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봉사활동이 달라지고 있다. 봉사활동 점수를 따기 위해 의례적인 활동을 하던 것에서 재능 기부 또는 취미나 특기를 살린 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는 것이다. 시야를 넓힌 다양한 봉사활동의 등장은 청소년 봉사활동의 새로운 진보다. 봉사확인서를 받기 위한 봉사는 No!! 자기 주도적으로 ‘진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청소년들을 만나보았다.
이난숙, 정희경 리포터
-애풀(愛full)청소년단, 평범한 실타래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머플러로 거듭나기
고양시새마을회 제1호 청소년봉사단으로, 새터민 청소년들의 빠른 정착 및 지원 등 봉사활동을 펼치기 위해 결성된 애풀(愛full)청소년단(단장 박민규). 올 2월, 2007년 무렵 고양시새마을회 청소년봉사단 김영숙 단장이 주도한 해외봉사활동을 함께 했던 청소년 35여 명이 주축이 돼 결성된 애풀청소년단은 그동안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쳐왔다.
그중에서 애풀청소년단의 첫 활동인 머플러짜기 재능나눔은 추위에 떨고 있는 관심 밖의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마음에서 시작됐다. 그들이 짠 목도리는 연변지역과 새터민, 국가보훈대상자 어르신들께 ''애풀(愛full)''이란 이름 그대로 사랑을 가득 담아 전해진다. 그들의 바람은 “서툴고 더디지만 평범한 실타래가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머플러로 거듭나, 소외된 이웃들이 조금이나마 추위를 잊었으면”하는 것이란다.
“초등학교 시절 털실 머플러짜기의 경험을 되살려 보긴 했지만 워낙 오랜만에 잡은 뜨개질이라 쉽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큰 덩치에 커다란 손으로 쩔쩔 매며 바늘을 잡고 한 코, 한 코 떠가는 남학생들에 비해 여학생들은 덜 힘들었죠. 이른 봄부터 시작해서 겨울이 다 돼서야 완성된 일곱 개의 머플러를 완성하게 됐어요. 시원하기 보단 아쉬운 생각이 들어요. 좀 더 정성을 들일 걸... 좀 더 많이 만들어 볼 걸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정발고 2학년 부단장 문정연)
“마음과 손이 따로 노는 느낌?! 처음엔 떠 놓은 머플러 모양이 삐뚤빼뚤해서 짜고 풀러 버리기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이젠 어느 정도 모양이 갖춰지게 되었죠. 마음을 전하는 활동인데 정성을 다해야 되지 않겠어요? 손뜨개를 하면서 내가 만든 머플러를 받게 될 주인공은 누굴까? 상상해보곤 했어요. 어떤 날은 어린 아이의 목에 감겨 있고, 어떤 날은 힘든 삶에 지친 어느 나라의 노동자의 목에서 그를 위로해주고... 얼마나 멋진 일이에요? 그런 상상을 하면서 나눔에 익숙해지는 것이...” (정발고 2학년 단장 박민규)
“전 봉사가 처음이라 이 활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잘 몰랐어요. 더군다나 잘 짜지지도 않고 그래서 짜증도 냈지만 이젠 내가 누군가를 위해 정성을 쏟아 만든 것으로 어떤 이의 아픔까지 덮어 드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풍동고 1학년 장치근)
“손뜨기를 배우는 첫 작품이 머플러짜기라던데... 그럼 이 머플러는 소외 된 분들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저의 첫걸음(?), 그들과의 소통을 위한 노크(?)가 될 것 같아요.” (백마고 1학년 강병호)
“머플러를 뜨면서 이런 활동도 재능나눔의 한 종류가 된다는 걸 알았어요. 재능나눔은 어떤 특별한 재주가 있어야 하는 줄 알았는데... 내년 애풀 2기는 신생아를 위한 모자뜨기 활동에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정발고 1학년 김규림)
-용인외고 정혜정 양 “영어책 읽기 봉사하며 통역사의 꿈 키워요”
“How are you? 여러분, 잘 지냈어요?”
풍동도서관 어린이자료실에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용인외고 2학년 정혜정 양이다. 혜정 양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영어 동화책 읽기 봉사를 하고 있다.
“마을에 도서관이 개관한다는 소식을 듣고, 사서 선생님을 직접 찾아갔어요. 도서관에 온 아이들에게 영어 동화책을 읽어 주고 싶다고 제가 먼저 선생님께 제안을 드렸지요.”
그런 제안을 한 이유는 “영어동화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이 영어를 익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라는 혜정 양. “여섯 살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에 가서 살았어요. 영어가 서툴러 처음에는 많이 당황했죠. 그런데 도서관에 매일같이 책을 읽어 주는 프로그램이 있더라고요. 덕분에 영어 실력이 확 늘었어요.”
미국에서는 학교 수업 시간에 동그랗게 앉아 동화책을 자주 읽었다고 한다. 한국에 돌아온 후 영어를 쉽게 배운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영어책 읽기 봉사를 시작하면서 의외의 복병을 만났다. 바로 우리말 실력이다.
“예를 들면 ‘이’와 ‘이빨’을 구별하지 못했어요. 아이들 앞에서 바른말을 써야 하는데 실수할까봐 미리 엄마 아빠 앞에서 연습을 했죠. 그날 읽을 책에 반복되는 주요 단어를 보드 판에 붙여 가기도 하고 선물로 사탕을 준비하기도 했어요. 엄마 손에 이끌려 나와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던 아이들이 점점 책에 빠져들면서 눈을 반짝이고 웃음을 터뜨릴 때 말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답니다.”
혜정 양은 현재 학교 기숙사 생활을 한다. 집에 자주 오기 힘든 상황이지만 지금까지 도서관 봉사는 꾸준히 해왔다. 이제 곧 고3, 공부에 대한 부담감이 없지 않지만 영어책 읽어주는 봉사만큼은 계속 하고 싶다는 혜정 양. “자주 오지 못해 속상해요. 아이들이 보고 싶거든요. 또 봉사를 하면서 힘든 것보다 배우는 것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제 꿈이 통역사가 되는 건데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이해하기 쉬운 단어를 골라 쓰는 법, 아이들과 소통하는 법,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요령 등 제 꿈을 구체화하는 데 오히려 도움을 받는 셈이죠.”
풍동도서관의 영어 동화책 읽기 프로그램은 매주 토요일 미취학 어린이와 저학년 아동을 구분해 진행된다. 또 고양시에서 청소년 책읽기 봉사 활동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아람누리도서관, 주엽어린이도서관, 풍동도서관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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