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원장
창조의 아침 미술학원(백마캠퍼스)
908-1180
어른이 아이의 그림을 보는 잣대는 두 가지다. 하나는 ‘잘 그린 그림’과 ‘못 그린 그림’이다. 또 하나의 잣대는 ‘미술학원 그림’과 ‘미술학원 그림이 아닌 그림’이다. 학부모나 우리 아이들에게 “미술학원 아이들의 그림은 뭐가 달라 보이냐?”는 질문에, 도화지 빈틈이 보이지 않을 만큼 꼼꼼이 칠한 바탕이나, 소재를 도화지 가득히 아기자기하게 그린 거며, 예쁘고 알록달록한 색깔들이 채워져 있는 그림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미술학원 그림이 똑같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배우는 우리 아이들에게 소재거리를 찾는 노력을 선생님들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술학원 가운데는 이른바 모범 그림을 놓고 그대로 베끼게 하는 경우도 있다. 모범이라 하는 그림이 또래 아이의 그림이 아니라, 미술학원 ‘선생님’의 그림이나 ‘어른’의 그림이라는데 문제가 더 심각하다. 또 어떤 미술학원에서는 아이들마다 똑같은 소재로 그리기나 만들기를 하도록 선생님들이 수업시간 전에 미리 베이스(밑작업)를 만들어 두는 경우도 있다. 짧은 시간 안에 아이들의 결과물을 부모님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업’을 하는 것이다. 얼핏 보아 ‘우리 아이가 미술에 천재가 아닐까’할 정도로 대단해 보이기 때문에 학부모님들은 소위 ‘프리미엄’이라 하는 이름에 홀려 지갑을 열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 않은지 학부모들은 생각해봐야 한다.
아이들의 교육도 ‘빠른 시간에’ 어떤 ‘작품’을 완성해 보이지 않으면 또 다른 학원을 찾아 아이들에게 ‘기회’를 빼앗는 경우가 많다. 아동심리 교사인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지고 가르치고 싶어도 부모들 때문에 도무지 마음먹은 대로 교육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날마다 똑같은 그림을 그리고 똑같은 색깔을 칠해야 하는 아이들, 거기에 어떻게든 멋진 ‘결과’를 빨리 얻으려는 부모들의 성급함 속에서 아이들은 점점 망가지고 있다. 창의성의 싹은 틔워 보지도 못한 채 말라가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느릿느릿 ‘느림보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조금 더 기다려 주자. 그러면 “우리 아이가 어렸을 적엔 그림을 잘 그렸는데...” 라며 한숨짓는 일은 없을 것이다.
Copyright ⓒThe Naeil News. All rights reserved.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