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 두근! 나의 꿈을 찾아서 - 배성진(고려대학교 국제어문학부 합격생)

지역내일 2012-02-13 (수정 2012-02-13 오후 12:12:17)

전교 꼴찌 자퇴생, 고려대 가다
고2때까지 공부 담쌓은 문제아, 수능 언·수·외에서 1개 틀려 



꼴찌들의 공부혁명을 다룬 드라마 <공부의 신>. 이 드라마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이 바로 오늘 만난 배성진 씨다. 중학교 1학년 이후 공부라고는 해본 적인 없고 고등학교때는 전교 최하위권 성적에 가출에 자퇴까지…. 무던히도 부모님 속을 썩였던, 한마디로 ‘답이 안 나오는 문제아’였다는 배 씨. 하지만 그는 올해 수능에서 언·수·외에서 1개만 틀려 당당히 고려대학교 국제어문학부 합격한 예비 대학생이다. 전교 꼴찌 문제아에서 누구나 부러워하는 명문대생이 되기까지 그의 파란만장한 방황기를 들어보자.


수업시간에 늘 엎드려 잠자던 문제아 중의 문제아
“중학교 1학년 2학기 때 노는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공부에는 손을 놓기 시작했고 성적은 중하위권으로 떨어졌죠. 그 뒤로 계속 내리막길이었던 것 같아요. 그 이후로 공부해본 기억이 없으니까요.”
학생이 공부를 안 하면 모든 게 꼬이기 마련. 성격은 점점 거칠어졌고 선생님 부모님과의 관계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었다. 질풍노도기의 이유없는 반항이라고 하기엔 많이 도가 한참 지나쳤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그때 무슨 생각으로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노는 것 외에 하고 싶은 일도 전혀 없고 공부욕심은 제로였거든요. 이런 아들을 지켜보기도 힘드셨을 텐데 한번도 내색하지 않으셨던 어머니가 정말 대단한 분이세요. ‘우리 아들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잘할 수 있는 아이’라며 격려해주셨거든요. 그래도 당시 제겐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어요.”
그렇게 아무 대책도 준비도 없이 진학한 고등학교. 분당고에서 배 씨는 ‘수업시간에는 자고 쉬는 시간에는 활동하는 학생’으로 통했다. 학교에서도 스스로도 포기한 학생이었던 것.
“모든 친구들이 대학 진학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지만 저는 대학도 상관없었어요. 안 가도 그만이라고 생각했죠. 수업시간은 물론 자율학습시간에도 늘 엎드려 잤고 학원은 가방만 들고 왔다갔다 하는 생활의 반복이었어요.”


성적은 최하위권, 무절제한 학교생활  
모든 시험문제는 읽지도 않고 느낌으로 찍었다. 평균 50점도 안 되는 성적을 받기 일쑤였고 뒤에서 10등 최하위권을 도맡아 놓고 했다. 당연히 선생님들이 싫어하는 대표적인 학생이었다고 고교시절을 회상했다.
“선생님과 싸우고, 욕하다 걸리고, 학생부에 불려가는 것이 일상이었어요. 당시에는 무슨 만용이었는지 선생님이 하나도 안 무섭고 학교도 만만했어요. 사실 어머니는 중학교 선생님이시거든요. 그런데 아들인 제가 툭하면 말썽부려 학교에 불려오니 얼마나 창피하셨겠어요.”
이런 일상이 반복되면서 배씨의 학교생활은 악화일로였다. 당시 학교가 감옥처럼 느껴졌고 벗어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이윽고 자퇴를 결심 부모님을 설득하기 시작했지만 대책없는 결정에 허락할 리 만무였다.
“2학년 4월경부터 더 이상 학교에 못 가겠더라고요. 어머니께 자퇴하겠다고 말씀드렸지만 허락하실 리가 없었죠. 생각이 여기쯤 미치니 자포자기로 더 막나갔던 것 같아요. 등교 길에 담배피우고, 쉬는 시간에 학교 담 넘어 집에 가버리는 일도 예사로 벌였죠. 학교에서 저는  정말이지 통제가 안 되는 문제아 중의 문제아였답니다.”
미래에 대한 걱정이나 고민이란 것은 없었고 단지 학교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자퇴를 결심했고 부모님께 이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가출을 감행했다. 5일 동안 모든 연락을 두절하고 잠적한 것이다. 


