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순창서 소 ''아사'' 충격

사료값 폭등·소값 폭락 영향 확대 우려

지역내일 2012-01-09
사료를 제대로 먹지 못한 소 10여 마리가 굶어 죽었다. 사료값 폭등과 소값 폭락의 영향으로 전국적 확대가 우려된다.
전북 순창군 인계면 노동리에서 소 54마리를 키우는 문 모(55)씨는 3일 굶어 죽은 소 10마리를 농장 인근에 묻었다. 지난해 10월부터 사료를 제대로 먹지 못한 소는 비쩍 마르더니 12월 중순부터 1~2마리씩 쓰러졌다. 사료가 떨어지자 물만 먹였고 육우 10마리가 영양실조 등으로 아사했다. 마을주민들과 순창군청 황숙주 군수까지 나서 남은 소라도 팔 것을 권유했지만 문씨는 농장문을 걸어 잠근 채 축산 현실을 개탄했다. 순창군청 축산계 관계자는 "(문씨가) ''30년 이상을 소만 키우면서 살아왔는데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느냐''며 한탄하고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문씨 농장을 5번 방문해 설득했다는 한 직원은 "소를 살리자니 폭등한 사료값을 감당할 수 없고, 내다 팔자니 키운 정성에 형편없이 모자라고…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문씨는 순창군에서 육우를 가장 많이 키우는 농장주였다. 한때 150마리가 넘는 소를 키웠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소값 폭락으로 농장은 파산 지경에 몰렸다. 지난해 논을 팔고 각종 보험을 해약해 1억여 원을 갚았지만 사료 빚 5000여만 원은 그대로 남아 있다. 베테랑 사육농이라지만 소값 폭락의 현실을 이겨 내진 못한 셈이다.
이런 현상은 비단 문씨만의 문제가 아니라 소 사육농가 전체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1월 현재 젖소의 수컷인 육우는 1㎏ 가격이 2000~3000원까지 떨어졌다. 송아짓값은 마리당 1~2만원 안팎에 불과하다. 한우도 지난해 말보다 마리당 100만원 이상 떨어졌다. 반면 배합사료값은 15% 이상 올랐고, 사료로 주는 볏짚도 두배 이상 올랐다.
적정 수를 훨씬 초과한 사육두수도 부메랑이 돼 한우농가의 줄도산 우려를 높이고 있다. 전북도 노영운 축산과장은 "육우 사육농가에 대한 실태 파악에 착수했지만 구조적인 문제를 막기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전주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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