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씩 짝을 지어 앉아 행주와 봉차자의 역할을 한다.
여전히 찬바람이 기승을 부리던 주말 오후. 가벼운 나들이조차 부담스러워 가까운 부산박물관을 찾았다. 소강당 문화체험관에서 다도체험을 할 수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차 마시러 간다는 말에 남편은 좋아하고 아이는 생뚱맞게 뭐 그런 걸 배우러 가냐는 표정. 맛있는 다과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는 다소 과장된 정보를 미끼로 던져 살살 달래서 데려갔다.
부산박물관
30분가량 일찍 도착해서 박물관을 둘러보기로 했다. 박물관에서는 무조건 문화해설사의 설명을 들어야 되는 줄 아는 아이는 지레 유치원 때부터 시작해서 얼마나 자주 박물관에 온 줄 아느냐면서 오늘만큼은 설명 없이 그저 알아서 보겠다 했다. 기껏해야 12년 인생에 박물관에 오면 얼마나 왔겠나싶어 어이가 없었으나 다도 체험만 하고 돌아갈 것이라는 확답을 주었다.
부산박물관은 크게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 유물을 전시해 놓은 제1전시관, 근대유물을 접할 수 있는 제2전시관, 야외전시관으로 나눠져 있다. 올 때마다 근대실은 스치듯이 지나쳐버리곤 했는데 얼마 전 부산근대역사관에 다녀왔던 터라 눈길이 갔다.
토요일 오후의 박물관은 학생들로 붐볐다.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열심히 기록하는 아이, 심드렁하게 바라보는 아이, 가족과 함께 신기한 듯 유물을 감상하는 아이 등 사람들의 표정은 각양각색이었다.
문화체험관 ‘다도체험’
박물관의 다도체험은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야 한다. 하루 세 차례(10:30, 13:30, 15:00) 체험 시간이 있다. 월요일과 금요일은 휴무다. 부산박물관 다도체험관에서는 차의 유래, 차 끓이는 법, 차 마시는 법, 차 즐기는 법 등을 배운다. 선착순 20명 이내로 1명씩 접수해야 한다. 별다른 회원가입 절차 없이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바로 예약할 수 있어 편리하다.
다도는 단순히 차를 우려내는 기술이 아니다. 다도의 목적은 차를 통해 사람의 정신과 육체의 조화로움을 추구하는 것이다. 다도를 체험한다는 것은 ‘마음’을 체험한다는 의미고 마음을 싣는 방법은 예절을 통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보인다는 것이라 했다.
우리 가족을 포함해 네 팀은 선생님을 따라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는 체험방에 들어갔다. 마련된 자리에 두 명씩 짝을 지어 앉았다. 한 명은 팽주(차를 우려내는 사람)의 역할을 또 다른 한 명은 봉차자(팽주가 우려낸 차를 손님에게 가져가 대접하는 사람)의 역할을 맡았다. 서로 인사를 나눈 뒤 차상을 덮고 있는 보자기를 열면서 체험은 시작됐다.
녹차는 물의 온도가 70~80℃일 때 맛이 좋다고 한다. 선생님의 시범에 따라 찻잔을 데우고 차를 우려냈다. 차를 마실 때는 처음에 차 빛깔을 보고 코로 향기를 맡으며 한 모금 음미한다. 다 마신 뒤 찻잔에 남아있는 차의 잔향을 맡아보라고 했는데 놀랍게도 딸기향이 났다.
찻잔 위치를 바꾸고 팽주와 봉차자의 자리를 서로 바꿔 앉았다. 첫잔과 달리 두 번째 잔은 진하게 우러나 떫을 수가 있어 마련되어 있던 떡을 먹은 뒤 차를 우려냈다. 처음과 사뭇 다른 맛이다. 마지막으로 뒷정리를 깔끔하게 하는 것으로 45분 간의 수업은 끝이 났다. 정숙한 분위기에서 마시는 차로 마음 또한 차분해지는 듯했다.
아이는 “차를 우려내면서 쏟았던 정성을 기억하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마음에 남는다 했다. 차를 우려내는 기술은 부차적인 것이다. 마음을 정갈하게 하고 좋은 사람에게 좋은 차를 대접하겠다는 정성을 담는 것이 다도일 게다. 짧은 시간이지만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를 음미할 수 있는 다도 체험. 온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으로 추천한다.
이수정리포터 cccc090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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