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사의의 섬 - 이스터

지역내일 2012-01-09
1722년 4월 부활절 날 해질 무렵, 남아메리카 대륙 페루와 칠레 경계에서 서쪽으로 약3600km정도 떨어진 태평양 바다 위. 로헤벤 선장이 이끄는 네덜란드 범선 아레나호가 폭풍우에 시달리다가 서쪽 수평선으로 육지를 발견했다. 작은 섬이었다. 가장 가까운 대륙이 남아메리카이고 섬의 면적은 166 제곱킬로미터밖에  되지 않는 강화도보다도 작은 섬이다.
로헤벤 선장이 이 섬에 도착했을 때는 약 7천 명의 사람이 남아있었다. 이들은 다른 식량이 없어 황량한 땅에서 기른 타로 토란 정도로 배를 채우며 여러 갈래로 갈라져 서로 싸우고, 이긴 쪽 사람이 진 편을 잡아먹는 풍속까지 생겨날 만큼 비참한 생황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으며  다른 곳에선 볼 수 없었던 이상한 물체들 - 그것은 엄청난 크기의 석상이었다.
칠레령, 남태평양에 있는 이스터 섬의 상징인 모아이석상은 1200∼1500년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며 지금까지 섬 안에서 900여 개가 발견됐다. 큰 것은 높이 10m에 무게가
80t이 넘는다.
이스터 섬의 신비는 그로부터 약 270년 정도 지난 1990년대 초에 이르러서야 풀린다. 열쇠는 이스터 섬의 환경을 알게 해준 꽃가루 화석에 있었다. 꽃가루 화석이란 땅에 떨어진 꽃가루가 세월이 흐르는 동안 땅 속으로 들어가서 열과 압력을 받아 화석처럼 변해 버린 것을 말한다.
왜 이 작은 섬에는 많은 석상이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 석상은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왜, 무엇 때문에 만들었을까?
이 석상이 고대 종족이 제사지내던 곳이라는 설에서 외계인의 작품이라는 설에 이르기까지 온갖 추측이 난무하다.
하지만 이 석상을 만든 검은 화산 석은 섬 동남부의 채석장에서 나온 것이었고, 인근 어느 섬에도 그런 재질의 돌은 존재하지 않으며 돌을 조각하여 큰 석상을 세우고  영혼이 조각 안에 깃드는 것으로 생각한 폴리네시아 인들이 각 부족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석상을 제작하여 세우게 되었다고 한다.
이스터 섬이 절정기 이후 더 이상 석상을 세울 수 없을 정도로 숲이 심하게 파괴되기까지는 100년에서 150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 된다. 왜 이렇게 환경이 갑자기 악화고 황폐화 되어 버린 것일까? 영국의 역사학자 클라이브 폰팅은 한 때 큰 나무가 무성했던 이스터 섬이 황폐하게 된 것은 섬사람들이 석상을 만드느라 함부로 나무를 베어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제시 하며 나무를 베어내어 숲이 줄어들면, 숲에서 나오는 영양물질과 흙이 하류의 평야지대에 계속 공급되지 못하고 그래서 인간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산림이 파괴되고 얼마 후엔 식량이 부족해지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한다.
서로 조금이라도 더 잘 살고 더 강하게 보이기 위해서 환경을 파괴한 결과 스스로 생명의 터전을 파괴했다는 점, 그리고 그렇게 파괴된 땅에서 다른 곳으로 떠날 방법이 없다는 점, 인간의 욕심과 환경에 대한 무관심이 파괴와 몰락의 길에 이르게 한 원인이었다는 것, 이것이 이스터 섬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교훈이다. 



전라북도자연환경연수원  
김창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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