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같이 담가요! ‘일하는 여성과 가족이 함께하는 김장축제’

50가정 참여, 10포기당 1포기 양로원에 기증

지역내일 2011-11-28

주부들에게 11월의 가장 큰 행사는 ‘김장’ 이다. 신선 채소를 사계절 내내 구입 할 수 있는 시대라 해도, 김치 소비가 점점 감소하는 추세라 해도 김장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는다. 겨울동안 우리 가족 식단을 풍성하게 해 줄 김장김치. 하지만 김장하기가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인가? ‘손끝의 맛’이란 말처럼 수많은 변수에 따라 맛의 차이가 혁혁한 김장은 주부 10년차에게도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시댁이나 친정 등 다양한 통로를 김장을 공수 할 수 있는 주부는 그나마 다행이지만, 김장을 하기도 어렵고 공수할 곳도, 시간도 없는 사람은 어찌할꼬? 이런 사람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일하는 여성과 가족이 함께하는 김장축제’가 그것! 일하는 주부들에게 희소식 이었다.


온 가족이 참여하는 김장축제
지난 주 토요일, 11시가 넘자 시청 주차장에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주차장에는 김장에 필요한 각종 준비물이 질서정연하게 준비돼 있었다. 참가자들은 가족과 함께 김장을 한다는 생각에 표정이 밝았다. 고무장갑을 풍선처럼 불고 오는 어린아이에게 김장은 즐거운 놀이인 것 같다. 엄마 손에는 김장 김치를 담가 갈 커다란 통이 들려있다. 중학생 형은 엄마에게 억지로 끌려(?)왔는지 엄마 뒤를 엉거주춤한 걸음으로 따라오고 있었다. “남편이 바빠 아이들을 데리고 왔는데 큰애는 쑥스러운지 안 오려고 하는 걸 겨우 데리고 왔어요. ‘김치통이 무거워 엄마 혼자 못 들고 온다.’는 말에 할 수 없이 따라 나온 거예요. 작년까지 친정에서 김장을 했는데, 올 초 친정엄마의 건강이 안 좋아져 김장을 자체 해결하기로 했어요. 그 동안 김장이라 해 봐야 절여 놓은 배추에 양념 바르는 것이 전부였는데 혼자서 처음부터 하려니 막막하기도 하고 고민도 많았는데 이런 행사가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한다.
학교 끝나자마자 엄마 손에 이끌려 왔던 중학생 아들은 주최 측이 마련한 국수로 허기가 해결되자 기분이 풀린 듯 김장 재료에 관심을 보였다. 이 가족이 담글 김장배추는 20포기. 참가비(10포기당 2만원)도 적고, 아이들도 김치를 곧잘 먹어 더 담글까 욕심도 냈지만 일단 20포기만 하기로 결정했다. 아이도 처음해보는 김장이 재미있는지 배추 속 깊은 곳까지 꼼꼼히 양념을 넣었다. 그리고는 김치 한 장을 쭉 찢어서 엄마 입에 넣었다. “아들이 버무린 김치여서인지 배추의 신선한 맛과 알싸한 양념의 맛이 최고”라고 그녀는 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가사 노동이 축제로
‘일하는 여성과 가족이 함께하는 김장축제’는 일하는 여성의 ‘김장’고민을 덜어주기 위한 행사로 올해 처음 개최 되었다.  이번 김장축제에 참여한 가정은 50가정. 사용된 배추는 650포기 정도다. 배추는 모두 친환경배추로 행사 전 부터 농가와 결연을 맺어 안전한 재료를 확보 했다. 안산여성단체협의회 이상숙 회장은 “일하는 여성에게 김장은 중요하지만 어려운 짐이었다. 이번 행사는 온 가족이 참여하는 ‘김장’ 담그기를 통해 일하는 여성에게 가사 노동을 덜어주고, 가족과의 화목을 도모하는 것이 목적이다. 더 큰 바람이 있다면 가족들의 김장 참여로 가사가 여성의 일만이 아님을 느끼게 하는 것도 행사의 중요한 취지다. 가사도 가족이 같이 참여하면 노동이 아니라 축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고 한다. 인터넷 접수 당일 결과 매진 될 정도로 호응이 컸다. 근로여성임을 증명할 수 있는 재직증명서 첨부를 원칙으로 했는데도 접수자가 많았다. 부득이 김장이 어려운 다문화 가정과 한 부모 가정, 다자녀 가정 등에 우선 참여를 원칙으로 했다. 빨간 김치 통을 든 한 참가자는 행사장을 떠나며 “묵직한 김치통을 보니 마음이 뿌듯합니다. 월동준비 다 한 것 같습니다. 김장축제 참여 희망자가 많았다는 것을 듣고 우리만 참여해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원하는 가정에 한해 김치 10포기당 1포기는 양로원 등에 기증할 수 있다고 해 얼른 두 포기 기증했습니다. 하하하. 내년에는 더 많은 희망자가 참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저녁은 가족이 담근 김치로 맛있는 식사를 할 것 같습니다.”고 말한다.       


남양숙 리포터 rightnam6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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