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탐방길-지리산 바래봉

높다고 겁먹지 마라! 부담없이 초보 산행도 OK!

지역내일 2012-02-10 (수정 2012-02-10 오전 10:28:54)

며칠째 동장군의 기세가 극에 다다라 최소한의 외부 활동만 제외한 채 리포터는 칩거 중이다. 하지만 꽁꽁 얼어붙은 추위에도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산행을 고집하는 이들이 있으니 바로 산을 사랑하는 산사람들. “이 정도 추위쯤이야!”라는 그들의 응원에 힘입어 다소 무리가 있을법한 바래봉 산행을 겁도 없이 나선다.
꽃피는 5월이면 철쭉을 보러 오는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는 바래봉을 올 겨울에는 하얀 눈꽃을 기대하며 정상을 향해 조심조심 한걸음 한걸음을 옮겨본다.
바람도 자고 기온도 포근해 산행하는 우리에게 날씨가 매우 협조적이다.



화려한 눈꽃세상을 기대하며 천고지에 도전!
전주역에서 한시간 가량 남원 운봉면 쪽으로 달리다 보면 남원 허브밸리에 도착한다. 바래봉 눈꽃 축제 기간이라 복잡할거란 예상과는 달리 평일이어서인지 한산하기 그지없다.
허브밸리라 불리는 곳에는 초록빛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고, 주차장에도 손에 꼽힐 만큼의 승용차만 들어서 있다. 도착 시간은 9시 50분. 축제기간동안 매일 10시에 바래봉 등반이 이루어진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왔으나 그저 한두명씩 짝을 이루어 올라가는 등산객만 눈에 띌 뿐 대규모의 등반대회는 눈씻고 봐도 찾을 수가 없다.
오늘의 산행 코스는 주차장-바래봉삼거리-바래봉-바래봉 삼거리-주차장으로 내려 오는 원점 회귀이다. 준비한 컵라면과 김밥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는 휴식시간까지 더해 4시간이면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바래봉(1165m)은 남원시 운봉읍 화수리와 용산리, 인월면 중군리, 산내면 내령리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스님들의 밥그릇인 바리때를 엎어 놓은 모양이라고 해서 바리봉이라 불리다  음이 변하여 바래봉으로 변했다고 한다. 운봉사람들은 산 모양새가 마치 ''삿갓''처럼 보인다 하여 ‘삿갓봉’이라 부르기도 한다. 



봄에는 꽃세상! 겨울에는 눈꽃세상!
주차장에서 약 10분 정도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면 오른쪽에 운지사가 보이고 왼쪽에는 잘 닦여진 등산로가 보인다. 차도 능히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폭은 넓으며 경사는 급하지 않아 오늘의 산행예감이 좋다.
초입을 지나자마자 둥글고 앙상하게 가지만 뻗은 철쭉나무들이 무리를 지어있고 그 위에 살포시 하얀 눈이 얹혀 있다. ‘저렇게 큰 철쭉나무에 빈틈없이 꽃이 피었을적엔 그 자태가 얼마나 아름다웠을까?’하는 생각이 스친다.    
올라가는 길은 천고지가 넘는 바래봉에 비해 다소 평안하다. 다만 춥지 않아 등산하기엔 좋으나 장단지까지 오는 응달진 곳의 눈과는 달리 양지에 쌓였던 눈은 빠른 속도로 녹고 있어 바래봉의 전나무와 구상나무 눈꽃이 위태롭다.
오로지 남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긴 탓에 철쭉으로 유명한 팔랑치 부근 삼거리에 이르렀다. 팔랑치는 철쭉 군락지가 넓게 분포되어 있어 꽃피는 계절이면 찾는 이가 많은데 오늘 산에 오른 등산객들은 하나같이 바래봉 정상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나무는 없고 풀만 군데군데 보이는 둥그스름한 정상을 오르자 사람이 오는 것을 시기라도 하듯 세찬 바람이 내 허리를 감싼다. ‘조금만 더 가벼웠으면 날아가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바람을 등에 지고 힘겹게 오르자 바래봉 비문이 우리를 반긴다. 정상에서 굽어보는 운봉의 눈 덮인 산골마을과 수묵화처럼 펼쳐진 지리산 줄기가 달력 속 그림같다.



하산길에 들린 ‘지리산 바래봉 눈꽃축제’
산속의 응달과 양달의 기온차는 기대이상이다. 잠시 요기를 위해 터를 잡았는데 햇살이 없으면 추워서 앉아있을 수가 없다. 잠시 장갑 밖으로 나온 손가락이 빨갛게 얼 정도이고 따듯하던 커피한잔이 금새 식어버린다.
하산길에 오는 25일까지 남원허브밸리 및 바래봉 일원에서 펼쳐진다는 ‘제1회 지리산 남원 바래봉 눈꽃축제’ 현장을 찾아보았다. 등산로 입구와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빙벽체험장은 매주 토요일에만 운영된다고 해 다소 썰렁한 모습으로 그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다.
그리고 어디선가 울러퍼지는 아이들의 환호소리! 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눈썰매 삼매경에 빠져 신나게 내리막길로 내딛는 모습이 보인다.
한국관광공사가 추천한 2월에 가볼만한 곳으로 선정되었다는 ''지리산 바래봉 눈꽃축제''. 그렇다. 춥다고 웅크리고 있지만 말고 박차고 나가 이 겨울을 신나게 즐겨 보는 것은 어떨까?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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