자퇴이후 자유로움과 두려움 교차…처음으로 공부하고 싶어져 
“먼저 자퇴한 친구 집 옥상에서 생활했어요. 3월이라 꽤 추웠던 것 같은데 그래도 집에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어요. 낮에는 부족한 잠을 잤고 밤이 되면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방탕한(?) 생활을 했어요.”
5일째 되는 날 어머니한테 ‘학교 그만두라’는 한 통의 문자를 받고서야 집으로 들어갔다. 어떤 대안도 없이 단지 싫어서 피한 학교. 그렇게 열여덟에 그는 자유인(?)이 됐다. 달라진 것은 없었고 그냥 자고 먹고 노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막상 내 마음대로 생활할 수 있게 되니까 처음으로 막연한 두려움 같은 것이 몰려왔어요. 패스트푸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죠. 시간당 4000원을 받았는데 7시간을 꼬박 서서 일해도 채 3만원이 안 되더라고요. 대략 한 달에 40만원 정도 벌었는데 돈 버는 일이 이렇게 힘든 줄 처음 알았어요.”
부모님처럼 평범하게 사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도 그 무렵이었다. 좋은 대학에 가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마침 어울리던 친구들도 하나 둘 공부를 시작하면서 목표도 없고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자신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공부는 때가 있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어요. 19살 2월경부터 처음으로 공부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선 검정고시부터 봐야 했죠.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통과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수능이었죠. 처음 해보는 공부였으니까요.”


공부에 올인한 1년 평균 3~4등급, 재수 끝에 올 1등급 받아
학원을 다니며 하루 10시간 이상 공부에 몰두했지만 첫 모의고사에서 언·수·외 합이 채 100점도 안됐고 8~9등급의 성적을 받았다. 다행히 성적은 조금씩 상승세를 나타냈고 그렇게 9개월여를 공부해 수능에서 언?수?외 평균 3~4등급까지 끌어올렸다.
“처음에는 문제를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았어요. 문제를 거의 외우다시피하면서 정말이지 무식하게 공부해서 받아낸 성적이었어요. 서울에 있는 중하위권 대학에 원서를 넣었어요. 그 학교라도 들어가면 저로선 성공한 거잖아요. 하지만 보기 좋게 떨어졌죠.  정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은 부딪힐수록 쉬운 건 하나도 없더라고요.”
1년을 더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독하게 공부해 정말 인생을 바꿔보겠다 결심한 것. 학원을 다니며 공부했지만 스스로 학습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며 생활관리도 철저하게 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났어요. 학원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머리가 깨어 있어야 공부가 잘 되기 때문이에요. 특히 취약했던 수학은 하루 12시간씩 몰입해 파고들었고 1분 1초도 허투루 쓰지 않았던 것 같아요.”
3월 모의고사 때 언·수·외?3·3·1 등급이던 성적이 6월에는 1·2·2, 9월에는 2·1·1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며 노력에 보답했다. 그리고 11월 수능에서 드디어 1·1·1을 찍은 것이다.
“수능이 쉬웠다고는 하지만 그런 것을 떠나 이번 수능 성적은 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결과라고 생각해요. 그 보다 더 크게 얻은 것은 이제 뭐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는 점이에요. 성적에 치여 진로라는 큰 꿈을 생각할 여유도 없이 달려왔지만 이제는 국제전문가로서 일하고 싶다는 꿈도 생겼답니다.”
입학을 앞두고 이제 다시 새로운 출발점에 섰다는 배성진 씨. 말할 수 없이 엉망인 아들이었지만 늘 관대하셨고 믿어주신 어머니께 너무나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는 마음을 조심스럽게 드러냈다.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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