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열풍이 식을 줄 모른다. 고물가로 위축된 소비심리에도 커피만은 예외다. 지난해 커피 원두 수입액은 5억 달러를 넘었다. 번화가를 점령한 커피 전문점은 동네 골목까지 속속 들어섰다. 주춤하던 인스턴트커피도 고급화를 선언하는 추세다.
원두커피를 즐길 기회가 많아지니 자연스레 관심을 가진 이들도 늘어났다. 우리 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취미강좌에서 바리스타 자격증 과정까지 관련 강좌가 다양하게 열리고 있다. 바리스타 강좌부터 동호회까지, 커피의 맛과 향에 반한 사람들을 만났다.
이향지 리포터 greengreens@naver.com
커피전문점 ‘추억의 안단테’ 커피교실 수강생들
“커피를 만드는 마법의 손길, 바리스타를 꿈꿔요”
바리스타는 즉석에서 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들어 주는 사람을 일컫는 이탈리아 말로 ''바 안에서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요즘은 좋은 원두를 고르는 일에서 커피 기계로 고객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만들어 서비스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부르는 말로 쓰인다.
중산동에 위치한 커피전문점 추억의 안단테에서는 취미과정 커피교실을 열고 있다. 리포터가 찾아간 날, 수강생들은 전문바리스타인 강사 이종혁 씨의 안내에 따라 에스프레소 머신에 대해 배우고 있었다.
커피의 편견 깨는 커피교실
앞치마를 두르고 메모지를 든 수강생들은 한마디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꼼꼼히 적고 있었다. 커피머신의 기능을 소개하고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시범을 보인 후 수강생들의 실습이 이어졌다.
“끝까지 치지 않고 중간까지 하면 고장이 나죠. 템핑할 때 너무 누르면 거칠어 져요.”
수강생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강사는 고칠 점을 지적한다.
커피교실 강좌를 배우고 나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커피는 재료, 시간, 온도, 추출 방식에 따라 맛이 달라진다. 강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취미반으로 개설된 커피 강좌를 수강하면 다양한 커피의 종류와 맛에 대해 배울 수 있다.
강사 이종혁 씨는 “처음 커피 강좌를 듣는 초보라면 커피에 대한 편견이 깨질 것”이라고 말했다. 커피에 대한 정보가 넘치는 만큼 잘못된 것도 많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편견은 ‘에스프레소는 진한 만큼 카페인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고온에서 중력의 8~10배나 되는 압력으로 빠른 시간에 추출하는 동안 커피와 물이 닿는 시간이 적어 일반 커피보다 오히려 1/3가량 적다.
“커피에는 800가지 맛이 있다고 해요.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과 향이 바뀌죠. 장인이 만들어야 완벽하다거나 이태리 커피가 최고라는 생각은 편견일 뿐이죠.”
커피를 즐기겠다고 원두를 갈아서 가져가는 것도 피하라고 충고한다. 다음 날부터 맛과 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맛을 그대로 즐기고 싶다면 원두 채로 가져가 갈아서 마시라는 것이 좋다.
나만의 카페 꿈꾼다면 취미 강좌부터
추억의 안단테 커피 교실은 8회로 진행되는 가벼운 취미 강좌이지만 수강생들의 표정은 진지해 보였다. 이들을 이끄는 것은 커피에 대한 단순한 열망이 아니다. 수강생의 대부분이 가슴 속에는 창업을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바리스타는 커피를 잘 만드는 솜씨를 지니는 것이 기본이지만 바로 앞에서 기다리는 고객의 취향을 섬세하게 파악해 서비스하는 감각도 지녀야 한다. 취미 강좌를 들은 후 자신에게 숨겨진 바리스타의 재능을 발견했다면 전문적인 바리스타양성과정도 들어볼 만하다. 안단테를 운영하는 김선호 대표 또한 취미 강좌로 시작해 커피의 매력에 빠져 창업에 이른 경우다. “자기 카페를 갖는 것,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로망이에요.”
커피 맛을 잘 알고 느끼고 싶어 신청했다는 수강생 성은진 씨의 말이다.
당장 문을 연다고 장담하지는 않았지만, 커피교실 수강생들은 저마다 마음속에 작고 예쁜 카페의 꿈을 무럭무럭 키워나가고 있었다.
커피전문교육기관 ‘고양커피학원’ 동호회 ‘클라치’
“커피의 역사와 문화 공유하는 배움의 장”
17세기 독일에는 전문적인 카페가 없었지만 커피 소비량은 차에 비해 45배나 많았다. 도대체 그 많은 커피는 누가 다 마셨을까? 정답은 바로 ‘집 안’이다. 그때만 해도 바깥출입이 자유롭지 못했던 베를린의 여성들은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려 이웃을 초대했다. 클라치는 커피를 마시는 작은 파티에서 유래된 말이다. 고양커피학원의 커피동호회 클라치도 여기서 힌트를 얻었다. 한 달에 한번 모임을 열어 커피에 대한 정보를 나눈다.
