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사는 세상 - “집에서 다투고 학교가면 꼭 싸웠어요”

어른들은 아이들 세상 잘 몰라 … 대화 통하는 게 ‘좋은 친구’

지역내일 2012-02-01

지난해 대전 모 고교를 자퇴한 김지연(가명·18)군은 대전시 서구 예지고등학교에 다닌다. 학교생활이 즐겁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낸다. 김 군은 보컬 트레이너가 꿈이다. 좋아하는 활동도 열심히 하면서 꿈을 향해 뛰고 있다.
김 군은 자퇴하기까지 험난한 생활을 이어갔다. 학교에서는 교사와 대립과 갈등이 잦았고, 집에서도 부모와 자주 싸웠다.
김 군에게는 벌점과 사회봉사명령이 떠나지 않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학교에서 제안한 권고 전학을 따르지 않아 자동으로 퇴학처리가 됐다.
김 군이 보낸 1년의 이야기를 인터뷰를 통해 엮어봤다.


주변 사람들과 왜 자주 싸웠나
집에서 부모님과 다투고 나오면 뭔가 기분이…. 그래서 학교에서도 선생님과 자주 싸웠다. 기분이 좋지 않아 책상에 엎드려 억지 잠을 청한다. 그때 선생님이 깨우면 화가 치민다. 깨우는 사람이 누구든 상관없이 싸우게 된다.
학원, 학교결석, 용돈문제 등 생각해보면 사소한 문제들인데 참지 못하고 싸웠다. 그러다 아버지한테 맞고….
그럴수록 더 화가 치밀었다. 지금은 엄마가 많이 아프셔서 엄마하고 다투지 않는다. 부모님한테 맞고도 반성하지 못하는 것은 내 성격 탓인 것 같다.
집에서 부모님과 잘 지내는 얘들은 밖에 나가 싸우지 않는다. 


어른이 되면 어떤 부모가 되고 싶나
부모의 과잉보호도 이유인 것 같다. 가정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네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까지는 뭘 해도 상관 않겠다”고 했다.
내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내게 관심이 없었다. 상대적으로 엄마는 나를 과잉보호했다. 어릴 적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어른이 되면 내자식은 반성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편하고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 싶다. 고등학교 입학할 때까지만 엄하게 가르치고 싶다. 편할 땐 아주 편하고, 엄할 땐 아주 엄하게 하고 싶다.


학교폭력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어른들은 외모가 강해보이는 아이가 약한 아이를 건드리기만 해도 ‘폭력’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학교에서 일진이라고 불리는 아이들과 보통 아이들은 쉽게 구분이 된다.
보통 논다는 아이들이 ‘얼마 벌었냐, 뭐 먹고 사냐’ 이정도 대화를 나눈다.
컴퓨터 사이트를 뒤져 불법 토토게임 등을 해서 돈을 벌기도 한다. 하지만 일진으로 불리는 아이들은 작은 문제로 아이들을 괴롭히지 않는다. 어른들은 ‘학교의 조폭화’ 이런 말을 쓰면서 학교폭력 문제를 처벌하려고만 한다. 그러나 아이들의 문제는 집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집에서 부모와 제대로 소통하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절대 싸우지 않는다.


예지고등학교 생활은
일단 심리적으로 편하고 텃새도 없다. 일반고에선 숨어서 하는 일들 예를 들면, 흡연 같은 경우도 흡연실이 있어서 내놓고 피운다. 
일반 중·고등학교에서 퇴학당한 아이들이 다닌다. 그래서 청소년부는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많다. 그러나 여기선 싸우지 않는다. 아무리 화가 나도 참는다. 왜냐면, 누구나 다 싸울 줄 알지만 싸움을 시작하는 사람이 친구를 잃기 때문이다. 
한 학년이 120명 정도인데, 원하는 수업만 선택해서 1:1 멘토링 수업을 한다. 모든 수업이 수행평가지만 어렵지 않다. 1교시부터 5교시까지 각 40분 수업이라 지루하지 않다. 장년·노년반이 합반인데, 늦은 나이에 공부하려고 온 분들이다.
청소년반과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학생회장이 70세 할머니다.
젊은 선생님들하고 잘 어울려 지낸다. 가끔은 나이 많은 선생님들에게 혼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를 위해서 그런 거라 생각해 받아들이는 편이다. 운동장이 없어서 체육수업은 없고 강당이 있지만 미술실로 쓴다.


‘좋은 친구’에 대한 생각은
어른들이 생각하는 좋은 친구와 우리가 생각하는 좋은 친구는 다르다.
어른들이 말하는 ‘공부 잘하고 모범생’같은 아이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친구를 경쟁상대로만 생각하는 것 아닌가.
서로 대화가 통하고 공감대를 만들 수 있는 친구가 좋은 친구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청소년 연극제에서 상을 탔는데
연기상을 탔다. 연극을 하게 된 동기는 일반고에 다닐 때 친구의 권유로 ‘미라클’연극 동아리에 가입하면서부터다. 처음엔 배우가 아닌 연출부 일을 맡았는데, 이것저것 잡일을 하던 중에 배우가 한 명 부족해 참가하게 됐다. 재미도 있었고 열심히 했다. 결과도 좋아 기분이 좋았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실용음악과에 가려고 대학 3~4개 정도를 정해놓았다. 대학에 떨어지면 연극단에 들어갈 계획이다. 나중에 보컬 트레이너가 안 되면 연기자가 되고 싶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란 사람의 바탕이 중요하고 다음으로 능력과 끼, 성실성이라고 생각한다.
천미아 리포터 eppen-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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