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날인] 창덕여고 2학년 박효정

장구 치며 찾은 미래 꿈 “한 우물 파니 길이 보여요”

지역내일 2012-02-01 (수정 2012-02-01 오후 1:53:15)

“대학만 가면....” 수많은 고교생들 마음속에는 꽁꽁 숨겨둔 나만의 버킷리스트가 있다. 하지만 박효정 양은 하고 싶을 걸 미래로 미뤄놓지 않고 현재 시점에서 다 하고 있는 흔치 않은 여고생이다. “창덕여고 예비소집일 날 사물놀이 동아리 공연을 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을 만큼 강렬한 인상을 받았어요. 곧바로 동아리에 가입했지요.” 

 
장구 매력에 푹 빠지다
 장구, 북, 징, 꽹과리로 이루어진 사물(四物). 이 가운데 장구 소리에 매료되었다. “궁, 따, 다르르... 채를 잡는 손놀림, 미세한 힘의 세기에 따라 다른 소리가 만들어져요. 우렁차면서도 단순한 북 소리에 비해 장구는 섬세한 소리를 내기 때문에 기교가 많이 필요해요.” 학기 중에는 점심시간만 되면 후다닥 점심 먹고 장구 연습에 매달렸다. 수업 마치고 틈나는 대로 연습실에 파묻혀 지냈고 시간 여유가 있는 방학은 맘껏 장구장단에 빠져 살았다. 장구채에 손가락이 까져도 아픈 줄 몰랐다. “연습한 ‘딱 그만큼’씩 실력이 느는 게 눈에 보이니까 신이 났어요.”
  창덕여고 사물놀이팀 ‘징소리’는 25년 전통을 지닌 학교의 내로라하는 유명 동아리다. 일본, 중국 등 외국학생들이 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우리의 전통가락을 선보이기 위해 무대에 오르는 ‘단골 문화사절단’이다. 서울동아리한마당에서 교육감상 등 사물놀이 관련 여러 대회에서 수상한 저력 있는 팀이다.


사물놀이가 맺어준 다양한 인연
 “대부분 고교생들이 공부에 올인하느라 행동반경이 학교-학원-집으로 좁고 폭넓은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도 별로 없잖아요. 반면에 나는 사물놀이를 통해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었고 여러 사람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을 얻었어요.” 박 양이 그간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동아리 연주 실력이 입소문이 나면서 여러 행사에 초대를 받았는데 이 중에서 한 신문사 주최 마라톤 대회에 가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 “42.195km를 달려온 주자들의 막판 스퍼트를 독려하기 위해 우리 팀은 마지막 레이스 구간에 배치, 신명나게 악기를 연주했어요. 죽을 만큼 힘들어 보이는 주자들이 우리의 사물놀이 소리에 힘을 얻어 이 악물고 완주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어요. 가끔씩 슬럼프가 올 때 마다 혼신의 힘을 쥐어짜내는 마라토너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다잡아요.” 
 얼마 전에는 강남청소년수련관 고교생들이 주축이 된 연극동아리 ‘연아’에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 이(爾)를 무대에 올리는데 우리 팀이 사물놀이 연주를 맡게 되었어요. 출연 배우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가락을 만들며 맹연습 중이에요. 음악과 스토리를 믹스하는 색다른 작업이라 재미있어요.” 이처럼 박 양은 다양한 무대에 서면서 연극, 댄스, 밴드 등 여러 분야의 또래 친구들을 만났다. 그러면서 치열하게 담금질하며 성장해 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큰 에너지를 받고 있다고 말한다.
 “부모님 두 분 모두 농구선수 출신이라 ‘공부 만능주의자’가 아니셨어요. 고1 때는 장구에 너무 빠져 엄마와 갈등을 빚기도 했지만 제 열성에 결국 두 손을 드셨어요. 새로운 경험을 쌓으며 내 인생 좌표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고 지금은 응원을 많이 해주세요.”  


내 꿈은 광고기획자
 음악에 대한 치열함과 치밀함은 그의 공부 스타일에서도 엿보인다. “수업 중에는 아이 콘택트(eye contact)''가 중요해요. 초등학교 때부터 꼭 선생님 눈을 마주치며 집중해서 들었어요. 덕분에 ‘박효정은 공부 열심히 하는 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었고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는 선순환 고리가 만들어졌어요. 지금도 수업을 최대한 집중해서 들어요.”
 그만의 공부법을 묻자 빼곡하게 메모된 노트와 교과서를 보여준다. “국어 교과서의 중요 지문은 다 베껴 써요. 눈으로만 공부하는 것 보다 직접 써보면 오래 기억되거든요. 그런 다음에 수업 중 필기 내용, 중요한 키포인트와 주제어 등을 표시해 반복해서 보면 머릿속에 마인드맵이 완성되죠.” 애를 먹었던 수학도 공부의 해법을 찾았다. “문제 풀이 위주의 공부법을 바꿔 소홀히 했던 교과서부터 완벽하게 이해하려 애썼다. 문제를 많이 푸는 것 보다 ‘혼자서 제대로 푸는 것’에 공을 들이자 성적이 올랐다.
 “신명나게 장구 치듯 공부도 즐겁게 하고 싶어요. 마치 무대 위 배우가 독백하듯 공부한 내용을 입으로 중얼중얼 거리며 되뇌어 보아요. 백지 위에 암기한 내용을 몽땅 적어보기도 하죠. 공부를 퍼포먼스처럼 해요." 박 양은 아예 집에 독서실에서 쓰는 똑같은 책상을 마련, 방을 독서실 삼아 혼자서 공부한다. 아침 7시 기상, 새벽 2시 취침 예비 고3의 단조로운 일상을 슬럼프 없이 즐겁게 보내려고 애쓴다.
 “내 꿈은 광고기획자예요. 사물놀이 공연을 위해 여럿이 어울려 아이디어를 내 작품을 완성시키는 모든 과정이 흥미로웠고 적성에도 딱 맞았어요. 원래 경제와 마케팅 분야에 관심이 많았어요. 나중에 광고AE로서 내공을 쌓은 후 사물놀이를 테마로 멋진 광고를 제작해 보고 싶어요.”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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