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한 아랫목이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리포터도 겨울잠을 자는 동물처럼 잔뜩 몸을 웅크리다 보니 어깨가 굽은 듯 체격이 소심해진다.
칙칙하고 스산한 날씨 탓에 바깥외출이 줄어들어 두 다리는 호강을 하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러브핸들(허리살)의 두께는 두꺼워져만 가는데.
일주일에 세 번, 30분 이상의 건강규칙을 기억하고 있지만 계획대로 잘 진행되진 않는다. 그래서인지 어쩌다 한 번 가는 모처럼의 산행이 별미를 먹으러 가는 듯 설렌다.
봉우리가 다섯 개라 오봉산이여!
전주역을 출발해 완주군 구이면소재지를 지나 운암댐 방향으로 10분쯤 달리다 보면 오른쪽에 백여주유소가 나오고 맞은편에 논 가운데로 좌회전해서 들어가는 길이 나온다. 갈래 길에는 ‘소모 오봉산 입구’라는 이정표가 있고, 그 길은 겨우 차 한 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좁다. 어디가 오봉산인지 잘 알 수는 없지만 저 멀리 보이는 산봉우리를 향해 달리다 보면 아직도 까치밥(감)이 꽤 눈에 띄는 마을하나가 보이는데 바로 소모마을이다.
전북 완주군 구이면과 임실군 운암면 신덕면의 경계에 있는 오봉산(513.2m)은 호남정맥이 백암산에서 추월산으로 굽어보는 가운데에 솟아 오른 산이다.
다섯 개의 봉우리가 연이어 몽실 몽실 솟아 있으며 정상은 5봉이다. 이름에 심오한 뜻이 있나 했더니 여느 지역에 있는 오봉산과 마찬가지로 봉우리가 다섯 개라 오봉산이라고.
이 산에 있는 등산로는 예전 대모마을과 소모마을(예전에 옆 마을은 큰 못, 이 마을은 작은 못이라 불리다 지금은 대모, 소모마을이라 부른다) 사람들이 마실 다니던 길이다.
계곡물 소리가 시원하다 못해 귀가 시려워
소모마을에 들어서자 한적에 곳에 차를 세우고 옥천 가든이 있는 등산로 입구에 도착했다. 제법 추워졌건만 올 가을에 본 단풍 중 가장 빨갛다 여겨질 정도의 단풍나무들이 몇 그루 눈에 띈다. 키가 큰 감나무에 대롱거리는 홍시도 한폭의 그림 같다.
5분쯤 오르자 계곡이 보이고 1봉과 5봉으로 나뉘는 갈림길이 나온다. 오늘의 산행코스는 소모마을 옥천가든→계곡길→오봉산 5봉→오봉산 4봉→오봉산 3봉→오봉산 2봉→오봉산 1봉 다시 소모마을로 내려오는 구간으로 약6.5㎞, 3시간 30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오봉산은 소모부락을 가운데 두고 다섯 봉우리가 마치 말굽모양으로 타원형으로 둘러쌓여 있다고 전해진다. 예전에는 오봉산의 정상을 1봉이냐, 5봉이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었는데 지금은 통상적으로 5봉을 정상이라 한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은 물소리가 시원하다 못해 귀가 시리고 아릴 지경이다. 겨울이라 나뭇잎이 없어서인지 떨어지는 물소리가 고스란히 귓속으로 스며든다.
오봉과 일봉사이의 숨겨진 이야기
한여름에 이곳을 찾았다면 무릉도원이 따로 없겠지만 오늘은 거울같이 맑은 물을 바라보는 것에 만족하고 발길을 재촉한다. 많이 경사지진 않지만 기암괴석을 타고 오봉으로 올라가는 낭떠러지가 조심스럽다. 그리고 그 사이로 낙하하는 하얀 폭포가 장관이다.
1시간 정도 올라 다다른 곳은 오봉산의 정상 오봉이다. 올라올 때의 그 고단함은 정상의 시원한 바람이 날아가 버리고 한눈에 펼쳐지는 옥정호의 붕어섬에 시선이 멈춘다.
국사봉에서 보았던 붕어섬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역시나 붕어섬의 조망은 국사봉이 최고인듯. 하지만 옥정호의 풍광을 한눈에 보기엔 조금 더 떨어져 있는 오봉산이 좋다.
다시 산행이 시작된다. 국사봉 갈림길이 있는 4봉까지 약 20분, 3봉~1봉까지 오르는데 각각 20~30분가량 걸리며 능선이 아래에서 보기보다 부드러워 그리 힘들지 않아 아이들과 함께 하는 산행도 괜찮을 듯싶다. 산행도중 양지바른 곳에 어김없이 묘지가 먼저 터를 잡았다. 얼마나 좋은 터일까 싶어 묘지 앞에 서서 아래를 굽어본다.
하산하는 길에 겨울속 가을을 만났다. 붉게 물든 단풍나무가 등산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떨어진 단풍잎이 비단길을 만들어 놓았다. 함께 한 일행이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다.
소모마을에 가까워졌음을 힘찬 계곡물 소리가 알려준다.
김갑련 리포터 ktwor04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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