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 발전소 ‘광진정보도서관’

‘품앗이 공공도서관’의 모델을 만들다

지역내일 2011-12-03 (수정 2011-12-03 오후 10:45:14)

‘한 나라의 과거를 보려면 박물관에 가고 한 나라의 미래를 보려면 도서관에 가라’는 말이 있듯 도서관은 지식발전소다. 도서관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광진정보도서관. 올해 전국 1만3000여 곳 도서관 운영평가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벤치마킹 모델로 꼽히며 저력을 인정받았다. 개관 10년 남짓 된 이 도서관의 ‘저력’이 궁금했다.




 아차산 기슭에 자리 잡은 광진정보도서관은 한강을 감상하며 책을 볼 수 있는 천혜의 자연 조건을 갖추고 있다. 지상 5층, 지하2층 규모로 구립 도서관 가운데는 꽤 큰 편이다. 신간서적은 출간 1주일 만에 빠짐없이 구비해 놓고 영어동화책 종류도 다양해 ‘풍성한 읽을거리’가 이곳의 장점이다. 하루 평균 이용객은 4000명. 광진구를 비롯해 한강 건너 송파와 강동구 주민들도 즐겨 찾는다고 한다.




‘도서관 친구들’이 성공의 열쇠
 오지은 관장에게 ‘도서관의 차별성’을 묻자 “2150명의 ‘도서관 친구들’이 우리의 최고 자산”이라는 경쾌한 답이 돌아왔다. “영어스토리텔링, 동화 구연, 독서논술 등 년간 130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을 재능기부자들이 진행합니다. 금액으로 환산하며 약 34억 원에 달하지요” 오 관장의 설명이 이어진다.
 얼핏 보면 여느 도서관 프로그램과 유사한데 수강생이 몰리며 유독 입소문이 난 이유는 무엇일까? 재능기부자, 자원봉사자들이 주축이 된 ‘도서관 친구들’이 광진도서관의 판도라상자였다. “평생교육붐이 불면서 동문화센터, 청소년수련관, 복지관마다 유사 강좌를 쏟아내며 공공기관끼리 수강생 유치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었어요. 우리까지 가세할 수는 없었죠. 외부 강사를 섭외할 만큼의 예산도 없었고요. ‘주민 사랑방’으로서 도서관 모델을 고민하던 차에 지역주민 7분이 봉사하고 싶다며 찾아오셨어요.” 오 관장이 2004년부터 시작된 ‘도서관 친구들’ 이야기를 들려준다.
 열정적인 독서교육 봉사자들과 사서들이 똘똘 뭉쳐 재능기부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전문 번역가, 아나운서, 북아트강사, 스피치강사, 원어민교사까지 현역에서 활동 중인 전문가그룹의 재능기부가 늘어났다. “일대일로 만나 취지를 설명하자 바쁘지만 사서가 도와준다면 시간을 내 동참하겠다는 분들이 예상외로 많았어요.” 신선주 사서가 그간의 경험담을 들려준다.




 도서관 사서는 ‘만능 해결사’
 도서관 이용자 대상의 수요조사를 토대로 사서와 재능기부자는 한 팀이 되어 프로그램을 짰다. 수업안을 만들어 강의 리허설까지 한 후 수업을 진행했다. 강의를 마친 후 만족도 조사를 통해 보완해 나가며 수업의 밀도를 높여나가자 강의 신청자가 넘쳐났다. “재능기부자들의 지인 추천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어요. 단전호흡, 요가, 된장 담그기, 케이크 만들기 종류도 다양해졌지요. 도서관이 자연스럽게 품앗이 센터가 되었죠. 가족단위 출입이 많아지니까 아이들 독서습관이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선순환 구조도 만들어졌어요.” 신 사서의 설명이다.




도서관 운영에 주민이 직접 참여
 이곳의 사서들은 사서 본연의 업무 외에 교육전문가, 문화기획자, 커뮤니케이터, 복지사 등 1인 다역을 소화해 내고 있다. "사서들은 매월 추천도서 목록을 만들고 서평을 써서 발표해요. 12명의 모든 사서들이 총 14개의 독서모임도 운영하고 있어요. 유아반부터, 주부, 직장인, 노인까지 다양하죠. 책을 읽고 토론하고 가끔 문화기행도 떠나요. 늘 사서가 모임에 참여해 중심을 잡아주고 있어요. 장애인을 비롯한 소외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도서관 서비스’도 함께 운영 중입니다.“ 사서의 활약상을 들려주는 오관장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엿보인다.
 광진도서관은 주민 보고용 연차보고서를 자체적으로 발간해 배포한다. 보고서에는 연간 예산을 비롯한 도서관 운영 전반이 꼼꼼히 나와 있다. “도서관은 주민의 것인 만큼 살림살이 내역을 정확히 알아야 하죠. 매년 구의회에서 예산심의가 열릴 무렵이면 구의원 핸드폰에는 주민들이 보낸 문자메시지가 폭주해요. 구립도서관 예산을 늘려달라고 자발적으로 로비하는 거죠. ‘공공시설의 주인정신’이 자연스럽게 길러지고 있어요” 사서가 들려주는 에피소드다.




미니인터뷰

오지은 
광진정보도서관 관장 




“도서관 관장은 마을 이장”
 도서관을 주민끼리 소통하는 ‘사랑방’으로 바꾸어 놓은 일등공신이 오지은 관장이다. 도서관에 인생을 건 그는 ‘시민사서’라는 번역서를 자비 출판할 만큼 ‘도서관의 주인은 주민이다’라는 신념이 투철하다. “주민참여 1단계는 자원봉사예요. 그 다음은 각종 프로그램 운영에 주민이 나서는 것이고  3단계는 예산편성, 정책수립, 평가까지 전 영역에 관여하는 거예요. 주민들이 도서관의 진짜 주인이 되어서 관장과 사서들에게 시시콜콜한 것까지 요구하며 함께 발전시켜 나가는 거죠. 내년에 마지막 3단계를 본격적으로 실시해 보려고 합니다. 아울러 광진구 내 크고 작은 도서관끼리 연대해 체계적인 도서관 정책을 만들어 나갈 예정입니다.”




광진정보도서관 베스트 프로그램


실버이야기교실
55세~75세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1년 과정의 동화구연 전문 교육 프로그램. 전문가가 아동심리, 발성법, 손유희 활용법 등 동화구연에 필요한 영역을 체계적으로 교육하기 때문에 서울에서 입소문난 강좌.
교육 후 동화구연 봉사 활동을 하거나 외부 기관에 강사로 파견되기도 한다.

도서관사진풍경전
일간지 사진기자가 재능기부, 가족 단위 신청을 받아 도서관에서 책 읽는 모습을 촬영해 전시한 후 해당 가족에게 사진을 선물한다. 

어린이독서회
학년별 15명 내외로 반을 편성, 사서와 독서지도사 2인 1조가 되어 월 2회 합동 독서 수업을 진행. 
매년 2월이면 독서회 접수를 위해 새벽 4시부터 줄을 설 만큼 도서관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 

영어스토리텔링
현직 영어유치원 교사인 캐나디 출신 원어민이 진행하는 어린이 대상 영어프로그램. 직접 준비해온 다양한 교재로 어린이들의 시선을 끌며 수업의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문의 (02)3437-5092


오미정 리포터 jouro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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