기초 강좌 수강생들이 찾는 동호회 클라치
장항동에 있는 커피전문교육기관 ‘고양커피학원’은 커피의 기초부터 시작해 바리스타 자격증과 전문강사 양성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블랜딩 원두 카사블랑카 등 전문 브랜드를 보유하는 등, 일산지역 일대에서는 커피에 관한 전문 기관으로 꼽힌다. 일산 김포 강화 일대에 출강을 나가기도 하는데 클라치는 그 강좌를 들은 수강생들의 후속 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고양커피학원 강사들이 문화센터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커피를 로스팅하는 방법부터 에스프레소, 카푸치노, 라떼아트 등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전문가반까지 다양하다.
클라치 모임 부회장 이선혜 씨도 고양문화의집에서 커피 강좌를 들었다. 특별히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은 아니었지만 커피가 대세라는 생각에 지인을 따라가 배웠다. 일주일에 한번 네 달을 배우고 나니 커피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좋아하며 마시던 인스턴트커피는 더 이상 맛이 없어 마실 수 없게 됐다.
“뒤끝이 텁텁하고 들척지근해 더 이상 인스턴트커피를 마시지 않아요. 향기롭지도 않고.”
이제 이선혜 씨는 라떼를 마신다. 우유를 섞어 마셔도 깔끔한 맛에 마음이 끌린다.
커피의 세계 심도 있게 다뤄
고양커피학원 동호회 클라치의 첫 모임 주제는 네팔커피였다. 수확한 지 1년 된 생두와 갓 따온 생두의 맛의 차이를 확인했다. 추출법에 따른 맛의 차이도 배웠다. 클라치 모임에 참석하는 인원은 모두 30여 명, 고양커피학원 강사들이 수업을 진행한다. 1회 모임에 참가하는 비용은 5천원으로 부담 없다. 그러나 수업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기초 강좌로 맛보기를 했다면 클라치 모임을 통해 커피의 세계를 심도 있게 파고든다. 커피의 역사, 추출도구, 추출방법, 커피를 잘 뽑기 위한 생생한 노하우를 배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수강생들이 함께 네팔에 다녀오기도 한다. 케냐의 농장 두 곳에서 기른 생두를 로스팅 해 맛을 비교해 보기도 했다. 클라치 회원들은 같은 나라에서 만들어도 농장에 따라 맛의 차이가 난다는 것을 배웠다.
일산 지역의 이름난 카페 6곳의 에스프레소를 가져와 어떤 커피가 가장 맛있는지 꼽아 보기도 했다.
창업 정보도 쏠쏠, 즐거운 모임
클라치의 회원들은 카페를 운영한 경력이 있거나 창업을 꿈꾸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막연하게 카페를 꿈꿨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배울 것이 많다는 생각에 미루게 된다”고 말했다.
클라치 모임의 회장 이병호 씨는 한때 카페를 운영한 적이 있었지만 커피에 대한 지식은 많지 않았다. 고양커피학원을 통해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한 후 클라치 모임을 하며 새롭게 배우는 것이 많다.
“커피의 향에 대해 몰랐는데 그 깊이를 알게 됐어요. 커피의 그윽한 향과 맛이 계속 기억에 남아요.”
클라치 모임에서 커피의 역사와 문화, 맛의 깊이도 배우지만 창업 정보도 얻는다. 장사가 잘 되는 카페의 비결 등 전문가들이 귀띔해 주는 실속 있는 정보들이 쏠쏠하다. 인테리어나 소품에 대한 지식도 공유한다.
강사 서미란 씨는 “클라치 모임은 2시간 정도 진행하지만 이야기를 많이 나누면 4~5시간 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선혜 씨도 “커피라는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클라치의 매력”이라고 말했다.
고양커피학원 클라치 모임은 앞으로 커피 문화에 대해 다양하게 다룰 계획이다.
우리 지역 커피 강좌 여는 곳
고양커피학원 / 일산동구 장항2동 776 일산프라자 204호/031-904-1078
일산커피아카데미 / 일산동구 장항동 라페스타 D동 303호 / 070-4232-1213
일산바리스타아카데미 올댓커피/ 일산동구 장항동 770-2번지 3층 / 031 - 907 - 5748 인터린크 커피교육원 / 일산동구 백석동 1308 남정시티프라자 411호 / 031-908-8195
추억의 안단테/ 일산동구 중산동 12-1/ 031-976-3040
그 밖에 현대백화점(822-4560), 롯데백화점(909-2621~2), 그랜드백화점(910-2728~9), 농협(904-3959), 롯데마트(910-3490), YWCA(919-4040) 문화센터에서 커피 및 바리스타 관련 다양한 강좌들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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