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포경수술, 해야 할까 안 해도 될까

지역내일 2011-12-17

성병 음경암 예방, 위생관리면에선 ‘긍정적’ … 수술 필요성 자각하는 12~15세가 적기


초등 6학년 아들을 둔 주부 한지연(가명 40 분당 서현동) 씨는 겨울방학을 앞두고 아들에게 포경수술을 시켜줘야 할지 고민이다. 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얘기와, 안 해도 별 문제가 없다는 얘기 사이에서 어느 것이 맞는지 혼란스럽다. 겨울방학이 올 때마다 거듭되는 ‘포경수술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의 애매한 고민, 그 기준과 해법을 정리한다.


포피가 귀두 뒤로 젖혀지지 않는 상태가 ‘포경’
보통의 남자 아이들은 태어날때 대부분 포피와 귀두가 유착되어 있지만 성장하면서 차츰 포피와 귀두가 분리되어 사춘기 이후에는 포피가 귀두 뒤로 젖혀질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포경은 음경의 길이에 비해 포피가 길어 귀두가 포피에 덮여있고 포피가 귀두 뒤로 젖혀지지 않는 상태다. 포경수술은 이러한 포피를 잘라 귀두부를 노출시켜 교정하는 것을 말한다. 포경인 경우의 문제는 적절한 청결 유지가 쉽지 않고, 포피가 귀두에 심하게 달라붙어 있는 귀두포피의 유착, 포피 안에 병원균이 번식해 생기는 귀두포피염이나 상행성 요로감염 등의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코넬비뇨기과 네트워크 분당지점(수내동)의 권남성 원장은 “오줌이나 정액, 바르톨린선의 잔류 분비물 등이 성기주변에 쌓여 생기는 노폐물을 스메그마(Smegma)라 하는데, 포경수술을 안한 상태에서는 소변을 볼 때 피부와 음경 사이로 소변이 정체되는 경우가 많고 음경피부와 귀두 사이에 스메그마처럼 하얗거나 노란 백태가 쌓이게 된다”며 “심한 경우 백태가 쌓이면서 덩어리가 만들어지기도 하는데,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어린이에서 음경내부에 생긴 혹으로 오해해 엄마가 병원에 데리고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비뇨기과 전문의 상담 후 필요할 경우에만
우리나라는 외국에 비해 포경수술을 많이 하는 편인데, 그 이유는 주변의 아이들이 하니까 나도 따라한다는 또래문화의 영향이 크다. 편도선수술 등 다른 수술을 할 때 어차피 전신마취를 하니 한 번에 묶어 해 버리자는 생각도 한 몫 했다. 포경수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에이즈 감염이나 음경암의 발병률을 낮출 수 있으며, 전문가마다 의견이 분분하긴 하지만 인유두종 바이러스와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귀두포피염 등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어릴 때 굳이 포경수술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게 학계의 지론이다. 권남성 원장은 “귀두포피염을 예방하기 위해 일률적으로 포경수술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아이가 자주 긁고 아파하거나, 소변을 볼 때 이유없이 보채거나 힘들어할 때, 소변을 오랫동안 보는 경우, 소변 굵기가 가늘고 힘이 없는 경우, 포피가 부풀어 오른 후 소변이 나오는 경우 등에서는 포경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포경인 상태가 지속되고, 뒤로 젖혀지지 않거나 귀두와의 유착이 심한 경우에는 성생활에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수술을 해야 한다.


국소마취 가능한 12~15세가 수술 적기 
그렇다면 포경수술을 하기에 적당한 시기는 언제일까. 예전엔 출생 직후 포경 수술을 많이 했지만 시술할 때의 통증이 예민하게 전달되어 뇌 세포에 손상을 준다는 학설 때문에 최근엔 국소마취가 가능한 시기를 수술의 적기로 보고 있다. 국소마취가 가능한 초등학교 고학년인 12~15세 정도의 연령에서 본인의 결정에 따라 수술을 받는 것이 통증이나 상처 관리면에서 수월할 수 있다.
최근엔 수술방법도 레이저를 이용한 방식부터 표피만 없애고 안쪽은 그대로 말아올리는 슬리브방식, 잠복음경을 교정하거나 성인을 위한 특수 포경수술까지 다양해졌다. 포경수술은 우리나라 남성의 80%가 받았을 만큼 일반화되어 있어 쉽고 간단한 수술로 알려져 있지만 반드시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권남성 원장은 “간혹 음경이 커질 것을 감안하지 않고 사춘기 시기에 포피를 너무 많이 제거해 음경이 짧아지거나, 포피를 절단하면서 귀두가 손상되는 등의 문제도 있을 수 있다”며 “요도하열이나 함몰음경인 상태에서 포경수술만 했을 경우 포경수술의 이점을 전혀 살릴 수 없는데다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반드시 해부학적 지식이 풍부한 전문의를 찾아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홍정아 리포터 tojounga@hanmail.net


포경수술, 왜 ‘고래잡으러 간다’고 할까?
우리나라에서 포경수술은 한국전쟁 당시 미국 군의관에 의해 처음 시행됐다는 게 정설이다. 
포경(包莖,  phimosis)은 우리말로 ‘우멍거지’라고도 하는데 음경의 귀두가 포피(包皮)로 덮여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발음은 같지만 뜻이 전혀 다른 또 다른 ‘포경(捕鯨)’이 있다. 바로 바다에서 고래를 잡는 고래잡이다.  
성에 대해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정서의 우리나라에서는 남성의 성기와 관련된 포경수술을 대놓고 얘기하는 것이 껄끄러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같은 소리로 발음되는 포경(捕鯨)을 끌어와 부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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