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탐방길 - 무주 반디랜드와 남대천

아이가 주도하는 겨울 여행, 곤충과 천문대의 매력에 푹 빠지다!

지역내일 2012-01-28 (수정 2012-01-28 오후 6:03:35)

아이들은 방학, 엄마들은 개학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날들의 연속이다. 해가 중천에 떴어도 시체놀이를 하는지 꿈쩍도 않는 아이, 혹은 일찌감치 하루일과를 끝내고 컴퓨터와 자석처럼 붙어 씨름하는 아이. 이런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양처럼 순하던 엄마도 어느새 사나운 늑대로 변신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큰 애벌레가 되어 방구석을 뒹구는 아이들에게 할 일을 하나 던져 주었다. 바로 ''재미와 교육효과에 만점''인 아이가 주도하는 여행을 계획하게 해 본 것이다.
이번 여행엔 아빠가 빠진다. 겨울철 유명 관광지의 수많은 인파를 피해 주말이 아닌 주중을 택했기 때문이다. 대신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또래 친구들과 동행하는 여행을 선택했다.



여행지와 여행일정 정하고 정보수집하기
리포터의 아들들은 초3, 초5학년이다. 다소 어린감이 있어 여행에 대한 결정권은 최대한 존중하되 전반적으로 삶의 정보(?)가 부족한 아이들이기에 양자택일 등의 방법을 동원해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계획세우기에 돌입했다.
먼저 여행지는 한 시간 남짓 거리의 남원과 무주 중 무주를 선택했다. 아이들이 이번 여행에 가장 초점을 둔 것은 바로 별을 관측하는 천문대이다. 두 지역 다 천문대가 있긴 하지만 무주를 택한 이유는 반디랜드(063-324-1155) 내에서 사랑하는 곤충도 만나고 별도 보며, 이동할 것 없이 통나무집에서 1박을 하는 것이 편할 것 같다는 장점을 아이들은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디랜드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 얼음축제가 성대하게 열린 남대천에 들러 송어낚시 체험도 은근히 기대하면서 일정을 짜 본 결과 도착당일 오후엔 반디랜드 투어, 저녁엔 천문대 체험, 다음날엔 남대천 얼음축제에 들러 맘껏 몸을 풀어 보는 걸로 계획을 세웠다.
직접 눈으로 보고 즐기며 체험해 보는 무주로의 여행에 벌써부터 아이들은 상기된 표정이고, 아빠들은 ‘너희들끼리 놀러가서 좋겠다’며 심술이 가득하다.




반디와 별과 함께 통나무집에서 동침하기
전주에서 1시간 반 가량 달려 도착한 반디랜드. 반디랜드는 온 가족이 즐기면서 자연학습을 할 수 있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무주군 설천면 청량리에 위치해 있다. 
통나무집에 짐을 풀고 헤쳐모인 곳은 곤충발물관(입장료 대인 3천원+돔영상관 2천원/ 소인 천원+천원). 곤충박물관은 반딧불이를 비롯한 2,000여종 1만 3,500마리의 전 세계 희귀곤충 표본과 열대식물, 수천마리의 나비와 나방이 전시되어 있는 곳으로 반딧불이의 한살이를 그린 3D 영상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이부영 해설사의 진심이 담긴 친절한 해설로 전시관을 섭렵하고 돔영상관으로 이동했다. 영상관은 반원구 모양인데 6개의 영사기를 투시하여 입체적으로 실감나게 영상을 관람 할 수 있는 공간이다. 달에서 태어나 달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이 지구에서 살다 온 할아버지에게 지구이야기를 듣는 영상물인데 마치 내 몸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며 화면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이들은 환성을 지르며 마치 자기가 빙빙 도는 것이 아니냐며 직접 일어나 확인하는 친구도 있다.
밤이 깊어 도착한 천문과학관(입장료 대인 3천원+관측료 2천원/ 소인 천원+2천원).
무주반디별천문과학관은 공립천문과학관으로 우리나라에서 2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전시관에서 천문정보도 검색해보고 우주복을 입고 사진도 찍어보고 돔 모양의 관측실로 이동했다. 겨울이라 하늘을 향해 열려진 문 사이로 찬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춥다고 발을 구르는 아이도 있지만 해설사 선생님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눈빛이 별처럼 빛난다. 좋지 않은 기상관계로 눈에 확연히 띄는 별은 목성뿐이다. 별을 관측하고 궁금한 것을 해설사와 나누는 아이들이 사뭇 진지해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모습이 있었나 싶다.
잠시 별을 보느라 긴장했던 아이들은 통나무집에 들어서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식이다. 아파트가 아니라 층간 소음 걱정이 없어 되도록 자유로움을 선사했다. 통나무집에서의 하룻밤이 깊어간다.



노는 재미에 교육의 재미까지
맘껏 여유를 부리며 맞이한 아침. 둥근 해를 기대했는데 해는 간곳없고 속 모르는 겨울비만 온 세상을 촉촉이 적신다. 하지만 무작정 눌러 있을 수가 없어 빗방울이 잦아들자 짐을 꾸려 반디랜드의 마지막 탐방코스 ''산책로 오르기''에 도전한다. 혼자였다면 짜증 부렸을 등산로지만 보슬비를 맞으면서도 여럿이라 마냥 즐거운 아이들이다.
하산 후 엊그제까지 얼음축제가 한창이었던 남대천으로 향한다. 축제의 분위기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안내를 받고 계획에 넣었던 일이건만 날씨 탓인지 축제장에는 사람하나 찾아볼 수가 없고, 기온까지 높아 얼음이 모두 녹고 있는 듯해 얼음위에 올라서기가 무섭다.
계획했던 모든 일정이 끝남으로 늦은 점심으로 배를 채우고 전주로 돌아갈 것을 제안했다. 오늘의 점심메뉴는 아이들의 적극적인 추천에 의해 자장면과 탕수육이다. 무주까지 와서 자장면인가?하는 생각이 스치지만 아이들에게 있어 통나무집과 자장면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기쁨이라고 하니 아이는 아이라는 생각이 퍼뜩 든다.
난생 처음 직접 여행지의 정보를 수집하며 기획했던 아이들, 그래서인지 더 즐거워하고 호응이 좋았던 것 같다. 늘 어리게만 보았던 아이들이 어느새 맡은 일을 충실히 해 내는 것을 보니 대견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엄마는 다 안단다. 너희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오로지 ''노는 것''이었다는 것을.
혹 기대를 걸어보자면 ''노는 재미''에 ''교육의 재미''까지 가득한 이번 겨울여행이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 진유의 일기

친구들과 떠난 무주 반디랜드 여행, 아빠가 빠져 조금 섭섭하긴 하지만 우린 통나무집을 만나는 순간 너무도 반가워 아빠는 잊어버렸다.
곤충에 대한 설명과 3D도 재미있었지만 뭐니뭐니해도 돔영상관이 제일이다. 마치 누워서 영화를 보는듯해 내가 마치 화산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것 같았다. 다행이다. 내가 화산속으로 빨려 들어가지 않아서...
진짜로 내가 움직이는 것 같았는데. 우리가 도는 것인지 난 직접 확인하려고 잠깐 일어섰었는데 이제 생각해 보니 조금 창피하다.
그리고 천문대 아저씨가 들려준 별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특히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서는 절대로 안되겠다.<중략>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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