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쿨김영사 부천,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지역내일 2011-11-24 (수정 2011-12-14 오후 12:01:09)

글 : 체험학습 전문 스쿨김영사 (032-324-9812)
부천지사장 조용명

1.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요즘 현장 체험학습 프로그램이 매우 풍부해졌다.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없던 교육 프로그램이다. 물론 그 시절에도 체험학습이 중요하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으므로 아이들과 함께 많은 곳을 찾아다녔다. 그러나 참 막연했다. 뭘 제대로 알고 제대로 다닌 것이 아니라, 그냥 나들이 하면서 하하호호 웃고, 맛있는 것 먹고 경치 구경하는 정도로 그쳤다는 것이다. 물론 그 시간들이 후회스러운 것은 아니다. 그 또한 가족과 함께 한,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추억의 한 자락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요즘 여러 체험 현장에서 알차게 다양한 체험을 하는 아이들을 보면 부러움마저 생긴다.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우리 아이들이 좀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을 텐데, 우리 아이들의 삶이 좀더 풍요로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2. 번데기가 그렇게 맛있냐?

나는 새벽종이 울리고 새아침이 밝으면 새마을 운동을 했던 세대이니, 내 나이, 파릇파릇하다고 할 순 없다. 그런데도 읍내에서 살았기 때문에 농촌 경험이 참 없는 편이다. 내가 짭조름한 번데기를 맛나게 먹을 때마다, 어머니가 “징그러워라, 그게 그렇게 맛있냐? 누에가 뽕잎을 먹을 땐 따각따각 소리가 난단다.” 하시며 누에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그런데 지난여름, 드디어 내가 누에농장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로 따각따각 소리를 내며 뽕잎을 먹어치우는 누에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누에고치에서 실 뽑는 걸 직접 해 보게 되었다. 물론 ‘누에’에 관해서는 이전에 책에서도 보았고, TV에서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신기한 체험이었다. 직접 경험한다는 것은 마치 내가 TV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다시 말하면, 무언가를 관객의 입장에서 바라보다가 주인공이 되어 함께 하는 느낌, 어렴풋하던 무언가가 또렷하게 나에게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집으로 데려온 누에가 고치를 짓기 시작할 때는 ‘어? 어떻게 해야 돼?’ 하면서 내 마음이 바빠지기도 했다. 일을 마치고 저녁에 집으로 들어가니, 그야말로 하얗고도 하얀 고치를 완성했다. 이야, 신기해라, 내가 몰랐던 세상이 있었구나!

3. 역사를 책으로 배웠어요.

얼마 전 4학년 아이들과 논술 수업을 하던 중에 정조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수원화성과 사도세자, 혜경궁 홍씨 이야기도 나왔다. 책으로만 공부한 우리 세대, 역사적 사실은 잘 알고 있는 편이다. 역사 이야기를 하다가 작년에 수원화성 다녀온 걸 떠올리면서 말했다. “수원화성에 가면 사도세자의 능이 있어.” 그러자 한 아이가 묻는다. “혜경궁 홍씨 무덤은요?” 순간 당황,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옆에 있을 거야.” 그러자 함께 수원화성에 다녀온 아이가 말한다. “아닌데. 무덤은 하나 밖에 없었는데. 사도세자하고 혜경궁 홍씨하고 함께 묻은 거랬어요.” 두 번째 당황. “어엇, 그래? 다시 찾아보자.” 다시 찾아보니 융릉은 사도세자와 혜경궁 홍씨의 합장릉이다! 작년에 다녀왔는데, 나는 어느새 깜빡했고 아이의 머리에는 합장릉이 오롯이 들어있다. 어른들은 때때로 아이를 믿지 못한다. 아이가 제대로 이해할까, 제대로 기억할까, 의심할 때가 있는데 아이의 뇌는 어른의 뇌보다 훨씬 말랑말랑하다. 하긴 내가 지금껏 외우고 있는 ‘태정태세 문단세’도 중학교 때 외운 걸 평생(?) 써먹고 있는 중이다.

4.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10월 30일. 강화도로 역사기행을 다녀왔다. 강화도는 우리 아이들이 어렸을 때 자주 다닌 곳이다. 부천에서 가깝기도 하거니와, 친한 선배가 강화로 이사를 하고부터는 ‘바람 좀 쐴까’ 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찾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강화도를 떠올리면……, 부끄럽게도 8할이 놀러 다닌 것이다. 나머지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몇몇 유적지를 그야말로 휙 둘러보고, 전시물 앞에 세워진 설명글을 쓰윽 읽어보고, 아이들에게 ‘이것 좀 읽어 봐.’ 하면서 여행을 마무리했던 것이 대부분이다.  
이쯤에서 김춘수 시인의 시 ‘꽃’이 떠오른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 그는 다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강화도가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역사기행을 마무리할 때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몸은 고단하고 무거웠으나 마음은 ‘꽃’으로 만발해서 가뿐가뿐 날아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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