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는 고양시민들의 모임 ‘자타고’

자전거 타고 거침없이 라이딩

지역내일 2011-12-25

20대부터 70대까지 회원 수 3800명. 어지간한 아파트 단지 입주민 수와 맞먹는다. 자타고는 ‘자전거를 타는 고양시민들의 모임’의 줄인 말이다. 2004년에 생긴 이 동호회는 MTB(Mountain Bike;산악자전거)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작은 마을과 같다. 여기서 사람들은 이웃을 만나고 여행을 떠나고 추억을 만든다. 평생의 배우자를 만나기도, 잃어버린 건강을 찾기도 한다.
미시령 넘어 속초, 강가를 달려 땅 끝 마을까지 자전거 하나로 세상을 누비는 이 거칠 것 없는 사람들을 만났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회원 3800명 고양시 최대 MTB동호회
유상열 씨는 지난 2009년 머리가 깨질 것 같은 통증에 병원을 찾았다. 검진 결과는 고지혈증 고혈압 당뇨에 지방간까지 있는 ‘고위험군’. 의사는 담배 끊고 운동을 시작하라는 처방을 내렸다. 자전거를 타고 호수공원을 돌다가 라이딩 복장을 입은 자타고 회원들을 만나 가입했다. 틈틈이 자전거를 타고 정모와 번개(비정기적인 모임) 라이딩에도 참석했다. 일 년 후 검진 결과는 ‘정상’, 이 년 후인 올해에는 ‘건강’ 결과를 받았다. 자전거를 탄 지 석 달 만에 체중 10kg을 뺀 상태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자전거에 맛을 들이면 ‘뒹굴 거리는 휴일 아침’은 없다. 아무리 힘들어도 일어나 자전거를 끌고 나간다.
박상근 씨는 자타고에 가입해 석 달 만에 30kg을 뺐다. 그는 요요 없이 체중을 유지하는 비결을 “유산소와 근력 운동이 함께 한 자전거 타기 덕분”이라고 말했다.
자타고의 자랑거리 하나, 일주일 내내 자전거를 타는 모임이 있다. 화요일은 주부를 중심으로 오전에, 수·목요일은 야간 라이딩을 고정 진행한다. 토·일요일은 산악이나 도로 번개를 갖는다. 매달 셋째 주 일요일은 정기 모임이다. 번개 모임도 틈틈이 갖는다. 회비는 없다. 자전거에 헬멧과 장갑만 갖추면 누구나 함께 달릴 수 있다.


일산에서 헤이리, 적성, 속초에 땅 끝 마을 까지
자전거를 탈 줄만 알면 3, 4일 연습 후 헤이리에 다녀올 수 있다. 왕복 40km 거리지만 여럿이 함께 타니 도전할 만하다. 자타고 회원들은 “고양파주 지역은 자전거 타는 시설이 잘 돼 있는 동네”라고 말했다. 차들이 적어 다른 도시보다 안전하고, 농로길 등 구성이 잘 돼 있어 타기 편하다는 것이 이유다. 인근 지역의 산들이 너무 높거나 낮지 않은 것도 한 몫 한다.
자타고 회원들은 호수공원 노래하는 분수대 광장에 모여 한강, 임진강, 적성으로 떠난다. 지난달에는 에이스급 회원들을 중심으로 땅 끝 마을까지 500km를 완주했다. 28시간 동안 잠안 자고 450km를 가고 나머지 50km는 여행하듯 즐겼다. 더 놀라운 것은 참가자 대부분이 50대라는 것이다.
인상적인 것은 매년 5월 개최하는 ‘일산-속초 라이딩’이다. 새벽 2시에 출발, 오후 5~6시 사이에 속초에 도착한다. 경사 높은 미시령 옛길을 자전거로 넘는다. 속초 라이딩은 ‘일 년 차 초보 라이더들의 로망’이다.
심희섭 씨는 속초 라이딩을 즐기는 베테랑 라이더다. 그는 “초보자 팀과 함께 가면 속도가 줄지만 이야기꽃을 피우니 가면서도 즐겁다”고 말했다.


자전거 타고 보는 풍경 새로워
자타고 회원들은 ‘배려’를 최대 미덕으로 꼽는다. 누군가 뒤쳐질 때 그 한 사람을 위해 모두 늦추면, 그 회원이 자신이 받은 배려를 다른 누군가에게 베풀기 때문이다.
자타고는 정기 모임 시 200여 명이 참여한다. 규모가 작지 않아 차도를 달릴 때도 비교적 안전하다. 한두 명이 타는 것보다 여럿이 타면 운전자의 눈에도 잘 보이기 때문이다. 자타고 회원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은 안전문제다. 그래도 자타고 회원들은 자전거를 포기하지 않는다.
“자동차로 갈 때 쓱쓱 지나가던 풍경이 자전거를 타면 새롭게 느껴져요. 살 빠지고 건강해지니 가족들이 좋아하고, 맛 집들 찾아가는 재미도 있죠.” (유상열 씨)
라이더들은 자전거로 달리며 본 멋진 풍경을 가족들에게 다시 보여주고 싶어 한다. 아이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무전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건강을 찾고 성격도 밝아진다. 자타고 회원들은 두 발을 엔진 삼아 산과 들을 달린다. 느려 보이지만 기계와 세월이 앗아간 것들을 하나 둘 되찾아 오는 실속 있는 사람들이다.


미니인터뷰 - 회원들이 말하는 자타고
신은진 씨 “나에게 너무 고마운 자타고”
신은진 씨는 자전거를 배운 것도, 동호회 활동을 해본 것도 자타고가 처음이었다. 배운 지 일 년 만에 강촌, 평창, 지산, 홍천 MTB대회에 나가 입상했다. 생각보다 깊게 배우고 상까지 받아 뿌듯하다는 신 씨는 “자타고에게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김태연 씨 “자타고는 리듬이다”
허리가 안 좋아 수술을 한 김태연 씨는 의사에게 수영을 권유받았지만 어쩐지 자전거에 끌렸다. 자타고에서 배려심 많은 사람들에 반하고 건강도 찾았다. 생활리듬을 되찾은 것은 가장 큰 수확이다. 강원도 고성 400km와 해남 500km도 완주해 뿌듯하다.


박기만 씨 “나와 자타고는 친구사이”
박기만 씨는 MTB자전거 여행 전문회사 바이크앤씨를 운영한다. 7년 전부터 자전거 코스를 개발, 자료를 축적해 알리기 시작했다. 국내 및 해외 투어를 안내하며 MTB대회도 연다. 그는 자연 속에서 땀 흘리고 동화되는 점을 자전거의 매력으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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