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근! 두근! 나의 꿈을 찾아서 -숭신여고 과학동아리 ‘몰이첸’

지역내일 2012-01-30 (수정 2012-01-30 오전 10:15:02)

담쟁이가 문화재를 훼손한다구요? 이끼벽면은 어때요!
‘이끼벽면 녹화 효과연구’로 제11회 환경올림피아드 과기원총장상 수상



고즈넉하고 고풍스러운 대학 캠퍼스 건물을 감싸고 있는 초록 담쟁이는 세계 최고 지성의 상징 미국의 아이비리그 유래이기도 하다. 빨간 벽돌집을 꼬물꼬물 기어오르는 초록빛 담쟁이는 낭만의 지성과 상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건물의 아름다운 상징인가, 지독한 생명력으로 문화재를 훼손하는 흉물인가’를 놓고 최근 학계에서는 담쟁이 논쟁이 뜨겁다. 담쟁이는 30년 자라면 지름이 16cm가 넘어 목조 석조 문화재를 심각하게 훼손시킨다는 것이 담쟁이 제거파들의 주장.
이러한 담쟁이 논쟁에서 착안해 ‘이끼 벽면 녹화의 효과 연구’라는 논문으로 제11회 환경과학올림피아드에서 광주과기원총장상을 거머쥔 당찬 소녀들이 있다. 바로 성남 숭신여고 과학 스터디그룹 ‘몰이첸’이다. 민사고와 동산고를 제치고 일반고로서 4개 학교 안에 들었고, 여학교로서는 유일한 수상이기도 하다. 미래 환경과학자를 꿈꾸는 야무진 네 소녀를 만났다.


건물벽면 훼손하는 담쟁이 대체로 이끼벽면 생각해 
숭신여고 1학년 이소민 이세희, 2학년 오주아 오은영 이 네 학생이 6개월 동안 연구한 과제는 ‘벽면녹화의 온·습도 조절효과 및 식생방음벽에 대한 연구’다. 담쟁이 폐해에 대한 기사를 접한 뒤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에 대한 대안이 없을까 생각하던 중 고안해 낸 것이 바로 이끼벽면이라고 소민 양은 설명한다.
“최근에 문화재청은 수원화성의 담쟁이들을 모두 거둬냈고, 문화재지킴이에서는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건물의 담쟁이를 제거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내놓았어요. 담쟁이의 가장 큰 문제점은 깊은 뿌리가 벽면을 파고들어 훼손시킨다는 점이에요. 이끼는 벽면을 녹화하는 효과도 있으면서 뿌리가 거의 없으니까 건물의 훼손을 막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과제는 이끼의 벽면효과를 과학적으로 증명해 내는 일. 학교 과학실 창가에 모형을 만들어 6개월 이상 생육실험을 했고, 온도와  습도는 물론 소음까지 측정하기 위해 방음벽도 만들었다고 은영 양은 설명한다.
“우리가 연구한 결과에 의하면 담쟁이보다는 이끼가 건물의 훼손을 막을 수 있음은 물론 건물 실내 온도와 습도 조절효과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불어 방음효과까지도 있다는 점을 알아냈어요. 저희로서는 놀라운 발견이었고 실용화 될 수도 있다고 생각에 흥분을 가라앉힐 수 없었죠.”


이끼, 담쟁이 대체 가능성 발견, 온·습도 방음효과까지
생각의 전환은 창조의 시작이다. 사람들이 담쟁이의 폐해에 대해 논할 때 몰이첸은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제 조그만 가능성을 발견한 것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연구결과 이끼벽면의 장점이 증명되어 저희로선 정말 보람되고 고무적인 일이죠. 하지만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히 남아 있어요. 실험을 시작한 것이 4월부터 9월까지였기 때문에 봄부터 여름철까지만 지켜볼 수 있었어요. 적어도 1년은 지켜봐야 했는데 시간적으로 부족했던 것이 가장 쉬워요. 이 연구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실용화 가능성이 있는지 계속 연구해 볼 생각이에요.”
실험에 쓰였던 이끼는 양지에서 자라는 종으로 뿌리내리지 않고 부착되어 있어 벽면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비용절감 효과도 있다는 것을 몰이첸은 증명해 냈다는 것이 주아양의 설명.
“보통 이끼는 음지에서 자라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이 연구가 가능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외국논문 등을 찾아 읽으며 다양한 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연구한 결과 확실한 이점을 찾았고 실용화 가능성도 발견한 것이죠.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시작했지만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과정이 정말 흥미로웠고 우리들의 가능성을 실험해 보고 싶은 욕심도 생겼어요.”


결과보다 38쪽 논문쓰기 위한 과정에서 더 많은 것 배워 
이끼를 심고 생육과정을 살피면서 한 시도 마음 놓은 날이 없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마다 온도계를 들고 다녔고 물가에 어린아이를 내놓은 엄마의 심정으로 노심초사하며 6개월을 보냈다고 세희 양은 회상한다.
“이끼의 생육을 살피는 일은 여간 신경쓰이는 일이 아니었어요. 그보단 38쪽의 논문을 쓰면서 20여 개가 넘는 국내외 논문을 직접 찾아다니며 읽어야 했던 것이 저희에겐 더 벅찬 일이었죠. 어려운 학문적 용어도 그렇고 처음으로 써보는 논문이라 방법을 몰라 무척 힘들었어요.”
하지만 어떤 문제를 연구하고 증명하는 과정을 경험했다는 것이 자신들이 얻는 성과라고 입을 모은다. 토론을 통해 연구과제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계획서를 작성하고 보고서를 쓰고 실험하고 기다리는 과정. 수많은 교수님들과의 인터뷰와 포스트 발표를 위한 프리젠테이션을 위해 잠을 줄여가며 몰두한 일들이 그렇다.
“논문을 한 편 쓰고 나니 그 과정에서 정말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어요, 예상했던 대로 실험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도 있고, 솔직히 학교 시험하고 겹칠 때는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어요. 학교공부와 병행해야 하는 가장 어려운 점이었죠.”
최선을 다했기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 이 경험은 네 학생들에게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미래 과학자로서의 꿈에 한 발 확실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해준 귀한 경험이었다.


미래 과학자의 꿈을 위한 첫 발 내딛은 기회
“10번도 넘게 전화를 드렸는데도 만나주지 않은 분도 계셨지만 서울대학교 송중상 교수님은 어린 학생들임에도 친절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학교 영어선생님께서는 외국논문 읽기에 적극적으로 도와주셨고, 환경선생님은 TF팀을 꾸리실 정도로 적극적으로 도와주셨답니다.”
과학고에 비해 열악한 시설은 노력으로 극복했다. 발로 뛰면서 주변의 모든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해 완성한 논문은 전국 60개 팀 중 일반고 4개 팀 여학교로는 최초 수상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다. 몰이첸은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들의 진로가 확실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대회를 통해 저는 확실히 진로를 정했어요. 평소에도 생물과목을 좋아하는데 논문을 쓰면서 더 확실해 졌죠.”(주아)
“실험하고 탐구하는 과정이 이렇게 재미있는지 몰랐어요. 앞으로 생명공학 쪽을 계속 공부해보고 싶어요.”(은영)
“이번 논문을 쓰면서 저는 꿈이 생겼어요. 생물은 저에게 낮선 과목이었는데 최근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미생물학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어요.”(소민)
“의사나 수학과 교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 이번 대회에 참여하면서 가장 절실하게 깨달은 것은 정말 세상에는 똑똑한 학생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었어요. 안주하지 않고 그 열정으로 앞으로 계속 공부해 나갈 것입니다.”(세희)
이춘희 리포터 chlee1218@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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