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견 반영 않은 의정비 인상은 ‘위법’”

지역내일 2011-11-30
행안부, 17개 지자체에 재의요구 등 초강수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의정비를 올린 지방의회에 대해 정부가 ‘재의 요구’라는 초강수를 꺼내들었다. 또 의정비를 올리기로 했지만 아직 조례 개정을 하지 않은 곳에도 시정을 지시했다.
행정안전부는 ‘2012년도 지방의원 의정비 결정과정에서 위법사항 조치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을 17개 자치단체에 내려 보냈다. ‘주민의견 조사결과를 반영하지 않은 의정비심의위원회의 결정은 ’위법‘한 것이니 의정비가 재조정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것.
행안부는 의정비심의위원회의 잠정 제시금액에 대해 인하 또는 적당하다는 주민의견이 많은데도 잠정 제시금액보다 많은 폭으로 의정비를 인상한 경우, 또는 현행 금액으로 동결하라는 주민의견이 다수임에도 의정비를 인상한 경우 등을 모두 ‘위법’으로 보고 있다. 근거는 지방자치법 시행령 34조 6항. 의정비 결정시 지역주민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절차를 거치고 그 결과를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도 지방의회 의정비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17개 지방의회가 주민 의견을 무시하고 의정비를 인상했거나 인상하려 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인 충남·강원과 기초자치단체인 서울 송파·은평·노원구와 대전 유성구, 광주 동구 등이다.
실제 충남도의회는 도민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의정비 5244만원도 높다는 답이 54.9%에 달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내년도 의정비를 5424만원으로 인상했다.
대전 유성구의회는 3.5% 인상안조차 반대한 주민 뜻을 거스르고 오히려 인상폭을 높여 7.4%를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송파구도 주민 여론조사 결과 무려 92%가 올해 의정비도 높다는 의견을 냈지만 구의회는 민심과는 정반대로 의정비를 4611만원으로 6.0%나 올릴 계획이다. 강원도의회와 충남 천안시의회 등 나머지 지자체들도 모두 마찬가지 상황이다.
특히 충남도의회는 이례적으로 회기 초반에 의정비 인상 조례안을 통과시켜 ‘재의’까지 요구받는 처지에 놓였다.
행안부 선거의회과 박순영 서기관은 “조례 개정 과정에서 잘못된 의정비심의위 결정을 기준으로 의정비를 인상할 경우 해당 조례를 대법원에 제소하는 등 모든 행정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행안부의 이런 방침에 대해 해당 지자체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행안부 지시를 따르지 않아도 지방의회에 대해서는 아무런 제재를 가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또 의정비심의위 결정 자체가 위법하다지만 이제 와서 의정비심의위원회를 다시 열 수도 없다.
유성구 이인기 기획감사실장은 “의정비 인상안은 이미 의회에 넘어가 있어 지방의원들이 자발적으로 인상안을 철회하기를 기다리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말했다. 충남도 이용석 정책기획관도 “충남도의회가 개정한 의정비 관련 조례가 법을 어겼는지 확신할 수 없다”며 “행안부의 위법 판단이 법률적으로 맞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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