무침, 올갱이 무침, 두부김치, 편육, 파전, 부추전 등 안주로 적당한 단품메뉴가 있다. 모든 메뉴가 소박한 시골 한식밥상을 연상시키는 것들이다.
  오랜 단골손님들이 많은 이집은 화학조미료 맛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과 건강식을 즐겨하는 사람들이 수소문해 찾아오는 집이다. 손님 김영희(51세)는 “주인장의 토속음식 노하우와 상에 내는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이 집 음식에 신뢰감을 더해준다”고 얘기한다.
  음식에 대한 내공이 있는 만큼 대한민국 레스토랑 평가서로 정평 있는 ‘블루리본 서베이’에서 2008~2011년까지 맛집으로 선정되기도 했고, 서울시에서 선정한 자랑스런 한국 음식점이기도 하다. 일반적이라고 생각되는 한식메뉴 한 끼에 8000원~1만3000원인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다는 평가도 있지만 음식의 질을 고려하면 납득할 만하다.


쌉쌀한 나물 향이 미각 자극
  이집의 인기메뉴는 산나물비빔밥과 채묵밥. 산나물비빔밥은 참취, 곤드레, 참나물, 미나리 등 봄에 문경에서 채취한 나물을 향기를 유지할 수 있게 물 냉동시켜 사계절 내내 사용한다. 보통 9가지나물이 비빔밥의 주재료인데 비빔그릇 속에는 고소한 깨를 등에 업은 초록색 나물이 전부다. 보통의 비빔밥에 올라가는 그 흔한 계란후라이, 콩나물, 무생채, 고추장도 없다. 마치 강원도 곤드레밥과 같은 느낌이랄까.
  주인장의 설명대로 따끈한 밥 한 공기를 모두 넣고 양념간장 1수저, 함께 나온 된장찌개 3수저를 넣은 다음 쓱쓱 비볐다. 양념간장은 달래와 참깨, 참기름, 파가 잔뜩 들어있는 향긋하면서도 짭조름한 맛. 제대로 된 양념장으로 인해 비빔밥 맛이 가미될 듯하다. 비비는 동안 나물에서 나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자꾸 코끝을 자극했다.
  비벼놓고 나니 나물 반 밥 반이다. 이제 맛을 볼 차례. 한 수저씩 입에 넣을 때마다 구수하고 쌉쌀하게 씹히는 향긋한 나물 맛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고추장이나 고춧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순수한 나물 그대로의 맛을 느낄 수 있게 조리한 이 집 음식의 특징이 잘 묻어난다.


구수한 메밀묵이 입안으로 후루룩
  채묵밥은 직접 쑨 메밀묵에 잘 익은 김치를 썰어 넣고 조선간장, 김, 깨소금, 참기름, 멸치국물 육수를 넣어낸 것. 공기밥과 청국장이 함께 나온다. 짙은 메밀묵의 맛과 고소한 양념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우어주기에 인기가 많다. 투박하면서 길게 썬 메밀묵채만 수저로 떠먹다 밥을 말아먹으면 되는데 먹을수록 메밀묵의 구수한 맛이 입안으로 그대로 전해진다. 수저 끝에 매달려 휘청 휘청대는 묵채를 후루룩 입안으로 넣다보면 금방 배가 불러온다. 청국장 또한 직접 이집에서 국내산 콩을 삶아 제대로 발효시킨 영양덩어리다.
  밑반찬도 정갈하다. 직접 만든 무말랭이, 깻잎절임, 배추김치 등 반찬 하나하나에 정성이 느껴진다. 이날 나온 반찬 중에 압권은 냉이무침. 살짝 데쳐서 참기름과 소금으로 조물조물 무쳐낸 냉이무침의 향이 오래도록 입안에 머물러 기분까지 좋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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