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항도외과 서균원장
소위 모든 수험생이 원한다는 하늘대학 중 한 곳에 다니는 복학생 K씨. 지금은 고시를 준비 중이다. 하지만 일 분, 일 초도 아깝다던 K씨가 방학기간인 얼마 전 본 병원에서 치질수술을 받았으니.
환자들이 치질에 걸리게 된 이유가 한 두 가지로 좌우되는 것은 아니겠으나, 그래도 의심되는 생활 습관은 드러난다. 문진결과 K씨의 경우 공부에 몰두하다 보니 앉아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길다. 적당한 운동과 스트레칭이 필요한데, 또 다시 고시공부에 올인하다보니 항문에 압력이 가해지는 시간이 많아졌다. 또한 아침을 먹지 않는 습관도 있었다. 모범생의 경우 아침을 거르지 않는다는데, K씨는 중고생일 때부터 아침을 거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아침을 거르면 변의를 유발하는 위, 대장 반사운동의 기회 한번을 잃게 된다. 그래서 곡기가 부담되면 우유에 빵 한 조각이라도 꼭 아침에 먹기를 권한다.
그런데 K씨에게는 이 외에 치질 발생에 가장 영향을 주었을 것이라 의심되는 버릇이 있었으니. 바로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는 것. 처음에는 중학교 시험기간 동안 시간이 부족하여 화장실에서까지 책을 들고 가 읽었는데, 그렇게 암기가 잘 되었다. 그 이후로 화장실에 갈 때마다 영어 암기장, 소설, 신문 심지어 정말 풀리지 않아서 열 받고 있던 수학 문제와 연필까지 들고 들어갔단다. 자연히 배변시간은 늘어났고, 최근에는 고시책을 들고 20분 가까이 앉아 있는다고 했다. 어쩌면 아침을 거르게 된 버릇도 먹을 때보다 배출할 때의 기분이 더 좋아서였는지 모른다.
대변을 보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 항문 쿠션 조직이 내려가 늘어나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아무리 복원력이 있는 조직이라 해도 오래된 고무질이 헐거워 지듯이 늘어진 시간이 길어지면, 또한 무리하게 힘을 주면 복원이 잘 안 되는 경우가 생긴다. 치핵을 수술로 제거했다 하더라도 계속 배변 보는 시간이 길어지면 수술 한 자리 외의 쿠션 조직이 늘어나서 새로 치핵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은 꼭 힘을 주어서만이 아니다. 화장실 좌식 구조가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항문 주위 조직이 늘어나게 되는 형태이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화장실에서 가장 큰 행복감을 느낀다는 사람이 많다는데, 그 행복감은 3분 이내로 끊어주는 것이 좋다. 날마다 그 행복을 유지하고, 치질이라는 새로운 고통을 얻지 않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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