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가 나이 한 살 더 먹는다는 것이 이 세상에 대한 책임감으로 다가온다. 내 스스로에 대한 책임감도 감당 못한 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그러니 당연히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벅찰 수밖에. 그런데 참 놀라운 것은 아이들이 나를 키운다. 나와 내 가족을 넘어, 이 세상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서글프지 않다. 이경숙 원장(58)이 정성으로 만들어준 말차 한 잔을 앞에 두고, 올 한해를 이렇게 감사한 마음으로 정리했다. 그리고 이원장이 들려주는 삶과 교육에 관한 이야기는 나를 뒤돌아보게 했다. 깊은 산속에 온 듯 고요하고, 온화한 주인을 닮아 따스한 곳. 힘든 일도 기쁜 일도 편안하게 내려놓을 수 있는 곳. 아마도 춘천에서 가장 사랑하게 될 것 같은 그 곳이 ‘다심원’이었다.
말차 한잔에 모든 것이 담겨있다.
잼버리 도로를 달리다보면 ‘다심원’이라는 작은 푯말이 눈에 띈다. 푯말이 안내하는 흙길로 들어서면 ‘어떻게 여기에 이런 곳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 세상의 거친 풍파를 피해 몰래 숨겨놓은 누군가의 보금자리처럼 ‘다심원’이 자리 잡고 있다.
‘누가 이런 곳에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온화한 미소의 이경숙 원장이 손님을 반긴다. 손수 만든다는 다과와 처음으로 맛보는 말차는 ‘내가 과연 이런 대접을 받아도 될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깊은 정성이 녹아들어가 있었다. 견과류로 만든 다과의 달콤함을 먼저 만끽한 후, 진한 녹색의 녹차말차 한잔을 마시고 나니, 신기하게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스트레스가 많은 지인들에게 꼭 한 잔 권하고 싶을 정도.
‘자연을 그대로 마신다’고 할 정도로 각종 영양소가 풍부하고 몸에 흡수가 바로 되는 말차는 사실 아무나 우릴 수 없는 귀한 차이다. 말차 마니아들이 전국 각지에서 ‘다심원’을 찾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나무 솔로 거품을 내서 우리는 말차는 빠른 시간 내에 거품을 어떻게 내느냐에 따라 차의 맛이 달라진다. 이원장은 “한 순간이라도 마음을 집중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차 맛을 낼 수 없다”며 말차 한 잔을 우려내는 동안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고 했다.
차 문화가 선사하는 사색의 즐거움과 여유
20년이 넘게 인사동을 다니면 차를 공부하던 이원장은 4년 전, 우연히 지금의 ‘다심원’ 자리를 보게 되었다고 한다. “이곳을 보는 순간 이런 공간에서 사람들과 함께 차를 마시고 차 문화를 알리면 너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별한 계획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춘천에 이런 문화 공간 하나쯤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올랐죠.”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지만 ‘다심원’은 조금씩 이원장의 생각대로 자리를 잡아갔다. 차 고유의 색향미를 느끼는 것은 물론, ‘다심원’이 전해주는 사색의 즐거움과 여유는 어디서나 흔히 맛볼 수 없는 행복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혼자서 ‘다심원’을 찾는 예술가들도 많다. 뿐만 아니라 이곳을 찾은 외국인들은 “무릎 꿇어 앉는 것부터 쉽지 않았지만, 정말 즐겁고 소중한 체험이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언제나 이 자리에서 초심을 지키고 싶다.
현재 ‘다심원’은 말차전문점으로 차 문화를 보급하는 일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이원장은 어린 학생들에게 차 문화를 알리고 싶다고 했다. “경쟁 속에 내몰리는 아이들은 스트레스가 심합니다. 당연히 여유가 없고 예의를 모릅니다. 예의는 아이들을 이해하는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몸에 베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아이들이 차 한잔의 여유를 자기 인생의 동반자로 만들 수 있다면 사회가 밝아지지 않을까요?” 때문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다심원’의 다도교육은 천천히 하지만 깊이 있게 진행된다. 기다림과 정성이 제대로 된 차를 만들어내 듯, 아이들 역시 그렇게 키워가야 한다는 것이다.
오전에는 다도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오후에는 언제라도 다도체험을 할 수 있는 ‘다심원’. 특히 다도체험은 1인 5천원이면, 꽃차, 황차 등 다양한 차와 이원장이 손수 만든 다과도 함께 맛볼 수 있다. 덤으로 ‘다심원’이 주는 여유와 위안은 더욱 큰 선물. 20년이 넘는 세월을 차와 함께 해왔듯이,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다는 이원장은 “언제나 다심원은 이 자리에 있을 것이며, 저 또한 초심으로 이 자리를 지키고 싶다”는 말로 인터뷰를 마쳤다.
문의전화 다심원 252-4695
현정희 리포터 imhj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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