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생활정치! 주부가 앞장선다①
주부들 왜 정치에 무관심할까?
어려워서, 그냥 싫어서, 내 생활과 상관없어서라고 말하던 시절은 끝
올해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 동시에 실시된다. 늘 빠듯한 살림과 잡다한 일상으로 “정치는 무슨?”이라고 생각해 오던 대부분의 아줌마들. 그러나 정치판 돌아가는 것이 뭔가 잘못 됐다고 생각한다면 가장 가까운 곳부터 바꿔보자. 올바른 정치,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가장 큰 원동력은 무서운 유권자, 바로 채찍을 든 국민이다. 그래서 이제 정치에도 아줌마 파워가 필요하다. 주부들의 생활정치 실천은 그 의미가 크다. 새로운 힘, 신선한 시선의 주부 유권자! 우리 정치의 또 다른 희망이 아닐까?
이제 주부들,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배워 보자. 알면 알수록 내 삶과 밀접한 정치. 지금까지 왜 그렇게 무관심했을까? 정치에 대한 주부들의 솔직한 이야기부터 들어본다.
김부경 리포터 thebluemail@hanmail.net
교육정보, 살림이라면 나도 지지 않는데···
학원강사로 10년 넘게 일하다 지금은 전업주부인 김정숙(42·좌동)씨는 얼마전 대학동아리 동창모임에 갔다. 남자동창들도 오는 자리라 살짝 가슴이 설레기도 했다. 어쨌든 옛날 그 풋풋했던 분위기를 기대하며 나름 예쁘게 꾸미고 나갔다고 한다.
“다들 조금은 늙었지만 예전 모습 그대로라 정말 반가웠죠. 주식으로 돈 많이 번 친구, 사업하는 친구, 증권회사 다니는 친구 등 다들 세상의 주류로 열심히 살더라구요.”
식사를 하면서 가볍게 맥주도 한 잔 마셨다. 그때까진 좋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이야기의 화제가 정치로 바뀌자 김씨는 ‘꿀 먹은 벙어리가 이런 것이구나’를 실감했다고 한다. 평소 아줌마들 사이에서 그 누구보다 교육정보에 빠르고 아는 것도 많던 김씨. 이름도 모르는 정치인이 툭툭 튀어나오고 최근 정치판 사건들이 나오자 아무말 못하고 아는 척 웃고 있는 김씨의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날 지경이었다고 한다.
“여자 동기 중에도 정치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 있더라구요. 남자동기들은 정치분야 전문가처럼 보였죠. 나중엔 얼른 집에 가고 싶은 생각뿐이었죠”
김씨는 태어나 처음으로 ‘정치를 모르는 것이 이렇게 부끄러운 것이구나’를 느꼈다고 한다. 예전에는 “난 그런 거 관심 없어”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이제 40대다. 내 아이들이 자라는 세상, 그 세상을 바꾸는 정치에 무심한 것 자체가 문제구나를 실감했다는 김씨. ‘시작이 반이다’라는 생각으로 요즘 열심히 신문부터 읽고 있다고 한다.
‘정치 문외한’이라 무시한 남편과 싸움 끝에
선거철이 다가오면 ‘공휴일 하루 늘었네’라고 생각하던 주부 정해숙(38·재송동)씨. 하지만 5년 전 대선 때 남편과 다투었던 일을 기억하면 올해 선거철이 부담스럽다. 남편과 대화 중에 대통령 후보 얘기가 나와 남편이 지지하던 후보에 대해 한마디 했다가 그만 큰 싸움이 되었다.
“그 땐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별반 차이 없을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남편은 여자들의 정치 무관심, 특히 후보에 대한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연예인 일화처럼 얘기하는 것을 큰 문제로 보더라구요. 그리고 아줌마들을 싸잡아 한심하다나요.”
일단 무시당하는 것 같아 크게 싸웠지만 혼자 생각해 보니 ‘정치를 모르는 것이 자랑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 후로 정씨는 신문도 읽고 뉴스도 보면서 정치에 대해 점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관심을 가지다 보니 주부로서, 학부모로서 의견을 내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후보들이 내는 공약들도 주부들에게 직접적으로 와닿는 내용이 많더라구요. 아이들의 사교육비, 급식 문제, 여성 일자리 등의 문제에 불만만 가지지 말고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요즘은 가끔 남편과 정치에 대해 토론(?)도 한다는 정씨. 정치! 정말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조례’ 뜻 몰라 민망했네~
평소 열심히 신문도 읽고 잡지도 챙겨보며 세상 흐름에 뒤처지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박진경(40·용호동)씨. 선거철이면 마음에 드는 인물이 없어도 투표만큼은 꼭 했고, 정치에 큰 관심은 없어도 촛불 집회에 참석할 정도의 열정은 가지고 있었다.
나름 세상일에 촉수를 세우고 산다는 박씨의 자부심에 금이 가는 일이 있었으니 바로 ‘조례’라는 단어의 뜻 때문!
“초등학교 아이가 어느 날 조례의 뜻을 묻는 거예요. 별 생각없이 ‘왜 아침에 선생님이 아이들 모아놓고 말씀하시는 거 있잖아?’라고 했더니 황당한 표정을 짓는 거예요. 아이는 법률 용어를 묻는 거였죠.”
엉뚱한 답을 해놓고 너무나 민망하더라는 박씨. 초등학생이 배우는 용어 정도는 알고 있어야 했는데···.
“단어의 뜻이야 모를 수 있지만 그 일로 내가 세상일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것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정치에 대한 무관심도 반성되고···.”
박씨는 투표하니까 정치에 잘 참여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더 관심을 가지고 정확하게 알아야 좋은 유권자가 될 수 있다. 그게 올바른 정치 참여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올해 총선, 대선엔 제대로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박씨. 그것부터가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는 엄마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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