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교과부가 발표한 특목고입시 정책은 단적으로 말하면 학생 스스로가 자신의 처지에 맞는 학습목표를 세워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학습능력 조차도 스스로 평가하는 능력을 지닌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의도이다. 하지만 그동안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학부모들에게는 추상적인 구호로만 들리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여기에다 대학입시정책에서는 특목고생들의 높은 학습능력을 인정해 주던 비교내신제도가 폐지되었다. 특목고생들이 우수한 학습능력을 가졌음에도 명문대진학에서 일반고교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어려워진 것이다.
학부모들 입장에서는 참으로 난감한일이다.
특목고의 입시전형이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자기주도학습능력이 실제 대학입시에 가서는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는 모순을 안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특목고가 생겨난 이후 특목고가 어떻게 변화발전하고 있는지, 그리고 사회는 이러한 모순을 어떻게 수용하고 있는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목고 출신들이 대학졸업 이후 사회로 진출할 때쯤 사회는 다시한번 변화된 모습으로 그들앞에 나타난다. 그들은 바로 취업전선에서 변화를 목격하게 되는데 내신 때문에 2류대학 진학의 쓴맛을 맛보았던 특목고 출신들이 대기업의 블라인드 면접이나 인턴사원제 같은 리그루팅 시스템에서 그들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된것이다. 우수한 인재를 뽑고자하는 대기업 면접관들이 우리사회가 않고 있는 교육정책의 모순을 모를 리 없었고 그들이 그냥 우수한 인재를 놓칠 리가 없었던 것이다.
교육의 목표는 단기적으로 학생이 특정고교나 대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목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멀리 본다면 교육은 학생의 역량 성취를 위한 수단으로 작용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특정학교의 졸업장이 이제는 더 이상 미래의 보증수표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은 더욱 명확해진다. 바로 미래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상을 제대로 알고 그러한 인재가 되기 위한 능력을 갖추는 일이다.
우리나라의 글로벌화는 FTA채결과 더불어 성역 없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실리콘벨리의 일자리 대부분을 점령했던 국제적 역량을 갖춘 인도의 엔지니어들이 이제는 한국-인도간에 체결된 CEPA협정 이후 국내 일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 더 이상 국내인재만 고집하지 않고 해외기업들 또한 국적을 가리지 않고 채용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경쟁력 있는 글로벌인재는 어떤 능력을 키워야 할까?
첮째, 국제적 의사소통력(듣고 말하는 능력+문자언어 소통능력)을 가르치는 일이다.
최근 활발하게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국내 5대기업들의 관리자조건을 보면 미래가 요구하는 인재상이 그려진다. 이러한 글로벌기업에서는 업무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외국인과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없으면 관리자로의 진급에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그동안 외고열풍, 특목고돌풍의 원인은 학부모들의 왜곡된 교육열풍이거나 빗나간 특목고설립취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국제적 역량을 갖춘 인재로 자라나고자하는 학생들의 강력한 욕구를 공교육에서 외면한데서 비롯된 반사적 파장이라는 사실을 오늘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 웅변해주고 있는 것이다.
둘째, 국제화에 맞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능력을 배양하는 일이다.
만들어진 틀에 얽매이지 않고 주변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사고할 수 있는 능력은 다양한 직간접적인 경험과 독서를 통해서 자기만의 사고틀을 만들어 가야만 얻을 수 있다. 입시에서 비중이 확대되는 입학사정관제에서도 봉사활동이나 다양한 체험활동, 독서 등을 중요한 사항으로 다루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유연한 사고를 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과 주변환경을 잘 이해해서 객관적인 통찰력을 가지고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정부의 입시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변화해갈 지 얼마나 자주 바뀔 지 우리는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교과부 스스로가 자기주도형 학습능력을 키우는데 교육방향을 설정한 것과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동일선상에 있다는 것이다. ‘특목고 진학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는 고민은 교육의 근본적인 목적을 염두에 둔다면 부차적인 선택의 문제라는 것이다. 미래사회가 어떤 인재를 필요로 하는가를 정확히 알고 우리들에게 주어진 역량과 환경 속에서 최선을 다한다면 어떤 선택도 가능하며 스스로 선택한 것에 대한 두려움과 후회 또한 없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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